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의 결말은,

아아, 웃는게 힘들어 질려고 한다. 인크로아스를 데리고 돌아디닌지 1시간 동안 계속 웃고 있었더니 입꼬리가 아파왔다. 다리도 저리고.

"….안 와?"

앞서 간 인크로아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손에는 푸른색 솜사탕을 꼭 쥐고, 상기된 두 뺨은 귀여워 보였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눈에 생기가 돌았다. 확실히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난 돈이 털렸지…

"힘들어서. 조금 쉬었다 갈까?"

벤치를 가르켰다. 인크로아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놀아준다며? 아직 1시간 밖에 못놀았어."

근처의 시계를 바라본 인크로아스가 말했다.

"자꾸 그러면 그냥 오늘…"

서둘러 입을 막았다. 여기 사람도 많은데 뭘 말할려는 거야. 하여간 애라니까..

"그래, 가자, 가. 어디로 갈건데?"

여기 지리도 잘 모르는것 같은 녀석이. 인크로아스의 얼굴이 금새 밝아졌다. 인크로아스는 내 손목을 덥석 잡더니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축제와는 조금 동떨어진, 겉으로 보기에는 돔 같이 생긴 구조물 이었다.

"여긴 어디야?"

"천체 투영관."

안쪽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별로 없었다. 위쪽을 바라보니 천장 가득 별이 떠 있었다. 인크로아스는 나를 앉히고 그 옆에 앉았다.

"예쁘지?"

"어? 응."

나를 돌아보며 말하는 인크로아스에게 대충 대답했다. 원래의 세계와 같이 과학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마법으로 만들어진 밤 하늘에는 은하수가 있었다.

이렇게 많은 별은 본적이 없었다. 왠지 시선이 느껴져서 눈을 흘낏 돌리니 인크로아스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안대를 끼고 있으니 얼굴을 돌리지 않는 이상은 보는지 모르는것 같았다. 조금 기뻐보이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사기적인 외모네.

조금 더 구경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고 시계를 쳐다보던 인크로아스는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단정한 정장 차림에,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을 넘긴 노신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얇은 눈은 짙은 청색 이었다.

"도련님, 여기 계셨군요."

인크로아스의 옆에 선 노신사는 웃었다.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안 순간, 스산한 느낌에 목 뒤에서 식은땀이 났다. 저 남자는, 누구였더라. 쫙 찢어진 눈매, 단정한 걸음걸이, 짙은 청색의 눈동자… 나온적이…없….나? 하지만, 익숙하고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직감과는 다른, 좀 더...

"뭐야, 왜 왔어?"

"이제 돌아가셔야지요. 걱정하십니다."

"…."

노신사는 웃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아가씨, 우리 도련님을 봐주셔셔 감사합니다. 여기 사례입니다."

젠이 든 주머니가 나에게 쥐어졌다.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나왔던거 같은데. 어째서 기억이…

"그럼 이만…"

둘은 멀리 걸어 사라졌다.

[신, 'system' 이 동화가 완료되었다고 말합니다.]
[신, '소원을 들어준 자' 가 씁슬히 미소지으며 대화를 신청합니다.]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 느낌이 이상했다. 대화를 허락하자, 바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시간의 여신, 크레일리아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축복을 내리겠습니다.

뭐하자는 거야, 대체.

- 더 이상 기억을 잊지 못하게 해드릴께요. 먼저 해드렸어야 했는데…시스템이 방해를 해와서.

동화는 뭔데?

- …동화가 완료된 이상 항상 흐릿하게 기억날 꺼에요. 미안해요. 제 힘으로도 이정도가 한계에요.

왜 내가 이곳으로 온거야?

- 당신이 이 이야기를 가장 사랑해주었으니까, 이 세계의 결말도 바꿔주기를 원했어요. 이 이상은 말하기 힘들어요.

….

- 죄송해요. 시스템이 막고 있어서…이것만 알아둬요. 그를 절대 믿지 마요.

목소리가 사라졌다. 주먹을 너무 쥐었는지 하얗게 됬다. 그녀의 말대로, 기억이 흐릿했다. 기본적인 스토리와 결말, 몇몇 등장인물들만 생각났다. 나머지는 안개에 뒤덮인듯 흐릿했다.

이 책의 결말은 베드 엔딩이다.

모든 사람과 신, 악마는 죽어버리고 주인공과 몇몇 지인들, 그리고 인크로아스 만이 간신히 살아남는다. 책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들이 그 뒤에 어떡게 됬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도.

나는.

나는 알지못한다. 나는 그저 그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된거야? 그리고, 그녀가 말한 '그' 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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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3 20:15 | 조회 : 2,809 목록
작가의 말
11月

여러분...설날 특집으로 뭘쓸까요....수위를 원합니까 달달을 원합니까. 제가 볼땐 이미 쓴다로 정해진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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