# 이건 말도 안돼!

책 읽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난 꽤 좋아하는데 사실 책장을 넘기는 특유의 느낌?이 좋은것 같아. 책 냄새도 그렇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경우지만.

그래서 아주 가끔씩 새로운 책을 사러 혹은 구경하러 가볼까?란 충동에 휩싸일 때가 있어. 그럴땐 특별히 정해둔 목적지 없이 그냥 발 가는대로 길거리를 걸어봐.

걷다보면, 이런 저런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그렇게 이곳 저곳을 눈가는대로 적당히 둘러보면서 걷다보면 우연치 않게 내가 가려고 했던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거든. 이건 아주 운이 좋을 경우의 얘기지만.

아무튼, 아주 가끔씩 오는 이런 충동감에 휩싸여서 발을 뗀 것까진 좋았어. 그리고 진짜 운좋게! 요즘 정말 보기 힘든 헌책방에 들어간 것까지도 정말 좋았어!

책을 읽는 것에 앞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것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즐거운 일이란걸 공감 할 수 있겠지? 그래서 이책 저책을 둘러봤는데...

제목이 내가 만드는 이야기인 책이 있는거야. 그래서 흠?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잖아. 책장을 넘겨보니 책 안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어. 그래서 이상하다...란 생각에 책을 민폐지만 소리나게 휙휙 넘겼더니, 책 맨 끝장에 이런 글귀만 써있었어.

"이책을 펼친 사람에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볼 기회가 주어집니다"라고. 그래서 호 진짜 특이하네? 근데 책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건...내가 글로 써서 직접 채우라는건가? 컨셉이면 진짜 독특하네. 이런 생각을 했지.

꼭 책대로 내 이야기를 채워야 한다면, 가끔씩 일기장으로 써도 되지 않을까?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들고 주인 아저씨께 가져갔어. 책값은 물론, 헌책방이니까 보통 책보단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했고.

간만에 일기나 써볼까?와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샀었는데, 그냥 진짜 생각나면 쓸 일기장 용도로 쓸려고 가볍게 샀는데 설마 이 책으로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할지는 진짜 상상도 못했어. 너희라면...믿겠어? 뭐하나 샀다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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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뭐야 주인공 오늘은 못보던 책을 다 들고오고? 선물 받은거야?"
"....."

아침부터 눈부신 미소로 자신에게 말을 거는 하늘이는 자신의 동의없이 가방을 열더니 내가 어제 샀던 책을 집어들었다. 아 이거, 괜히 가져왔나.

"응? 이거 아무것도 안써있네? 연습장은 아닌것 같은데...혹시 일기장?"
"....."

일기장 용도로 산거긴 한데, 하늘이가 일기장이라 본거면 일기장으로 써야겠다. 연습장으로 쓰기엔 책에 써있던 글귀가 걸리니까.

"요즘 이런 책도 나오나? 작가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아이디언 좋네"
"....."

그러게, 내가 내 이야기로 채워야 한다는게 좀 귀찮지만...컨셉이라면 꽤 괜찮다. 일기장같은 비워진 책이라...저작권 문제가 없다면 한번 자신이 이런 류의 책을 내보고 싶다. 물론, 허락없이 할 생각은 없지만.

"어자피 빈책이면...여기에 쓰고 싶은대로 써도 되는거지? 좋아"
"...?"

씩 웃으면서 자신의 필통에서 검정색 볼펜을 집어든 하늘이가 책을 펼치더니 거침없이 글을 쓱쓱 쓰기 시작...아니 왜 쓰는거야. 아직 내가 쓰지도 않았는데.

"내가 주인공한테 하고 싶은말! 다른 녀석들한텐 보여주면 안된다?"
"....."

아 그런걸 쓴거구나, 난 또 뭐라고...아니, 왜 그런걸 여기에 쓰는거야. 그냥 말로 해주면...아니 이렇게 써주는게 내 신상엔 이롭다.

