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회상

"진짜로 괜찮으신 겁니까?"
나는 걱정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짜 뭐가 그리 괜찮은 것인지..
당신 걱정을 하게 만들지 마세요.
걱정되서 미칠 것 같으니까.
이 사람은 남을 걱정시키는 게 뭐가 좋다고..
그의 사랑은...
너무나도 가벼워서 금방이면 사그라질 불씨와도 같다.
지금도 말이야..
감정 숨기기도 어설픈데..
이건 모른 척하는 게 더 힘들다.
한 번이라도 진실을 말해줬으면 하는데..
내 진지한 물음에 그는 웃으며 쾌할하게 대답하였다.
"당연하지!"
거봐...지금도 말이야.
거짓말을 하잖아.
일부러 주먹도 쥐어보이며 말이다.
이거 빨리 아물 상처는 아닌 듯 한데..
또 곪아 터지려면 어쩌려고..
빨리빨리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이 상처가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까...
의무실에 가서 약이라도 챙겨오겠습니다."
나의 말에 그는 몸을 흠칫 떨며 얼른 나를 말렸다.
의무실에서도 일이 생겼었나 보군.
"에이..뭐하러 가?
이정도 상처는 끄떡도 없다니까~!"
거짓말....좀 많이 심한데..
상처는 짓물러서 고름이 터졌다.
피가 보이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치료를 안 해서인지..
아무는데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은데..
하얀 옷이라서 상처가 더 잘 보였으며
그의 옷이 약한 산들바람에 하늘거릴 때마다 옷 사이로 상처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언뜻 보았을 때
딱지가 생긴 상처는 거의 없다.
어쩌면 그가 폭력을 휘두른 곳은 겨우 아문 상처가 다시 터져가지고
그리 된 것일 수도 있다.
근데 저게 괜찮다니..
흉터로 남을 수도 있는데...
"너..의외로 섬세한 구석이 있구나."
그의 감상평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굴었다.
"제가 그리 보입니까?"
"응,엄청 상냥해보여."
"만약 저를 전장에서 적으로 만나셔도 그 말씀을 하셨을 수 있는 지가 궁금하군요."
나의 서늘한 말에 그는 기겁하며 말했다.
"아니...그 전에 너한테 이미 모가지가 날아갔을 것같아..
무슨 말을 그리 살벌하게 하냐?"
"웃으라고 농담한 것입니다."
...그게 농담이야..?
그의 속마음이 읽히는 듯 하였다.
나의 말에 그는 어이가 없단 듯이 날 노려보며 말하였다.
"그 농담 2번 하다가는 사람 잡겠네."
"그런가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아무튼 지금은 의무실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제가 약을 가지고 올까요?
아님 같이 따라가실 것입니까?"
혼자 있는 것보단 같이 있는 게 나을테니..
분명 그는..
나와 함께하는 것을 선택하겠지.
어때요.
내 말이 맞지 않나요?
나는 문 밖에서 우릴 지켜보는 누군가에게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눈빛교환을 하였다.
만약 아니라면 증명해 보시죠.
아즈마의 몸을 살짝 끌어당겨서 품에 가두어 보였다.
"저..저기..이시타..?"
"잠시만..이대로 있어주세요."
나는 덜덜 떨며 말했다.
가엽게도 순진하고도 어리석은 아즈마는 내가 연기한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불쌍하기도 하여라..
"알았어."

나는 이시타의 품에서 꼬물거렸다.
약간 달콤한 향기가 느껴진다.
되게 포근해서.... 마치 내가 어린 날 형과 함께 힘들게 구해주었던 어미새가
새끼를 품는 모습이 생각나네.
아즈마는 내 품에서 키득거리고 있었다.
과거회상인 것 같은데..
어린 시절의 기억 중 좋은 기억이 있었긴 하군.
당신도 사랑을 받았어.
사랑을 못 받았다던 당신도 사랑을 결국엔 받았었잖아.
사랑 못 받았다는 생각조차도 못 할 정도로 내가 사랑해줄게.
대신...나한테도 기회를 줄 거야...?
그래 줄거지?
나의 기사님.
이시타는 아즈마를 바라보았다.
"이시타,너 향수라도 써?"
갑자기 뜬금없이 그는 내게 냄새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향수라니..갑자기 뜬금없이..
아..혹시 기억하는 것인가?
예상 외로 눈치가 좋을 수도 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예전에 어딘가에서 맡아본 향인데..."
