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과 다섯 남자들의 사정 part 5 유한성.

"동족혐오"란 말을 들어본 적 있어...? 내가 기억하기 싫은, 혹은 애써 잊고 있었는데"마치 내 예전 모습"을 그대로 보는것 같아서 거부감이 드는 사람...내가 생각하는 동족혐오는 이런게 아닐까 싶어.

물론 나랑 비슷해서 이대로 두면 고생 많이 할텐데...와 같은 쓸데없는 걱정에서 생리적인 거부감...?이 드는 상대를 잘 챙겨주고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이렇겠거니 짐작해서"자신처럼 고생하지 않게 도와주려"애쓸수도 있어.

이건 케바케지만, 난"굳이 내가 왜?"인 사람이라 해당사항없지만. 세상은 넓고, 쓸데없는 오지랖을 굳이 시전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지.

솔직히 난 성격이 좋은 사람은 아니야. 욕심도 많고, 공부는 제외지만...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나 물건, 동물들이"내 통제하에"있기를 원해.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복종"하거나"반항"하지 않는건, 또 싫어하고. 내가 봐도, 참 지랄맞다 싶은데...낸들 이런 성격으로 태어나고 싶었던건 아니니...내 모습중 일부려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노력중이야.

"집착"과"몰입"이 나를 대표하는 키워드라 하면, 식겁할 수도 있지만, 난 내가 가진 이런 성향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이 두가지 덕분에, 정신적으로 적절히"균형"을 이루고 있으니까. 물론 어느것에 집착하고 몰입하느냐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가 갈리겠지만...?

지금까지 마음에 드는건"어떻게든"손에 넣는다는 신조하에, 선택후 집중을 고수해온 나지만...?내 인생 처음으로, 마음대로 안되는"짜증나는"인간을 만났어.

첫인상은 분명, 이 찐따 새끼는 뭐지, 병신...과 같은 쓰레기였는데, 이상하게 내 맘대로 안되는걸 평소라면"어떻게든"해결했을텐데...그녀석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더라고...?

그래서 진짜 개짜증 났는데...어자피 내 맘대로 안되는 거라면, 지금까지와는"다른 방법으로 공략해보자"와 같은...나 답지 않은 방식을 취했지.

결과는...병신같이 나만 보면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거나 고개를 푹 숙이는, 하 진짜 대박 짱나는...태도로 대하지만.

그래도, 내가 협박하면 도망가진 않으니까, 그녀석과 벽만 허문다면...분명 내 손에 떨어질 것 같아. 공을 무진장 들여야 하는거랑, 그렇게 되기까지 내가 참을인자를 몇백번 새겨야 되지만.

쉽게 얻는것보단 어렵게 얻은게 가치 있잖아...?이것도 케바케지만, 난 나에게"예외는 있다"는 것을 몸소 알려준, 그녀석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라도 손에 넣고 싶어.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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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싶은걸 자유롭게 그려서 제출하세요. 짝꿍을 그려도 되고, 주제는 자유예요. 시간 제한은 2시간!

수행평가에 들어가니까, 졸라맨이나 선긋기 작품은 빵점처리예요. 다음주까지 완성하면 되니까 오늘은 스케치만 끝내세요"

"야 씨, 들었냐? 나 그림 졸라 못그리는데...진짜 쓰레기라고. 그냥 백지 제출할까?"

"못그리면 못그린대로 열심히 그릴 생각을 해야지. 아 넌 성적 1도 신경 안쓰는 새끼였지. 미안, 헛소리했네"

"이새끼가, 너 내가 너 초상화 그렸던거 기억하냐?"
"어, 졸라 처참했잖아. 피카소보다 니가 더 파괴적인듯"

"미친 욕하던가 위로하던가 하나만 해라"
...지랄하네, 입밖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김하늘과 하혜성의 콩트를 듣자니, 욕이 자동으로 나온다.

