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는 경국지색이다.

"열려라. 달의 문이여 그 너머에 있는 내 말을 듣고 있는 자-."


리베라의 말에 반응하듯 피로 그린 소환진들이 보랏빛색으로 리베라의 피가 묻은 자리부터 천천히 색이 변해가며 그녀가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놓자 마법진이 마력에 반응하듯 희미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주위의 기류들이 바뀌면서 거센 바람들이 리베라의 주위에 불기 시작했고, 머리카락들이 휘날리며 리베라는 천천히 눈을 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내뱉었다.


"모든 만물의 어머니이신 물의신의 첫째 생명과 죽음을 다스리는 힘을 빌려서 소환하고자 합니다."

"빛나며 어둡고, 선하며 악하고, 자비와 살육을 행하는 자, 사라져버린 첫 번째 빛이여-, 내 부름에 응답하리."


리베라의 말을 끝으로 보라색 섬광이 터지면서 마법진위에는 웬 물방울무늬의 이불을 덮고 분홍색 잠옷을 입은 보라빛피부를 가지고 칠흑같은 검은머리에 잠옷과 세트인 듯 분홍색 수면모자와 주황색에 감긴 눈이 그려진 안대를 한 채 물방울무늬베개를 베고, 사람이 자고 있는지 고른 숨소리만 들렸다. 리베라는 소환을 잘못했나 생각하며 자고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옆에 쭈그려 앉아 그의 볼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그냥 단순히 자는 건가?"


자고 있는 줄 알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있었는데-, 네가 소환해서 깼군......음? 소환?"


그는 자신의 볼을 찌르는 리베라의 손을 붙잡고서는 잠시 자신이 했던 말을 곱씹으며 깨달은 듯 리베라의 손을 놓으면서 벌떡 일어났다.


"누가 날 소환했는가! 이 공기! 틀림없이 중간계의 공기야! 얼마 만이지!"


그는 상쾌하다는 듯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고서는 자신을 소환한 리베라를 쪽으로 정확하게 돌아보니 여전히 안대를 쓴 채 그녀에게 미소 지었다.


"날 소환하게 너인가? 중간계 정말 오랜만이군, 고맙기는 하지만, 지금 시대의 소환술은 금기했을 텐데-? 날 왜 부른 거지?"

"소환한 건 내가 맞고, 금기인 것도 맞는데-.....카르멘이 오늘 한 수업의 복습이자 숙제로 아무거나 소환하라 해서 소환진 아무거나 그려서 한 건데."


리베라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물론 내가 심심해서지만-."


리베라의 말에 그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이가 없었다는 말투로 그는 리베라에게 충고했다.


"미쳤군, 단지 그 이유로 나를 소환했다고? 그 카르멘이라는 녀석, 그러니까 너의 스승은 이상한 녀석이야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너의 목숨에 이로울 것이다, 그리고 너-, 그거 예언한지 천년도 안 지났는데, 기껏해야 그 교황이 예언한지 몇백 년밖에 안 지난 것을 이제 네가 나를 소환했으니 예언이 실행될 거라며 너를 죽이려 들것인데? 억울하지도 않는가?"


그의 말에 리베라는 관심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늘 목숨의 위협이야 당하고 있고-, 이래 봬도 난 황태자와 쌍둥이인 황녀니까, 상관없어."

"솔직히 밤마다 손님들이 오고, 먹을 수 있는 것들에는 무료하지 않게 독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내가 소환한 걸 알든 모르든 별 차이 없을 것 같은데-, 좀 더 손님들이 많아지는거 뿐이지-."


그는 소리 내 웃으며 리베라를 쳐다봤다.


"이른 나이에 삶이 벌써 재미가 없나보군?"


그의 말에 정곡이 찔린 듯 리베라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를 쳐다봤다.


"일단 내 모습부터 바꾸고 말할까-, 그 카르멘이라는 그 작자가 소환을 시켰다면 당연히 계약을 하는 것도 포함이었겠지."


그가 손을 한번 튕기자 그의 모습이 창백한 피부에 대비되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칠흑같은 머리카락과 백안을 가진 체 눈꼬리가 올라가 있고, 눈 밑으로는 살짝 다크서클이 보였다. 입술은 맛보면 자몽맛일 날 것 같은 색으로 입술의 혈색이 돌았고, 풀어헤친 셔츠와 그 셔츠 사이에는 잘 자리잡힌 쇄골이 있었고, 균형 잡힌 몸매에 맞는 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바뀌었고, 그 모습은 나라를 몰락으로 몰아간다던 경국지색이었다. 그 순간 리베라는 순수하게 그의 미모에 감탄했다.


"괜찮나? 오랜만에 인간의 모습을 하니 어색하군."


그의 말에 리베라는 계속 감탄하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잘생긴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구경했다. 리베라의 행동에 그는 당황한 듯 귀 끝이 붉어졌다.


"그만 봐라, 나랑 계약해야지, 구경거리가 되려고 모습을 바꾼 것이 아니다!"

"미안, 하지만 잘생긴 건 볼 수 있을 때 봐야 해."


리베라는 꽤 뻔뻔하고 진지하게 대답했고, 그는 이런 반응이 한두 번이 아니듯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계약을 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대가는 우리 악마들의 주식 가끔 내가 배고플 때 피를 주면 된다."

"피? 난 생명의 목숨이나 인간의 영혼 이런걸 원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


리베라의 말에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건 악마마다 다르지만 나는 내 힘으로도 인간계에 있을 수 있으니 그대의 피만 대가를 받는 것이지-, 취미가 나쁜 악마들은 영혼을 탐냈었고, 약한 악마들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라는 놈들도 있었지, 하지만 다 옛날 옛적 이야기지 않는가? 지금은 소환술이 금지당했으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기록해두어야지."


어느샌가 들고 있던 책으로 깃털 펜으로 기록해두면서 리베라가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계약하면 증표가 생긴다던데 맞나? 어디에 생겨?"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군, 이번이 인간이랑은 계약이 처음이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대 내 손을 잡고 마주 앉아라."


리베라와 그가 손을 맞잡고 마주 보며 앉았다.


"이제 와서 말하기에는 그렇지만 이름이 뭐지?"

"성은 말해봤자 쓸모없으니, 리베라야."

"그래 리베라-, 내 이름은 라우디스 마계의 왕, 마음대로 불러라."

"라스어때?"

"괜찮군."


라스가 마계의 왕이라는 말에 리베라는 잠시 당황하다가 거물을 소환했다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내가 머릿속에 말을 할 테니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겠나, 리베라?"


리베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머릿속에 들려오는 말들을 천천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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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9-22 04:54 | 조회 : 689 목록
작가의 말
지나가고싶은 행인

근 8개월만이네요.,.,,,이거 올렸는지 까먹고있었네요...어차피 자유연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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