"혹시..기억 나십니까?"
내 쉴새없이 나오는 질문에 그가 버벅거렸다.
"아니..기억은 잘.."
이런..눈치가 없는 사람한테 내가 뭘 기대한 거야.
이미 그가 손을 썼을텐데.
나를 기억할 수가..있으려나..
아니면 내가 떠올리게 해줄게.
우리의 첫만남을 말이야.

이 향기 분명히 어딘가에서 맡아봤는데...
되게 안심되는 향이었는데..
중요한 기억을 잊어버린 것 같다.
어쩌면..그가 기억하지만 나는 기억 못하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이시타와 함께 하다보면 언젠가는 떠올려지겠지..
"너랑..같이 갈게.."
"알겠습니다.
따라 오시죠."
내가 내민 손을 그는 잡고말았다.

순간 맞잡은 손에서 그의 손에서..
온기를 느꼈다.
따스한 느낌.
어째서 난 이 손에서 온기를 느꼈던 것일까..
이 맞잡은 손에선 다정함이 느껴졌다.
혹여 내가 아플까봐 손에 힘을... 주지 않은 것도.
마치 그의 손을 예전에도 잡아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언제적이었는지는 몰라도...
기억은 안 나도..
분명히 그를 만났던 것같다.
왜 나는 확신에 찬 생각을 가졌던 것일까.
드르륵-.
변한 게 없네 진짜..
나는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아직도 여긴 변한 게 없습니다."
"어..?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음..당신이 예전에 절 여기로 데리고 왔었으니까요."
"난 기억이 없는데..?"
내 바보같은 표정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에겐 중요한 기억이 아니었으니까요."
내 씁쓸한 표정을 눈치 챈 그는 내게 사과하였다.
"미안해..
내가 기억을 못 해서..."
그는 미안한 얼굴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아닙니다.
저도 사실은 기억을 잊고있었습니다.
당신을 만난 뒤 다시 기억났지만요."
그의 위로 아닌 위로를 들으며 나는 소독약을 찾았다.
"아...앉아계십시오.
제가 찾겠습니다."
"아..아냐 괜찮..아!"
넘어지려던 그의 어깨를 나는 덥썩 무심코 세게 잡았다.
질척-.
"아..아..파.."
어느새 보니 그의 어깨에선 피가 흘러나와 그의 옷 어깨부근을 적셨다.
아..이 정도로 심한 상처였다니..
예상치 못한 상처의 깊이에 아즈마 본인도 놀란 듯 하였다.
그는 당황한 것을 애써 숨기려고 상처를 숨기고 포커 페이스를 시도하였지만..
내가 살짝만 상처 부근을 건드리자 그는 곧바로 아픔을 신음으로 토해내었다.
"아.."
"이 정도로 심한 상처였습니까."
"아니...그게 나도 잘 몰랐는데...
이 정도로 심할 줄은.."
"결국엔 대충은 눈치챘었단 것입니까.
아프면 참지 마세요.
참을 이유도 없잖아요."
마치 내가 잘못해서 꾸중을 듣는 아이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아니...내가 잘못한 것이 맞겠구나..
그를 걱정시켰으니까...
"걱정 많이 했다면 미안해.
걱정 안 시킬게."
"정말이십니까."
"응,정말이야. 믿어도 돼."
"알겠습니다.
당신을 안 믿겠다고 한 적도 없었습니다.
내가 당신을 다 알기때문에.
나는 당신에게 예전부터..몇 년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거든.
"저기..아즈마님..루오님에 대해 질문하여도 됩니까?"
"음..상관없어."
"아즈마님은 왜 루오가 좋으십니까?"
"음...내 과거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지루할 지도 몰라."
"아뇨,오히려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러면 들려줄게."
정말 재밌을 것 같은데?
"음...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였어.
나의 부모님은 나쁜 사람이었거든.
나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오면 만날 형을 때리셨지.
형은 내가 맞지 않기만 하면 된다면서 항상 날 걱정했어.
난 비겁하게도 형을 사지로 몰았지.
나의 어머니는..아버지의 사랑만을 원하셨어.
우릴 사랑해주지 않으셨지.
그의 사랑만을 갈구하였던 거야.
그 여자는 만날 우릴 버러지,쓸모없는 새끼들이라고 했어."
갑자기 그는 앞머리를 걷어올리며 분한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가 저리 분해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는데..
