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Y 4-1

"콜린, 그 쪽에도 없었어?"

"응. 2층도 보고 올까?"

"부탁할게."


제임스가 사라진 이후 콜린과 카일은 그를 찾는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을거라 생각했던 제임스는 그 넓은 회장의 어디에도 존재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완벽하게 자취를 감췄고, 카일은 점점 심화되어가는 긴장감에 온 몸이 수축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제임스에게 있어 이 곳은 위험한 장소이지만 실상 그를 위협할만한 존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제임스에 대한 것을 일일이 신경쓰고 있을만큼 방자하지 않았고, 설령 시비가 붙더라도 제임스 쪽에서 먼저 사과를 해 일이 크게 벌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넓은 파티 회장 안을 돌아다니다보면 자연스레 제임스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카일은 어느 순간부터 빅토리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초조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제임스와 최악의 형태로 첫만남을 가진 빅토리아라면 홀로 있는 그에게 위해를 가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창 불안한 생각에 빠져있던 카일의 정신이 순식간에 콜린에게 집중되었다.

친동생인 빅토리아의 행적을 콜린이라면 혹시 알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만약 빅토리아가 현재 2층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제임스를 향한 카일의 불안감도 조금은 완화될 수도 있었다.


"크리스, 너 진짜 오랜만이다."

"매번 파티에 빠지더니 오늘은 별일이네?"


카일의 앞에 익숙한 얼굴의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왔다.

빅토리아의 소개로 인해 한 두번 인사를 나눈 것 뿐인 여자들이었다.

가슴 부위를 아슬아슬하게 드러낸 그녀들이 마치 오랜 친구였던 듯 가까이 다가오자 카일은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바빠서 나중에."

"오늘은 빅토리아도 다른 남자랑 가서 안 놀아주는데 너무해."

"비실비실해 보이는 남자던데 거기 가서 뭘하려고 하는지."


그녀들에게서 고개를 돌린 순간 들려온 대화 소리에 카일의 걸음이 순간 멈췄다.


"빅토리아랑 같이 있었던 남자, 어떻게 생긴 사람이야?"

"평소에는 관심도 없어 보이더니 약혼녀가 남자랑 있었다니까 신경쓰이나보네?"

"크리스도 어쩔 수 없는 남자잖아."


농담조로 들려오는 대답에 카일은 눈썹을 구겼다.

입을 가리고 웃던 여자의 손목을 낚아채듯 손 안에 움켜쥔 카일은 이제 더이상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질문했잖아. 대답해."


카일의 한마디에 주위는 순식간에 험악한 분위기가 되었다.

당황한 여자들의 뒤에도 그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여러 참석객들이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카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일은 지금 그런 것들을 일일이 신경쓰고 있을만큼 냉정한 상태가 아니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제임스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는 것이었다.

설령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제임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면 카일은 지금 여기서 여자의 팔목을 꺾어서라도 그것을 들어야만 했다.


"카일, 왜 그래. 무섭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해. 빅토리아랑 같이 있던 남자가 누구야."

"우리도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


인상착의를 따로 묻지 않아도 빅토리아와 함께 간 '그 남자'는 제임스가 틀림없었다.

순간 안 좋은 예감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카일이 잡고 있던 그녀의 손목에 힘을 주자 여자의 비틀린 비명소리가 회장 안을 날카롭게 울렸다.

이미 이목이 집중되어 있던 상태에서 큰 소란이 일어나자 2층의 상태를 보고 돌아온 콜린이 놀란 듯 카일에게로 뛰어갔다.


"카일, 지금 뭐하는 거야. 빨리 그 손 놔!"

"빅토리아 어디있어."

"나도 몰라, 제발 이 손 좀 놔줘."


콜린의 만류에도 카일의 눈동자는 오직 제임스의 행방을 알고 있는 여자에게 집중되어 떨어지지 않았다.

카일은 그녀가 제임스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그녀의 입에서는 어느 특정한 장소를 지칭하는 말이 나왔었고, 지금 그녀가 그것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이유는 그곳이 모두에게 개방된 장소가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빅토리아가 어디에 있는지만 말해주면 놔줄테니까. 빨리 대답해."

"지하에..."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였지만 카일의 뇌리에 정확히 박힌 단어는 그를 즉시 다른 곳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여자의 손을 놓고 소란한 장소를 뒤로한 카일은 뒤를 따라오는 콜린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하로 이어진 계단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아무 이유 없이 냉담한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카일에게 화도 내지 않는 콜린은 그저 계속해서 그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카일이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것이 심상치않다고 생각한 콜린은 재빨리 빅토리아를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대체로 온화한 카일이 화를 내는 건 대부분 빅토리아가 원인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그였기에 카일에게 잘못을 묻기보다는 그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게 더 먼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카일, 일단 진정해. 어디가는 거야?"

"지하."

"지하? 지하는 작년에 폐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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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1 00:40 | 조회 : 1,198 목록
작가의 말
거짓말너구리

월요일이 되었네요...모두 힘내세요ㅠ 저번화 댓글 남겨주신 만나서반가워님 감사드리고 하트 주신 독자님들,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드립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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