"하 옘병, 내 주제에 그림 따윌 누가 그릴까보...뭐야 저건...?"
말만 안했을뿐, 사실 나도 그림은 젬병이다.

누군 보고 그리면 쉽다고 하는데, 난 보고 그려도"뭘 그린건지"알아 볼 수 없다. 그림 못그린다고 죽는건 아니니, 못그려도 어쩌라고...가 솔직한 심정이다.

인상을 구기면서 시선을 돌리자, 시선 끝에 얌전한 인상의 남자애가 보였다. 뭐야 저런 사람이 있었나...?

다 친하진 않아도, 남자들만 가득찬 남자반인 이상, 매일 보니까 얼굴은 자연히 보다보니 대강은 알고 있다.

근데 그런 내가 모른다는건, 존재감이 공기거나 진짜 눈에 안띄어서 찐따 새끼일 확률이 높다. ...새로 전학 온건가?

학기 시작한 지 이제 5월이니, 진짜로 그럴수도 있다. 아니, 전학 왔다면 적어도 인사한 기억이라도 있을것이다. 근데, 진짜 모르겠네...?

인싸는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아싸...?라 하기엔 괴롭히는 새끼들이 없다. 그냥 병풍인가...?

"알게 뭐야, 씨발. 친구도 뭣도 아닌데"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넘기면서, 병풍으로 확정된 남자애를 쳐다본다. 흠, 진짜 흐리게 생겼네.

안경쓰면 흐린 인상이 좀 보완될 것 같은데...란 생각을 했다가, 친구도 뭣도 아닌데 신경 끄자란 생각이 들어 책상에 푹 엎드렸다.

그림 그리는건 잠깐 끄적이면 되니까, 뭐하는지 관찰해볼까...? 오전 수업이라 의욕이 없는것과 약간의 귀찮음이 더해져서, 계획에 없던 인간관찰을 하게 된거다.

"슥슥"
...혼자서 졸라 열심히 그리네. 교실에 그릴께 있나...?

천천히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연필을 신기하단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병풍이랑 눈이 딱 마주쳤다.

"!"
"...?뭐야?"

"슥"
...노려본것도 아닌데 지금 눈깔았냐...?하, 뭐야 기분 더럽게. 내가 뭘 어쨌다고 저딴 태도인건데.

순간적으로 열이 뻗쳐서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병풍 녀석이 움찔 거린다. 아주 대놓고 겁먹었다고 광고하네? 하 씨...발 내 얼굴이 어때서!?

빡친 표정 그대로 성큼 성큼 걸어가자 병풍 자식이 스케치북을 확 덮는다. 뭐야...? 못볼거라도 그린거야?

"야"
"..."

"야 안들리냐? 나 똑바로 쳐다봐"
"..."

불쾌함을 아낌없이 발산(?)하자, 또 움찔거린다. 씨발, 내가 뭘 했다고 자꾸 움찔거려...?

아래로 향했던 시선을 천천히 위로 올리더니,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니까 왜 그런 눈으로 보냐니까?

"왜 눈 마주쳤다고 눈까냐? 나한테 죄지었냐?"
"..."

내 말에 큰 두 눈이 크게 흔들리는게 보인다. 쯧, 표정관리 한번 더럽게 못하네.

"기분 나쁘게, 씨발. 그렇게 존나 기지 말라고. 짜증나니까"
"..."

일진도 뭣도 아닌데, 움츠러든 태도를 취하니까 짜증났다. 씨발, 오늘 처음 봤는데 뭐야 진짜, 짜증나게.

"벙어리냐? 입이 있으면 변명 좀 해보시지?"
"..."

뭐야 이새끼 진짜, 사람 열받게 해놓고 무시하는거냐?

싸늘한 눈으로 병풍 자식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가방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한다. 뭐하는거야 지금?

"탁"
"사각 사각"

참을성 있게 병풍 새끼가 대답 하는걸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말...정리라도 하는건가? 설명만 제대로 하는거면, 상관없지만.