이 모습도 재밌네.
"아직도 내 머리쪽은 상처투성이야.
우리 아버지는 자신의 치부를 들키기 싫어하셨어.
그 개자식은 우리한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아무도 모르길 바랬거든.
그래서..내 머리카락 쪽에다 담배를 지졌어.
우리 집의 재떨이라고 하면서."
진짜로 그의 옆 머리카락을 들추자 지진 자국이 보였다.
셀 수 없을 만큼이나 많아보인다.
"그 여자는 미쳐버렸어.
결국에 사랑만을 갈구하다 죽어버린 셈이지.
개자식은 자기 아내가 미쳐버리자 어느 창고에 가두어버렸어.
그래서 밤마다 그 여자의 노랫소리와 문 긁는 소리가 났었어.
형은 그 소리가 내게 들리지 않게 밤마다 내 귀를 꼭 틀어막아주면서 날 위로했거든.
그래서 무섭지 않았어.
소리는 차단되었진 않지만 그래도 형이 있었으니까.
그가 나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지.
이젠 그런 사람은 없지만.."
"제가 있어드리겠습니다."
"후훗...말만으로도 고마워."
"진짜입니다."
내 비장한 태도를 보며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개자식은 자신의 아내를 죽였어.
그 여자는 창고 안에서 외로이 죽어버린 것이지.
난 아직도 그 개자식이 자신의 아내 시체를 보면서 하는 말을 잊지 못해.
그러게 왜 그 지랄을 떤거야.
라고 했었어.
자신의 아내에게 말이야.
한 때는 사랑했다면서 속삭였을 그 입으로 말이야.
미안하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나는 벗어나고 싶었어.
그 더러운 집안에서 반드시 살아나갈려고.
맨날 그에게 반항하였지.
그에게 맞아도 상관없어.
그렇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고 굴복해버린다면..
내가 살아있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것같아서...
그에게 죽일 듯이 반항을 하였어.
이러다가 죽기는 싫었어.
딱 한번 자살하려고..마음을 먹은 적이 있었어.
너무 힘들어가지고..
이대로 나만 죽어버린다면 모두가 평온해질 것 같아서.
그래서 밤에 창문을 열고 2층에서 뛰어내려서 한적한 들판으로 나갔어.
죽을 때만은 조용히 평온하게 죽고싶었거든.
그때 나무에 줄을 매달고 고리 사이를 통하여 마지막으로 내려다보는 마을은 정말 멋졌어.
진짜로 내가 없으니까..
더 행복해 보였거든.
정말 우습지 않아?
내가 있으면 마을이 엉망이 되나봐.
그래서 그냥 죽으려고 밧줄을 목에 맸어
매고 딱 당기니까.
죽음이 목까지 차오르는 게 느껴졌어.
그게..자유였다면.
나는 몇 번이고 탈출했을 거야.
그 쾌락을 느끼려고.
근데..너무나도 웃긴게..
눈 떠보니까..루오 테미르 그 놈의 집이더라.
그때 그 녀석을 처음 봤었거든.
그래서..내가 자살하려는 꿈을 꾼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목에 붕대가 감겨져있더라고.
루오는 그때 날 1번째로 살렸어.
날 왜 살렸냐고 물으니까..
'너 기억 안 나는구나.
그때 너가 의식이 흐려가던 중에 나한테 손을 뻗으면서 살려달라고 말했거든.'
그래서 살려줬대.
내가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하냐고 하니까.
루오가 '그럼 너가 사랑하는 사람 죽은 뒤에 죽어.
아님 너가 그 사람들을 죽인 뒤에 죽어.'
라고 했었는데..
그러니까..죽지를 못 하겠더라고..
형이 살아있는데..
내가 형을 어떻게..죽여..
형 죽은 뒤엔 살아갈 수 없거든.
그래서..소중한 사람이 죽으면 따라 죽는다고 말하는 거야.
너무 힘들거든.
미쳐버릴 것 같거든.
아니..난 이미 미쳤어."
그의 말에 나는 의문이 들었다.
어쩌다가..루오가 그의 형을 죽여버린 것일까..
루오가 아즈마를 몇 번이나 살렸을까..
그런 것들 말이다.
"난 진짜로 미쳤어."
그의 자백을 들은 나는 질문을 하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게 행복한 것인 줄알고 착각하고 있잖아."
그래..어쩌면 그는 미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상관없다.
이 세계는 다 미쳤으니까.
