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화났어.

다음 날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하나 둘씩 교실을 빠져나갔다.
그 무리 속에서 에디스 또한 교실을 나왔다.
에디스를 본 알렌이 멀리서 손을 흔들려고 했다.
그 순간 알렌의 눈동자에 또래 아이들과 즐겁게 웃고 있는 에디스의 모습이 비쳐서 알렌은 본능적으로 주춤했다.
여긴 내기 있을 곳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평소에는 에디스에게 잘만 다가갔는데, 애들이 있던 말던 신경조차 쓰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그녀의 티 없이 맑은 미소가 눈에 자꾸 밟혀서 머릿속을 어지럽게 헤집어 놓았다.
알렌은 울 것 같은 기분을 애써 가다듬으며 에디스를 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알렌......?"

분명 알렌이었는데, 표정이 좋지 않아보였다.
에디스는 혹여 알렌이 몸이라도 아픈 건 아닐지 걱정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신의 아이는 병에 걸리지 않았다.
그 사실은 애디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렌은 신의 피와 천사의 피가 섞인 아이였기에 아플 수도 있다고, 확신할 순 없었지만 에디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미안. 나 볼일이 있어서!"

에디스는 당황한 기색을 띤 친구들의 외침을 뒤로 하고 알렌이 뛰어간 방향으로 뛰었다.
주위를 지나가던 학생들은 "으앗!" 소리를 내며 비켜주었다.
에디스는 그들에게 미안하단 말만 속으로 되새겼다.
한참을 달려 온 곳은 아카데미 구석진 곳에 있는 알렌과 에디스의 비밀 공간이었다.
혹시나 알렌이 이 곳에 있을까봐 온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에디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큰 느티나무에 기대 앉아 있던 알렌은 누군가의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알렌은 비밀 공간에 들어 온 에디스의 눈을 피했다.
보여주기 싫었다.
에디스를 만나 웃음을 찾고 조금씩 말수가 늘어난 그를 보며 안심하는 그녀였다.
그런데 이렇게 예전처럼 낮선 환경에 경계하는 고양이처럼 도망처버린 그는 에디스를 웃는 얼굴로 볼 자신이 없었다.
설령 마음씨 착한 에디스가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이미 알렌의 마음은 그렇게 정의내려 버렸다.

"알렌. 왜 날 피하는 거야? 내가 또 뭔 잘못이라도 했어......?"

에디스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에디스는 화가 나 있었다.
알렌이 에디스 외에 다른 아이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은 에디스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래서 친화력이 좋은 그녀가 알렌 곁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알렌도, 다른 아이들도.
하지만 그건 어린 아이의 바보같은 착각에 불과했다.
사람도 그렇고, 천사도 악마도, 하물며 신도 자신들과 다른 자들을 배척하기 마련이었다.
에디스가 화가 난 건 그녀를 피하는 알렌도 1할 정도 차지했지만 4할은 그녀의 어리석음, 나머지는 주위환경이었다.

"알렌. 나 화났어."

알렌의 어깨가 크게 파도가 일듯 움직였다.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이었다.
소중한 사람에게서 버려진다는 두려움이 에디스에겐 너무도 익숙했다.
지금 그녀가 기억하기론 자신은 단 한번도 버림받아 본 적이 없는데도.
에디스는 신계로 넘어온 날, 비테가 그녀에게 망각초를 먹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에디스의 인간으로서의 삶은 비테와 아모르에 의해 금기에 붙여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기억을 모두 잃었지만 그 속에서 배웠던 감정만이 조금 남아 에디스를 흔들어 놓는 것이었다.
그걸 모르는 에디스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왜 저 포정이 이렇게 가슴 아플정도 익숙한 거야? 대체 뭐 때문에......''

예전에도 종종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그 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아무래도 비테와 상담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며 에디스는 마음을 정리했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알렌. 언제까지 날 안 볼 생각이야?"

알렌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욱한 건 에디스였다.
왠지 저렇게 가시를 새우는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 그냥 변덕이려니 무시하지 못해서, 알랜이 에디스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칼로 난도질한 것마냥 아파서.
에디스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눈물에 방황한 건 알렌이었다.
그에게 기쁨을 선물했던 그녀가 울고 있었다.
그것도 알렌, 본인 때문에.
알렌은 어찌할 줄 모르고 손만 올렸다 내려놓길 반복했다.

"알렌...바보...멍청이...겁쟁이...진짜......"

그녀의 말이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무엇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
알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에디스의 눈가를 천천히 쓸었다.
그의 긴 손가락에 눈물 방울이 아침 이슬처럼 맺혔다.

"에디스. 난...네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괜히 나 때문에 슬프거나 괴로워하는 걸 나는 원하지 않아. 그러니까......"

다른 신이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날 무시 해......
소리없는 문장이 들리는 듯 했다.
에디스는 알렌의 교복을 구겨질 정도로 세게 움켜졌다.

"그만. 나는 언제까지나 알렌의 친구고, 알렌도 내 친구야. 그러니까 난 항상 알렌 편이야."
"...넌 정말......"

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해주는 구나.

알렌은 그간의 두려움이 눈 녹듯 사라져버리는 것을 느꼈다.
오늘 밤새 이불이 찢어지도록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을 알렌, 본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는 미소 지었다.
에디스는 오늘 일 덕분에 에디스 한정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를 얻게 될 거란 건 꿈에서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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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23 17:01 | 조회 : 944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이제 알렌은 에디스 한정 멍뭉이로 갑니다~ 에디스가 "짖어!" 하면 진짜 짖는대요.......(속닥속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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