"슥"
"뭐야? 나보고 어쩌라고?"

슥 내밀어진 메모지를 신경질적으로 받으면서 짜증냈다. 뭐야, 이건 뭐하자는 시츄에이션...?

"...하나만 묻자, 구라 아니지?"
"끄덕 끄덕"

여전히 고개를 숙였지만 아까처럼 땅에 처박힌듯한 각도는 아니다. 그래 뭐, 그런거라면 내가 오해한거네.

"미안, 니 행동이 족같...아니, 어쨌든 알았다. 야 그럼 너 스케치북 좀 보여줘봐"
"..."

깔고 있던 스케치북을 천천히 펼쳐서 스케치북을 한장 한장 느리게 넘긴다. 아 씨, 뭐 동작이 이렇게 답답해.

"줘 봐, 내가 직접 보게. 상관없지?"
"끄덕"

스케치북을 빠르게 휙휙 넘기자, 아까 끄적이던걸로 추정되는 그림이 나왔다. 어디보자, 진짜로 나잖아?

얼굴을 뚜렷하게 그리진 않았지만 진짜로 포즈만 알아볼 수 있게 선으로 표현한 그림이 스케치북 안에 담겨 있었다.

...그림 실력이 나쁘진 않네, 허락없이 멋대로 그린건 짜증나지만.

두리번 거리면서 그리길래 교실에 있는 뭔가를 그리나보다 했는데 설마 날 그리고 있었다니. 그런거면, 저렇게 행동한게 이해는 갔다.

"꽤 잘그렸네, 네가 봐도 내가 좀 잘났지?"
평소라면 하지 않을 작업성 멘트를 같은 남자에 말도 안해본 동급생에게 던졌다. 뭐하는거냐 진짜...

"끄덕"
"큭, 농담이야. 그리고 싶으면 모델해 줄테니까, 이렇게 몰래 그리지말고 당당하게 그리라고"
"..."

"부욱"
"이건 내가 갖는다, 멋대로 그린거니까. 상관없지?"

갑작스런 행동에 살짝 당황한 기색이 보였지만, 약간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다.

"20분 줄테니까 멋지게 그려라, 미술쌤한텐 네가 알아서 설명하고"
"끄덕"

겁에 질렸던 눈동자가 이제서야 여전히...조심스럽게 눈치보고 있지만...무조건 승질낸 내 잘못도 있으니까.

팔장을 끼고 등에 기댄 자세로 왼발 다리를 꼰다. 하 이자세가 편하단 말이지~모델 해준다고 했지만, 그리는건 내가 한 자세 그대로를 그리라는 소리다. 원하는 포즈를 취해주는 배려따윈 바라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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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석과 나의 첫만남...?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내 기준에선 급속도로? 친해졌다.

여전히 움찔거리거나 금방 시야에서 사라지는건 여전하지만...그녀석이 마음을 열 때까지, 내 방식대로 접근해서"언젠가는" 그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내 목표다.

쪽지 내용이 궁금하다고? 별 내용 없으니까, 굳이 얘기 안한다. 하나만 말해준다면, 쪽지엔 진실이 써있었다는 것만 얘기할께.

...녀석이 어떤 이유로 말을 안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녀석을 말하게 하는것까지 내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할께.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니 어때...? 내가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성격은 아니지?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내 목표가 이뤄지길 기도해줘라. 진짜 매번 참을인자를 새기거든 진심으로...

쓸데없는 동정이나 관심은 정중히 사절할께. 내가 오늘 한 얘기는 그녀석, 주인공한테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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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커피 마시면 정신이 심각하게 말짱해져서 망했다ㅠㅠ하는김에 생각 나는대로 쭉 써봤습니다. 재미는 잘 모르겠는데...혹시 재밌게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드디어(!)주인공 얘기입니다 산넘어 산이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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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7 02:40 | 조회 : 1,172 목록
작가의 말
키스키

쓰다가 산으로 갔다가 귀결된 느낌이네요. 글재주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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