어린 아이도.하물며 동물도.
루오도 나도.
서로의 아픔에 무관심하다.
우리 곁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우린 수십세기 동안 몰랐고 모른 척 하였다.
"그때부터 말이야.
인연이란 게 정말 신기하단 것을 느꼈어.
형이랑 나랑 루오랑 이렇게 셋이서 친해졌으니까.
나는 부러웠어.
형은 밝았고,루오는 우월했어.
그들의 사이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단단하고 끈질긴 무언가가 연결되어있었었지.
한마디로 우정이야.
형과 루오의 우정이 부러웠어.
그들 사이엔 내가 있을 틈 따윈 없었거든."
"근데..어째서 형님을.."
내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불쑥 질문하자 그가 아차 하며 말했다.
"미안..지루했지.
그냥 좀 생략하고 말할게.
반란인가..
우리 마을이 불바다가 되었던 날.
형이랑 나는 흩어졌거든.
나는 형을 찾다가 아버지를 찾았어.
그 자식은 놀라서 허둥지둥 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기사들을 피해 도망쳤어.
개자식은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깔려죽었지만.
그 때 놀라웠던 게..
그 놈이 깔려죽인 집이..그 어미란 여자가 갇혀죽은 창고였거든.
어쩌면 한이 서려서 아직도 머물러 있을 지도 몰라.
음...그리고 얼마 안 가서 루오랑 마주쳤어.
그때까진 그가 내게 칼을 드밀어댈지도 모르고 있었지.
내가 만약 그에게 가지 않았더라면..
형은 아직 살아있었겠지.."
"하지만..아즈마님은.."
죽어버리잖아.
당신은 죽으면 안 되지..
"나따위가 살아봤자.
도움이 안 되거든.
근데..우리 형은..왜 날 살린 걸까..
그때 내게 날아드는 칼을 보고도...눈을 감아버렸지.
차라리 루오의 손에 죽는 것이 깔끔했거든.
근데..통각이 느껴지지 않았어.
아~이미 죽어버렸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형이 죽어버린 것이었어.
그때 올려본 루오는 웃고있고...내가 절망하는 모습에 그는 희열을 느꼈는거야."
나는 말을 하다 말고 헛구역질을 하였다.
순간...내가 그 때 눈떴을 때...내 눈에 묻어있던 붉은 선혈...
비릿한 피 냄새가 아직도 난다.
내 기억 속에선 아직도 비릿한 피 냄새가 가시지 않아..
"괘..괜찮으십니까..?"
"아..괜찮..우욱.."
'왜..왜 그랬어..?'
기억 속의 나는 울고있었다.
죽어가는 형의 손을 꼭 잡으며...
'너가 죽으면..안 되지...
너가..죽으면..내가..살...아갈 이...유가 사라져...버리잖아..'
'형...정신 차려..
왜..누가 죽긴 죽어...
형은 살거야..'
'바보야...이 상태에서..살 수 있다고..?
나는 칼을.....정확히....목에 꽂.....힌 것을 알....수 있어..
이미 피가 너무 많이 흘러서...
살기는 무리야...'
형은 희미하게..웃어보이며 말을 이어갔고..
살짝 들어난 그의 입은 피투성이였고 그의 하얀 이도 결국 붉게 물들었다.
그의 입에선 쉴새없이 피가 나온다.
'형..말하지 마..
그럼..더 힘들..잖아..이 바보야..
살 수 있다니까..
그러니까..말하지 마...
제발...형이 말하는 게 한 마디 한마디가..유언이 되어버릴까봐..
무서우니까!'
'아즈마..나 좀 봐..줄..래..?'
그의 상냥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보고 말았다.
마지막 순간을..
형이 힘겹게 말하는 고통에 찬 마지막 그의 말을.. 들으며..난 그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즈마...이젠..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말고...
행복...하게..살아가..
너를 좀...먹는 사랑을 하지말고...'
'알았어..모든지 할게..
그러니까..제발...'
'그럼..아즈마..부탁해..
나를 잊...어줘..'
그의 말을 들은 순간 사고는 정지 되었다.
무슨..소리야..자기를 잊어달라니..
내가..내가 어떻게 그래..
'형을 어떻게 잊어...
내가..형을 어떻게 잊어..'
나를 지켜주었던 형을..
나를 사랑해줬던 형을...
내게 손을 먼저 내밀었던 그를...
'과...거를 잊고...
