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세계수 칼레이야.'

칼레이야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아무 것도 없는 이곳에서 나와 칼레이야만이 존재할 수 있었다.
칼레이야는 신기하게도 내가 예전에 느꼈었다고 생각되는 여러 감정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확실히 고저가 분명한 목소리와 풍부한 표정은 심심하지는 않았다.

세계수라고는 하지만 나무는 매개체일 뿐 대게는 인간의 형상을 취하는거 같았다.

그리고 난 칼레이야에 의해서 처음으로 나에게 새겨진 이름을 알 수 있었다.

하데스.

그는 날 그렇게 불렀다. 그 이름은 지금의 나에게 아니, 인간이었을 적에 나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신 중 한 명이자, 세 명의 형제 신들 중 첫째. 영혼의 종착지인 명계를 다스린다는 '명왕 하데스'.

왜 그런 이름으로 부르는지는 모르겠으나 딱히 상관없다 싶었다.

"하데스."

"왜?"

왜인지 모르게 들뜬 목소리로 칼레이야가 나를 불렀다.

"하데스. 곧 새로운 신들이 탄생할거야. 그러면 우리는 다시 한번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어."

'다시 한 번'이라는 글자가 뭔가 이상했지만 칼레이야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것 같아 일단은 이 이야기의 중점인 새로운 세계에 관심 가졌다.

"...새로운 세계?"

그 단어를 읇조리자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중에서야 깨닫지만 그건 '기대'라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아직 그게 무엇인지 아직 자각하지 못한 나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칼레이야의 말을 경청했다.

"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과실이 보이지? 저건 신의 그릇이야. 다른 말로는 요람이라고도 하지. 저 과실이 떨어지면 그건 새로운 신의 탄생을 의미해. 그들이 태어나면 세상의 시작을 열 수 있어. 그러면 이윽고 많은 생명들이 태어날거야."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하얀 열매가 매달려 있기는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기서 신이라는 존재가 태어나는 것일까?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후로도 칼레이야의 얘기가 속사포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얘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었나?

잔뜩 흥분해서 말하는 칼레이야를 나는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연이 어쩌고 시작이 어쩌고 하지만 솔직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태반이었다.
어쨋든 칼레이야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앞으로 태어날 이들은 자연을 관장하는 신들로 이제 곧 우리가 다져놀 세계를 가꾸는 즉, 예전 인간생에서 알았던 정원사와 비슷한거 같았다.

대충 정리한 나는 앞으로 몇날 며칠은 저러고 있을것 같은 칼레이야를 불렀다.

"그럼 칼레이야."

"으, 응?"

흥분감에 절어있던 칼레이야는 내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응답했다.

"세계의 밑단을 다진다는건 어떻게 해야해?"

이게 중요했다. 아까부터 우리가 다져논 세계를 그들이 어쩌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그 세계의 밑단 즉, 기초를 다진다는 것을 난 하나도 알지 못한다.

아니, 정확히는 본능적으로 알거는 같으나 일단 칼레이야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뭐든 말을 꺼내봐야 될 것 같다.

"으음, 그건...."

그 후, 나는 칼레이야로부터 세계의 창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말로 하자니 이해가 안되어지는 부분도 있었으나 확실히 신의 몸이란건 편리한지 금방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칼레이야와 나의 첫 작품이 탄생했다.
그래봤자 아무 것도 없던 공간을 위와 아래로 나눈 정도지만...

* * *

세계가 창조된 이래, 또다시 기나긴 세월이 지나고 첫 번째 열매가 그 입을 열었다.

대지신 데메테르.

그 외에도 풍요의 여신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녀는 나에게 꽤나 익숙한 이름이었다. 아마 인간이었을적 들었던거 같다. 그 세계와 이곳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유용하니 신경을 쓰는 것은 그만두었다.

나는 그녀를 본 적은 없으나 칼레이야의 말로는 아무래도 식물을 가꾸거나 하는데 빛이 없어 고생이 심한것 같다고 한다. 세계수에서 나오는 생명의 빛으로 연명하고는 있다지만 이 넓은 대지에서는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7
이번 화 신고 2018-11-20 00:25 | 조회 : 1,616 목록
작가의 말
훈글

신들이 한순간에 정원사로 전락... 역시 쥔공이군요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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