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무제 [로멘스]

 기름 위에 붙은 불은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더욱더 불타올랐다.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에 또다시 열기가 더해졌다.

 불은 계속해서 타올랐다. 붉디붉고 푸르디푸른 혀로 모든 것을 집어삼켜 갔다. 한 조각, 두 조각. 너와의 달콤했던 추억들을 아끼던 사탕 집어먹듯 살살 녹여먹었다. 사탕은 혀가 녹아내릴 듯 달콤했다.

 달콤한 사탕을 집어삼키다 보니 어느새 바다에 도달해 있었다. 짰다. 바다여서 일까. 아아, 그것은 너인지, 나인지 알 수 없는 누군가가 흘린 눈물이었다.

 바다에 몸을 맡기고 흘러간 불은 마침내 커다란 벽을 마주했다. 불은 벽을 더듬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불은 벽을 마주 보고 타올랐다. 방화벽 이기라도 한 듯 벽은 불을 막아섰다. 단단했고 또 단단했다.

 어느샌가 벽은 불의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넘실거리던 바다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두껍고 단단한 벽만이 남아있었다. 불을 몸을 웅크렸다. 빈틈 하나 없던 벽에서 무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둡고 끈적끈적한 진흙, 늪이었다. 늪이 밑으로 불을 점점  끌어내렸다. 불은 늪에서 점점 사그라들어갔다. 늪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불은 눈을 감았다.

 늪은 쓴맛이 났다.

 벽으로 둘러싸인 채 늪으로 가라앉아 점점 사그라들어가는 불이 마지막까지 집어삼킨 체념의 맛이었다.

 불이 전부 사그라들자 벽도 늪도 바다도 전부 사라졌다. 그것들이 사라지고 남은 곳에는 사탕 한 조각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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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28 20:16 | 조회 : 816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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