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생생한 기억

생각만 해도 아픈.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선명히 각인된 기억은 나를 어김없기 2년 전, 그날로 데려다 놓는다.

"지옥으로 보내라."

너무도 냉정하고 싸늘했던 아빠, 아니 저승의 왕 이성이 내린 판결은 내게 너무나도 납득하기 힘든 처사였다.

"아바마마! 이건 아닙니다, 이건 정말 아닙니다! 어찌 따뜻한 마음으로 망자를 바라보시지 않는 것입니까? 망자는 이제 겨우 15살이고, 생전 뚜렷한 악행이 없었으며, 여리고 순한 인물입니다. 그저 법전에만 의지해 재판하시기보다 부디 그의 사정을 봐주시어.."

"세상에 사연 없는 인간이 어디 있느냐? 물러터진그런 마음으로 어떻게 재판을 하고, 어떻게 저승을 운영하겠느냔 말이다. 저승법규상, ...한 선택은 지옥으로 가야 한다. 알겠느냐? 감성적으로 굴지 마라. 너는 세자다."

이내 온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래도!!! 지옥으로 갈 만큼 악한 인물이 아니옵ㄱ.."

"닥치거라! 어찌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한 것이냐? 그렇게 모든 일을 감정에 따라, 봐주고, 눈감아 주면 법이란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이 한심한 것아!!"

이내 검은 옷을 입은 사신들이 들어와 망자를 끌어냈다.

그리고.. 그 눈빛을 정말 잊지 못한다.

"세자저하!!! 살려주십시오!! 세자저하!! 세자저하!!읍.."

아바마마에게 비는 것은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악을 쓰며 호소하던 그 눈빛. 이내 사신들이 그의 입을 막았지만, 애처롭게 바라보던, 살려달라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그 눈빛은 아직도 너무 아프다. 그러나 더 아픈 것은 내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려달라던 그에게..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가 지옥으로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미건조한 이성의 목소리.

"오늘 재판은 여기까지 하겠다."

평균적으로 1시간, 빠르면 30분 만에 끝나는, 지옥행과 천국행을 나누는 그 재판은 4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방에 들어와서 털썩 주저앉았다. 참았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밤새 울었다.

소리를 안 낸다고 애썼는데, 안 났을 리가 없다. 아마 많은 대신들과 신하들이 내가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미안하고, 원망스럽고, 아팠다. 내가 이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새삼 다가왔다. 냉정하고 비인간적인 저승의 법은, 왜 아직도 관습이라는 아유만으로 부당한 처사의 뒷받침이 되는지도 납득할 수 없었다.

이후로 더는 웃을 수 없었다. 또한 대리청정 기간이기 때문에 하루종일 재판 현장에 있는데, 내가 망자의 편을 들면 또 그 눈빛을 볼까 봐 무서웠다.

- 다시 현재

'X발.. 피도 눈물도 없는 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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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13 23:00 | 조회 : 23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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