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핏빛 매화

-
어깨에서, 척추선에서 허리까지 서서히 따뜻하게 온기를 품은 한 줄기 액체가 빠르게 타고 내려간다.


심장은 점점 더 격하게 뛰고, 몸은 달아오른다.


귓가에선 그가 웃으며 속삭이는 간지러운 소리가, 목에도 그의 긴 머리카락이 살살 간지럽히고 있었다.


'' 하 ... 어떡하냐 ... ''


지금 이 기분에서 내 표정이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고개를 떨구었다.


피가 조금 많이 빠져 나갔는지 온몸이 떨리고, 시라는 흐릿해지고 내 주변에선 계속 흐른 듯 해보이는 피가 모여 웅덩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 어머. 피가 생각보다 많이 나가버렸네요 ?? 옷도 다 젖으셨구 ... "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을때, 숨을 쉴 때마다 등에서 계속 걸리던 물체가 뽑혀나갔고 그와 동시에 내 입에서는 기침과 함께 다량의 피가 새어나왔다.


눈가에는 눈물이 곧 떨어질듯이 그득히 맻혔고, 한은 손가락으로 그런 내 턱을 들어 눈을 맟추었다.


그의 눈을보자 뺨을 타고 가득 맻혔던 눈물이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 아 ... "


한은 한숨을 쉬며 피에 흠뻑 젖은 내 옷을 벗기며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작은 소리에 잘 들리지 않았다.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한은 웃으며 말했다.


" 가륜님은 아주 짧고 단 꿈을 꾸신겁니다. 꿈의 일부가 실제로 일어나는 놀라움을 보시는 거에요. 알았죠 ? 그럼 이제 눈을 감으세요 ... "


한의 부드러운 손이 나의 눈 위를 가벼이 덮어준다.


뜨거운 얼굴이 한의 차가운 손에 의해 서서히 식어가고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


" 음 ... "


창문으로 내리쬐는 햇빛, 지저귀는 새소리에 눈을 뜬다.


이상한 꿈을 꾼 것같다.


한이 나를 찔렀다거나, 쓸데 없이 ... 불렀다던가.


그때 내 손가락 사이사이로 부드러운 털의 촉감이 기분좋게 느껴진다.


그쪽을 바라보니 이마 왼쪽에 붉은 색으로 매화가 그려져있는 아주, 아주 새하얗고 여려보이는 여우 한 마리가 눈을 끄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여우를 보니 한 명의 사람이 문득 떠오른다.


어떻게 들어온건지 당황하여 주위를 서둘러 둘러보니 창문이 조금 열린 것 을 보니 저쪽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이 작은게 이 곳에 힘들게 들어왓을 것 을 생각하니 너무 귀엽고,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에 허리를 숙여 머리를 쓰다듬자, 여우가 나에게 감사라고 표하는 듯이 볼에 입을 맞추었다.


사람도 낮설어 하지 않는 그런 이 작은 여우가 너무도 귀여워서인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발치에는 내가 어제, 그리고 꿈에서 입었던 옷이 깨끗하게 세탁되어 개어져 있었다.

-

종이에 피로 그려진 매화와 함께.

6
이번 화 신고 2019-01-27 20:47 | 조회 : 2,131 목록
작가의 말
0공nyang

저는 우리 한이를 많이 아껴요ㅠㅠㅠㅠㅠ ((여우 쓰담는건 일러스트에 올려 놓을게요 ㅎㅎ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