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사 레인의 우울(후편)

자기중심적인게 왜 나쁜가?에 대해서 고민해 본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갖고"사고"하는 동물인데 말이지.

물론 혼자서는 살 수 없으니까, 모두와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 인간의 경우겠지만 지켜야 할 규칙부터 해서는 안된다는 윤리까지 참 복잡하게 사는것 같아.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면 지금 유지되는 사회에선, 정해진 틀에 맞지 않는 인간이니까 혹은 조직의 평화를 해칠 우려가 있으니까 비난을 받거나 우리와"같아질 것"을 요구하는 거겠지만.

나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 왜 바뀔 것을 강요 받아야 하는걸까?와 같은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을까? 난, 계급이 곧 지위인 사회에 태어난 인간으로서, 이러한 고민을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순응하고 있으니까, 나도 그래야 하는 줄 알았어.

좀 더 머리가 큰 후엔, 내 생각이 굉장히 안일한 현실에 안주하는 인간의 사고란걸 알게 되었지만. 깨달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해. 물론, 깨달아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아나 마나겠지만.

사설이 길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내 개인적인"이사람이면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행동이, 타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는걸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말을 할 땐, 생각 없이 하면 안된다는걸 이번에 정말 절실히 깨달았어. 귀가 두개인 이유와 입이 하나인 이유에 대한 이야기 들어본 적 있지? 남 얘기를 잘 경청하되, 말을 뱉을땐 신중하게 하라는 이야기 말야.

주...뭐였더라 아무튼, 내가 면접 보러 와달라(?)권유했던 평민에겐 미안하다 생각하고 있어. 난 우리 한성 도련님이 그렇게 하실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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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맞는건가...? 정확한 위치를 모르니 잘 모르겠네"
폰아트 까지는 기억하는데, 손님이 말씀할 때 흘려들었더니 기억이 애매하다.

"저 죄송하지만 여기가 폰아트...?가문이 맞을까요?"

문 앞에 무섭게 서있는 경비병에게 용기내서 말을 걸었지만, 원하는 대답대신 싸늘한 눈빛이 쏟아졌다.

"뭐야 이 새끼는,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평민 따위가 발을 내밀어?"
"야 가끔 길 몰라서 오는 사람이 있잖아. 옷은 저래도...아니면 어쩔려고"

경비병 둘이서 쑥덕대는 소리가 아주 잘, 들린다. 신분을 증명하지 않으면, 어째 알려주지 않을 삘이다.

"저기, 제가 추천을 받고 왔는데 혹시 이 시계를 아시나요?"

레인님이라 하셨지만, 혹여나 뭐라 질타를 받을 우려가 있으니 내 생각에선 안전한 방법으로 가면 되는거다. 누구 추천으로 왔다 하는걸 증명 할 수 있으면 저 사람들도, 의심하지 않을것이다.

"뭔 시...헉 뭐야, 너 넌 뭐하는 새끼야?"
"야 입조심 하라니까, 뭔데 그...헉 이 시계는!?"

아까부터 묘하게 대화가 어긋나는 기분이 들지만, 이 시계는 보아하니 이 둘이 알고 있는 높은 사람의 것인 모양이다. 이건 내 추측이지만.

"이 시계를 훔쳤을 가능성..은 없는것 같지? 레인님께 보고해야 하나?"
"레인님이 시계를 들고 오는 자가 있으면, 나에게 안내하라 하신걸 벌써 잊은거냐?"

이번엔 들리지 않게 말하는 것 같은데, 언제쯤 내가 한 질문에 대답을 해줄지는...모르겠다, 그냥 될대로 되라지. 아니 진짜로 그렇게 되면 곤란하지만.

"꾸벅"
"레인님의 소개로 오신 분인줄도 모르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용서를"
"괜찮습니다, 그럼 안내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살면서 평민인 자신이 기사 신분된 사람에게 이러한 인사를 받은건 처음이다. 앞으로 두번 다신 없겠지만, 이런 경험은 나중에 자랑거리로 삼아도 되겠지?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레인님께 가시기 전에 격식에 맞는 복장으로 갖추셔야 하겠지만"
"제가 잘 몰라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로 거대한 저택의...어떤 일을 하시는진 모르겠지만, 평민인 자신에게 무려 존댓말을 하게 할 정도의 지위를 가진건 확실하다.

그런 직책 높은 분이 왜 자신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지는 의문이지만, 평민에겐 절대 있을 수 없는 신분 상승의 기회가 자신에게 도래한 것과 마찬가지니.

