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과 감정의 관계에 대하여

이하연은 잠시 당황했다. 붉은 창들이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세계는 회색빛이어서, 멈춰 있는 카이를 바라보던 하연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야."

하연은 창을 열었다.

[특성 : 유혹
1단계 - 지능이 낮을수록 당신에게 큰 호감을 가지게 할수 있습니다.
2단계 - 상대방이 당신에게 느끼는 감정을 소량 느낄수 있습니다.]

"…유혹이랑 감정을 느끼는게 뭔상관이냐고."

지금 시간이 멈춰있는데, 하연은 미처 붙이지 못한 말을 삼켰다.

"크레일리아."

[시간의 여신, ''크레일리아'' 가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어째서 시간을 멈췄지?"

이 세계에서 시간과 관련된 신은 오직 그녀뿐이었다.

[시간의 여신, ''크레일리아'' 가 대화를 요청합니다.]

하연은 허공을 몇 번인가 두드렸다.

- 크흠, 하연아?

"시간, 풀라고."

- 미안, 지금은 안된다구! 지금 시간을 풀면 세계가 망가질꺼야!

하연은 생각했다. 어짜피 이 세계는 망가지게 되어 있다고. 물론 그것을 그녀가 모를리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이 아름다운 세계가 존재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기를 바랐고, 그래서 ···

"언제쯤 풀어지는거야?"

- 조금만 기다려. 지금 풀고 있으니까!

하연은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그런 그의 앞에 창이 몇 가지 정도 떳다가 사라졌다. 모두 오류라도 걸린 양 깨진 창들이 앞다투어 하연의 앞을 가렸다. 서서히 회색의 세상에 색이 물들어갔다.

[신, ''소원을 들어준 자'' 가 세상의 시작을 알립니다.]

카이의 눈동자에 에메랄드빛이 깃드는 것을 지켜보던 하연은 조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상의 시작이라, 어째서?

카이의 걱정스런 눈동자가 하연을 바라보았다. 하연은 그 시선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힘든 일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와도 좋다."

카이는 살짝 시선을 돌렸다. 붉어진 귓바퀴가 하연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하연은 조금 의아했다. 아무리 내가 첫사랑와 닮았다 해도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렇게 대하는 이유가 뭘까. 역시 권능 때문일까?

카이는 하연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하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크고 따뜻한 손의 느낌에 하연의 어깨가 조금 움찔거렸지만, 거부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야 하연은 카이의 손을 쳐냈다. 카이는 슬쩍 웃어보이고는 하연을 일으켰다.

"이만 기숙사로 돌아가 자는것이 좋겠군."

"납치하듯 끌고온게 누군데."

하연은 조금 투덜거리면서도 카이가 이끄는 데로 걸어갔다.

***

"으왁, 씨. 지각이다."

어제 그일때문에 알람을 끄고 다시 자버렸잖아! 젠장할!

[신, ''소원을 들어준 자'' 가 귀엽다는 듯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잣까 신놈아! 도와주던가 시야 한가운데에 창을 띄우는건 뭔데!

"윽?!"

무언가 단단한 것에 코를 박았다.

"아야야…"

나만 넘어진것 같아 기분이 나쁘군. 하하, 젠장할. 피지컬이 너무 딸리잖아.

"괜찮습…하연 학생?"

왜인지 안경을 쓰고 있는 담임을 만났다. 아니 담임 키 크다…가 아니잖아.

"하연 학생, 지각입니다?"

왠지 즐거워 보이는 담임의 표정이 짜증났다.

"시나한 선생님 덕분에 지각을 하네요."

부딫히지만 않았어도 지각 안했을꺼야! - 하연은 자기합리화를 진행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

"하연 학생은 농담도 잘하는 군요."

담임이 나를 끌고갔다. 하여간 이놈의 대륙에는 왜이렇게 신체능력이 좋은건지. 담임은 내 팔을 살짝 만지작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하연 학생은 앞으로 이 선생님이랑 점심을 같이 먹죠^^"

왠지 이모티콘이 붙은것 같은 말이다.

"싫습니다."

"이렇게 말라선 그냥 학교급식으론 턱도 없겠네요."

한손에 잡히고도 남는 내 손목과 적당량의 근육만 있는 내 몸을 보던 담임이 말했다. 아니 이 세계가 문제라고.

"많이 먹고 있습니다."

"다른 애들보단 적게 먹지요."

내가 다른애들보단 적게 먹는게 맞긴 하지만, 그건 다른 애들이 많이먹는거다. 난 딱 평균정도로 먹는데 무슨.

"에이, 그래도 제 밥이 더 맛있으니까 먹아 보고 말하죠."

이 담임 끈질기다. 많이 끈질겨. 반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길었었나요…

+++

[신, ''세계의 창조자'' 가 독자님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신, ''세계의 창조자'' 가 투표를 실행합니다.]

1.카이가 하연에게 연인의 감정을 느낀다. 그대신 하연의 멘탈이 부숴진다.
2.카이가 하연을 아들같다고 느낀다. 그대신 하연의 멘탈이 덜 부숴지고, 새로운 공이 추가된다.

[신, ''세계의 창조자'' 가 투표는 댓글에! 라고 부탁합니다!]

15
이번 화 신고 2019-01-10 20:59 | 조회 : 3,255 목록
작가의 말
11月

드디어 끝...!! ((투표 끝났습니다. 압도적으로 1번이 많아서 1번으로 정해졌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