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네."
칼레이야는 하데스나 데메테르의 앞에서와는 다르게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새삼스레 다시 살핀다고 해서 별 진전은 없었다. 태어나는 신들의 수를 줄여도 봤지만 효과는 미진하다.
'이대로 있으면 곧 소멸...하겠지.'
아무리 신들이라도 죽음은 두렵다.
신의 죽음은 곧 소멸이기에.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서다. 신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소멸하고 잊혀질거라는 두려움과 안타까움 때문이다.
칼레이야 또한 죽음이 두렵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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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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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보다 더 안따까운건,
'이제는 하데스를 보지 못할테니까.'
무엇이든 언젠가는 잊혀진다. 신은 망각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그 기억을 덮고 새로운 기억을 덧씌어 과거에 얽매이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
그건 하데스또한 마찬가지.
길어봤자 500년.
아니, 그 아이들을 맞이하는 시기로 계산해 봤을 때, 더욱 짧겠지.
하데스에게 말해야 할까?
하데스의 반응을 상상하던 칼레이야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가 감정을 찾아가고 있다는건 바로 옆에서 지켜본 칼레이야 자신이기에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하데스라면 평소와 같은 무표정으로 그래?하고 답하겠지?
그는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아주 조금 마음이 아프다.
"칼레이야."
"......!"
"? 뭘 하고 있어?"
움찔거리는 칼레이야를 하데스가 의아하게 쳐다봤다.
하데스는 찔리는 표정을 가다듬고 언제나와 같은 상냥한 표정으로 하데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 하데스. 지상을 관찰하는 중이었어. 데메테르가 또 아이올로스(바람의 신)를 혼내고 있던걸? 이 둘은 언제봐도 참 유쾌해."
칼레이야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뒤를 돌았다.
그렇기에 그는 하데스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