나...를....잊고....
가족...을...잊...고..
새로운....가족...을 만...들어..
너를 사....랑...해줄....'
'싫어..그딴 거 배운 적도 없어...
형을 어떻게 잊냐고..
방법도....모르는데..
잊을 마음도 없는데..'
'기억해봤자..너에겐...끔찍한...혐오..스런..과거...일 뿐...
좋..은....기억....따윈...없으니까.....'
'혐오..스럽다니...
나는 행복했어..
그 안에서..형에게 인정을...받았고..
사랑을 받아서.....이제...되..돌려..주려 했는데..
가버..리면..안 돼...'
'근데..이것도 참..신기..하다..
죽,..는 것...무서..울 줄....알았는데...
신...기...하게.....아즈..마랑...손...을...잡...고 있으..니까..
전혀..무섭지..않아..
오히려..행복해...'
'형...그만해...이제..그만 놀려..
나 그만 놀려..
장난 치지 마...
어서 일어나서...나랑 놀러가야지...'
아직 어리광 부릴 나이였는데..
형은...아직 사랑받을 나이였는데...
'아즈마...꼭...기다...릴..게.....
천천..히...와줘..
언제...까지...나.....기다..릴게..
미..안...해...'
툭-.
맞잡은 손에...온기가 남아있는데...
손에 힘이 없어..
온기가..사그라 들어가버린다.
방금까지 움직였던 입술은 굳게 닫혀버렸고.
나를 다정히 바라보던 그의 신비롭고 영롱한 눈은 어느새 생기를 잃었다.
하지만..그는 웃고있었다.
편안하게 웃고...있으면..내가..화내질 못하겠는데...
내가..또 형을 따라가면..그 미소가 깨져버릴까봐....
따라갈 자신...이..없네..
내가..먼저 다가가려 하기로 해놓고는...
비겁하게 말이야..
미안해..
미안해...
쿵-.
"아야야..."
눈을 떠보니 침대 위였다.
뭐지...?
나..분명히...
촤르륵-.
옆에 있던 커튼이 걷혀지면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루오 테미르.
하필이면..이 꿈을 꿨을 때..
가장 보기 싫은 얼굴인데..
나는 다시 누우려고 하였지만 그가 손목을 붙잡은 탓에 그러지 못하였다.
"지금 뭐하는거야?"
"무슨 꿈꾼지 내가 맞춰볼까."
"뭔 개수작이야."
"아시가 나왔구나."
아시..
나의 형.
너가 죽인 형.
너의 손에 죽어버린 소년.
"그 이름 입에 담지 마.
너가 죽인 사람이야."
나의 말에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가 죽인거야.
그때 너가 죽었더라면 그는 살아있었을 거야.
내 말이 맞지 않아?"
내 상처를 건드려서..
내가 그에게 의지하게 만드려는 것인가..
"오랜만인 것 같아."
"이거나 놓고 말해."
"싫어, 좀만 이렇게 있어줘라."
"너 왜 그래?"
왠지 불길하다.
나는 얼른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눈!"
"아..이거..들켜버렸네."
그의 왼쪽 눈은 안대를 쓰고 있었다.
"걱정되지.
걱정되서 미칠 것 같지."
그는 갑자기 나를 추궁하였다.
당연히 걱정된다.
실명된 거라면...더 큰일인데..

아즈마는 평소엔 표정관리를 잘 하지만 내 앞에선 잘 못한다.
그게 나는 마음에 드는데..
나한테 숨김없이 모든 게 들어나니까..
"아즈마."
거봐, 지금도 볼이 빨개져있잖아.
이래서 솔직한 애들이 좋아.
"왜 그러는데?"
"나 걱정되는구나."
"당연하지..
조금 밉기는 해도..같이 지낸 세월이...몇인데..."
"그래서 이렇게 섹스도 해주는 거야?
그럼..딴 애랑도 나처럼 이리 오래 지내면 다 해주는 거야?"
"어떻게 그딴 식으로 말해?
내 대답 잘 알잖아."
"그래도 듣고 싶어.."
"너가..좋으니까.."
역시..바보같아..
자기의 혈육을 죽인 사람을 사랑한다니.
사리분별이 안되는구나.
쪽-.
나는 그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춘 뒤 달콤한 거짓말을 속삭였다.
"사랑해,아즈마."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기 위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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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7 01:02 | 조회 : 1,183 목록
작가의 말

후원할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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