"어디보자 하혜성 새낀 아직 안왔고, 오늘은 혼자서 온거야?"
"끄덕"

"호 좋은데? 그럼 같이 매점 갈래? 내가 주인공 좋아하는거 사줄테니까"
"....."

한성이랑 마주칠 위험성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뭐...예전보단 무섭지 않으니까, 만나면...같이 가자고 하면 되겠지.

다른 친구들은 한성이만큼 예민하진 않으니까, 아마 하늘이가 많이 까이겠지만...적당히 잘 넘어갈꺼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친구니까.

"이렇게 가끔 혼자 있을땐, 나랑 데이트 하는거다 주인공?"
"....."

...데이트...란 말은 좀 불편하지만, 하늘이의 빛나는 미소를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 얼빠는 아닌데, 왜 웃는게 정말 눈부신 사람한텐 면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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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하늘 너 왜 기분 나쁘게 실실 쪼개냐"
"뭔 상관~오늘 아침부터 완전 기분 좋았거든.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려..."

또 시작인가...란 생각과 저 둘은 참 친하구란 생각을 하면서 혜성이와 하늘이를 쳐다봤다. 평소에도 반에서 꽤 시끄럽다 부류에 속하는 하늘이지만, 혜성이가 있으면 그 시끄러움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됐거든. 니 새끼가 좋아할 일이라면 주인공 관련 일 아니면 별거 있냐?"
"헐 너 내 스토커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진심 놀랐다는 표정으로 과장되게 말하는 하늘이를 혜성이가 짜증난 표정으로 노려본다. 저 둘...싸우는건 아니겠지?

"야 밥 안먹을꺼냐? 오늘 급식 간만에 괜찮던데"
"...유한성? 니가 웬일로 나한테 말을 다하고...아 미안하다니까"

혜성이에게 하는것처럼 틱틱 댔다간 잘못하면 골로(?)갈 수도 있다는 걸 예전에 몸소 체험한 김하늘은 필터링 없이 나가는 자신의 입을 어떻게든 갈무리했다.

"...눈치 있으니까 봐준다. 아침 안먹고와서 배고파"
"그럼 밥 먹으러...주인공! 같이 밥먹으러 가자"

책상에 교과서를 넣고 있는데, 멀리서 혜성이가 자신을 부른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그럼 밥 먹으러...아니, 저 조합으로 가긴 살짝 불편...

"주인공, 밥 같이 먹으러 갈꺼지?"
"아...응."

아직 한성이와 시선이 마주친건 아니지만, 지나가던 지원이가 씩 웃으면서 빨리 나오라고 재촉한다. 이 멤버로 가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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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조용히 밥은 먹었지만...내 괜한 걱정이였나 싶을 정도로 한성이는 예전처럼 같이 밥 먹는데 짜증을 내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꺼지라는 말을 안했다.

물론 내 앞에 앉아서 먹었지만, 그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용자(?)는 다행이도 없었다. 하늘이는 혜성이랑 마주보고 먹는다고 투덜댔지만...어쨌든 나름 평화로운 점심시간이였다.

...하늘이가 뭐라 썼는지는 나중에 내가 궁금할 때 보는걸로 하고, 나도 한번 뭐 좀 적어볼까?

하늘이에겐 미안하지만, 어떤 내용을 적었던간에 내가 볼 마음이 있어야 보는게 좋을것 같다. 다른 친구들이 있을땐 직접적으로 물어볼 것 같진 않으니까.

딱히 적고 싶은건 없는데...분명 이 책을 펼친 사람에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볼 기회를 준다고 했었지? 그럼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한번 적어볼까? 재미니까.

"슥슥"
...이건 누가보면, 진짜 이불킥 해야 할 수준의 내용이지만...어자피 볼 사람은 나뿐이니 아마 문제 없을거다. 인형이...?는 내 방에 들어와도 물건은 안건드니까, 문제 없을테고.

