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ear - Nyctophobia (1)

"...선생님?"

"아, 네! 죄송합니다. 그래서 방금 뭐라고..."

"꼭... 공포증이 무엇인지 써야 하나요? 조금 민망한데..."

새 회원의 망설임에 김선생은 살짝 웃으며 위로에 말을 건내었다.

"걱정마요. 저도 가입한 걸요? 공포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에요.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은 있으니까.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아요!"

그의 말에 그녀는 조심스레 "공포를 느끼는 대상" 란에 세 글자를 적었다.

'고양이'

"우...웃지 말아요! 저는... 무서워하니까..."

"제 공포증도 만만치 않은데 제가 어느 낯짝으로 다른 사람의 공포를 비웃겠어요? 흠... 고양이면... Ailurophobia시군요. 써클에는 회원님 말고 열세 분 더 있네요."

자기 외에 그런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있다는 말에 안심한 듯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은 무슨 공포증인가요?"

"저는... 음... 좀 특이한거라... 오히려 제 공포증을 듣는 사람들이 더 당황스러워 하더라고요. 그런걸 무서워하냐고..."

"아... 곤란하시면 얘기 안 하셔도 되요!"

"아니에요. 딱히 뭐... 써클 활동하면서 많이 나아졌거든요. 이런거 얘기하는거."

김선생은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써클에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쑥쓰러워하지 말라고 자신이 가르치지만 자기 자신도 힘들어 하니, 김선생은 어이가 없었다.

"Pediophobia, 라고 들어보셨나요?"

"글쎄요... 우리나라어로 뭐라고 하죠?"

"인형공포증이에요. 저 말고도 써클에는 한명 정도 더 있을 정도로 흔치 않죠. 써클 멤버가 이제 300명 가까이 되니까..."

그녀는 '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놀라워하면서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 반응. 김선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를 이해했다.

"일단 그쪽 얘기부터 들어봅시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김선생이 상담실에서 상담을 하는 동안 밖에 몇몇 그림자들이 보였다. 그녀는 그 방향을 가르켰고 김선생은 익숙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확인 하러 나갔다.

"카운셀링 중에는 분명 방해하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여울씨?"

"급한 일이 있다고 하길래 데려왔어요."

여울의 옆에는 작은 꼬마가 있었다. 며칠전에 들어와 암소공포증 (Nyctophobia) 진단을 받은 아이다. 아이는 김선생의 옷깃을 잡아 끌며 어딘가로 데려기기 시작했다.

"여울씨! 마저 끝내 줄래요?"

"원래 이러면 안되는 거... 아시죠? 돌팔이 의사"

"돌팔이니까 가능한거에요. 이해해줘요 한설씨!"

한설은 괜찮다며 웃어보였고 여울과 함께 상담을 이어나갔다. 그 사이에 꼬마에게 끌려간 김선생은 영문도 모른채 계속 끌려다녔다.

"저기... 꼬마야?"

"갑순이야 이름."

"그래 갑순아. 이거 좀 놓으면 안되니?"

김선생의 말은 싸그리 무시한채 갑순이는 그를 어떤 방으로 끌고 갔다.

"자, 잘 봐."

갑순이는 그 상태로 방의 불을 모두 껐다.

"갑순아, 이건 아닌 것 같-"

"가만히 있어! 절대 불 키지마. 내가 킬거야."

갑순이는 강제적으로 두려움을 극복하려 한 것이고 그것을 김선생에게 보여주려 했다. 점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용한 방안은 갑순이의 거친 숨소리와 신음소리로 채워졌다. 이내 신음은 울음으로 바뀌었다.

"하아.. 하아... 흐윽... 윽... 싫어... 누가 불 좀..."

그 소리에 김선생은 불을 키러 스위치 쪽으로 손을 뻗었다.

"안돼!"

갑순은 최대한 그를 말렸지만 김선생은 불을 켰다. 갑순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젖어있었고 머리카락은 엉켜 붙어 보기 흉했다.

"불 키지 말라고 했잖아!"

"선생으로서 맡은 회원님이 발작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그러다가 죽으면 저 감방행이라고요."

"나... 나가고 싶단 말이야... 회장님이 다 나으면 보내준다고..."

'아, 기억났다.'

하루에 신입회원 몇십명씩 만나 상담을 하기에 처음에는 소녀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났다. 하지만 상태를 보고 김선생은 선명히 기억 나기 시작했다. 어둠을 극상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잠을 자려 눈을 감는 것 조차 두려워 했기에 수면제를 조금씩 투여받는다고 들었다. 그 정도로 극적인 공포증 회원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일때까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제받는다.

"그래서... 저보고 회장에게 조금 나아졌다고 말하라고 하는 거에요?"

"...네"

"그건 곤란해요. 사실 방금 있었던 일도 보고하면 제제기간 늘어나는 건 알고 있었나요?"

몰랐다는 듯이 갑순은 당황스러워하더니 손톱을 물기 시작했다.

"걱정마요. 일단은 나만 알고 있을테니까. 그 대신... 제 테라피 세션 잘 따라와줘요. 알았죠?"

그렇게 갑순은 김선생의 첫 정식 테라피 회원이 되었다.

0
이번 화 신고 2018-11-22 03:11 | 조회 : 871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잘 부탁드립니다ㅏㅏ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