...일단 면접 봐보고, 뽑히지 않는다해도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내 입장에선 나와 다른 세계를 경험한 것과 다름없으니까. 나쁠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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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내가 시킨건 잘 하고 있는거지?"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간다는게 보통 집사와 도련님 사이에선 불가능한 모습이지만, 한성 도련님이라 가능한 모습이다.

"레인과 비슷한 수준이 아니면 곤란해"
"...면밀히 검토후에 올리겠습니다"

팔랑 팔랑 조용히 서류를 넘기면서 깃펜으로 사각 사각 적는 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보통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한성 도련님이 서류만 보고 대화 하는건, 지금 쌓인 일이 많다는거다.

...평소에 조금씩만 처리해두면, 저렇게 몰아서 할 필요가 없을텐데, 집사인 자신에게 유일하게 시킬 수 없는 업무라 굉장히 아쉬워(?)했던 한성 도련님을 보고 표정 관리가 안됐었지. 아니 그건 도련님이 하셔..야죠.

"오늘 일정은...특별한 변동 사항이 있으십니까?"
"음, 아니. 그냥 그대로 진행해. 아, 너한테 찾아온"손님"하곤 잘 만났냐?"

"...?손님이 어느분을 말씀하시는건지...전 만나뵙지 못했습니다"
"아 그래? 그녀석 괜한 짓을 한거네 쯧. 알았어 그냥 물어본거야"
"...?"

뭐지 이 찜찜함은, 뭔가 애매한 대답인데 저 한성 도련님이 그냥 하는 말은, 항상 뭔가 내 입장에선 절대로 넘어가면 안되는 상황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제가 꼭 만나뵈야 하는 분입니까?"
"아니. 그냥 보면 보는거지, 진짜 별거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자신의 감을 믿으라는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건 아니지만, 저렇게 말씀하시는거면...신경쓰지 않아도 괜찮겠지.

"레인은 내"집사"니까 내 곁에 있어줄꺼지?"
"뭐...제가 폰아트레쉬가에 속해있는 동안은요"

물흐르듯이 자연스런 대화에 한성 도련님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집사로서 자신의 곁에 있을것이냐? 라고 단순히 묻는건 아니겠지만.

만약 본래의 남우현으로 돌아간다면, 아마 도련님의 곁에 있지 않겠죠. 이건, 도련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그걸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난 아직 집사니까.

"만약에 집사가 아니라, 친구로서 내 곁에 있어달라 하면?"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아마 말없이 떠나지 않을까요?"

"흠, 역시? 그럼 이건 안돼겠네. 난 레인이 오랫동안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거든"
"...저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과 못본지 벌써 2년입니다"

한성 도련님이 생각없이 던지는 말이 없다는걸 아는 입장으로서, 지금의 말은 많이 불안하다. 여자였다면 프로포즈로 여길법한데, 난 안타깝게도 남자다.

"가족들을 여기로 오라고 하면 되지 않아? 굳이 갈 필요는 없을것 같은데"
"...삶의 터전을 떠나라 하시는 겁니까?"

사각 사각 같은 동작을 반복하던 깃펜을 놓고, 한성 도련님이 레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많은 서류를 벌써 처리 다한건가? 역시 우수한 도련님이다.

"아니, 그냥 레인은 여기 계속 있고, 그 가족들이 가끔씩 보러 오라 하면 되잖아?"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성 도련님은 모르시겠지만..."

자신이 일부러 먼 곳으로 선택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한성 도련님의 눈에 들어서 이렇게 눌러 앉은지가 벌써 2년이다. 그 2년 동안 집에 갈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엄청 먼 거리인데, 그걸 우리 가족들보고 오라고 한다고...?

"...절연 당하시길 바라시는겁니까? 정말 너무하십니다"
"그걸 노린건 아닌데, 그렇게 해주면 레인은 돌아갈 곳이 없으니,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거지"

"...절대로 그렇게 되진 않을겁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곳을 뜨면 될 문제다. 잡히면, 뒷감당이 안되겠지만...뭣하면 진짜 섬이라도 들어가던가, 숨으면 그만이니까.

...한성 도련님 눈에 띈 시점에서, 이미 내 인생은 저당 잡힌걸지도 모르겠지만. 하, 진짜 인생 내 맘대로 되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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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레인 이야기는 우선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자세하게 풀지 못한 이야기는 나중에,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다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 때, 조금씩 풀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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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05 23:29 | 조회 : 1,090 목록
작가의 말
키스키

항상 도입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를 고민하는게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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