어자피 그냥 적는건데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나?란 생각에, 책을 덮고 그대로 침대로 직행해서 가만히 누워있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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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일어나세요. 지금 시간이 몇신줄..."
"...뭐야 시끄러워. 아직 알람 울리지도 않았..."

"그대는 꼭 아침에 직접 깨우러 와야 일어나는건가? 어쩔수 없군"
"!?"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엄청나게 좋은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들렸다. 와 뭐지, 이런 목소리를 뭐라고 했었는데, 감미롭다? 표현의 한계지만, 내 기준에선 진짜 음악하는 사람이 내는 목소리같네...란 생각을 잠결에 했다.

...음? 음악하는 사람이라고? 우리집에 그런 사람은 없는데...?
"번쩍"

"이제야 정신이 드는건가. 이것 참, 이래서 내가 항상 일찍 일어나게 되는군"
"...?"

눈을 떠보니, 자신의 눈 앞엔 굉장히 화려한 장신구며 값비싼 가구들로 꾸며진 잘은 모르겠지만, 나 엄청 비싸요...!가 심하게 느껴지는 방 안에 자신이 있었다.

뭐야, 이거 또 꿈인건가? 요즘 몸이 허한가. 왜 자꾸 이런 꿈을 꾸는...
"찰싹"
"...신종 자학인가? 왜 갑자기 뺨을 때리고...뭐 보는 나로선 즐겁지만"

"싱긋"
"...?"

아까부터 옆에서 자신에게 뭐라 말하는 목소리가 엄청 좋은 남자를...누군지 봐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자, 내 눈앞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전혀 면식이 없는 정말 잘생긴 남자가 웃고 있었다.

...왜 나 자꾸, 남자하고만 엮이는거지? 이번엔 또 뭐야.
꿈이라면 빨리 깨란 생각에 자신의 뺨을 때렸지만, 뺨에 아픔이 느껴진다. 뭐야, 꿈치곤 제법 생생하잖아...?

"내 얼굴을 그렇게 열렬히 바라보면, 방에서 나가기 싫은데"
"!"

...무슨 저런 느끼한 소리를 서슴없이, 자신에게 던지는...건지는 모르겠다. 여기 거울 같은건 없나...?내가 저런 외모의 사람과 면식이 있을리가 없는데.

"이만 밥 먹으러 가지. 이대로 있는것도 좋지만 난 바빠서 말야"
...아 그러십니...흠 밥?지금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이 남자를 따라가면 왠지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을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쩌지 이걸 따라가 말아?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옆에 있던 남자가 손을 허리에 얹는다. 응? 뭐하려고 손을 그런데(?)올리는...

"번쩍"
"걷기 싫다면 이렇게 에스코트 해드리죠. 공주님"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지금 나한테 공주님?이라 한거야. 이남자? 17년 인생동안 남자로 태어나 절대로 들을일 없는 단어를 들은 심정은...이로 말할수가 없다.

...이거 진짜 꿈이지? 꿈이라면 밥만 먹고 어떻게든 빨리 깨서 돌아가야 겠다. 차라리 한성이랑 대화하는게 더 나을것 같아. 이런 적응 안되는 대사를 듣다간, 내가 먼저 부끄러움에 쓰러질 것 같다. 이남자 누군진 모르겠지만 보통이 아니다.

...설마 내가 적은대로 지금 꿈으로 꾸는건 아니겠지? 설마, 그냥 우연일꺼야.
사태의 심각성을 그 때 당시의 난 몰랐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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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솔직히 뭘 쓴건가 싶지만 재밌게 봐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이전에 올렸던 두 편은 제 기준에선 별로인 것 같아서 지웠었는데, 혹시 재밌다 느끼신 분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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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6 22:05 | 조회 : 1,047 목록
작가의 말
키스키

적당히 쉬면서(?)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연재하겠습니다. 꾸준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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