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5)

에디스와 아이가 지나가자 그 곳에 아이들과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신들이 쑥덕거렸다.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모두들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노골적인 눈초리에 아이가 더욱 움츠려드렸다.
에디스는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달렸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아무도 없는 비밀 정원이었다.
작고 흰 꽃들이 한 가득 피어있는 아름다운 정원에 도착하자 에디스는 걸음을 멈췄다.

"너, 이름이 뭐야?"
"...알렌."
"멋진 이름이잖아? 난 에디스야."

알렌의 은빛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났다.

"너 머리 예쁘다. 막 빛나!"

에디스의 눈이 보석처럼 빛났다.
원래도 바다처럼 영롱해 보였던 눈동자가 빛나니 더욱 아름다웠다.

"...날 왜 도와주는 거야. 그냥 네 갈 길 가란 말이야.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에디스는 웃음기를 싹 지우고 말했다.

"하지만 넌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잖아. 누군가가 널 구해주길 바랐잖아. 내 말이 틀려?"
"......."

알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애디스를 쳐다보지 않았다.
에디스는 그런 그를 꼭 안아주었다.
갑작스런 온기에 아이의 몸이 떨리더니 반항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난 널 해치지 않아."

알렌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아이의 움직임이 멈추자 에디스는 아이의 등을 천천히 토탁거렸다.
진정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해치지 않아? 내...내가 안 더러워?"
"더럽지 않아. 나와 다르다고 해서 더러운 건 아니잖아."

그녀의 목소리는 12살 어린 아이답지 않게 떨림이 없이 단호했다.
그냥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것마냥 태연했다.
알렌이 조용히 놔달라고 부탁했다.
에디스는 순순히 그를 놓아주었다.
엘렌의 붉은 눈동자에 물기가 차올라 있었지만 그것은 뺨을 타고 흐르지 않았다.
그저 눈가를 촉촉하게 적실 뿐이었다.

"...에디스 님."
"에디스라고 불러. 여기선 모두 다 같은 학생이잖아."
"그...에디스."

에디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 도와줘서 고마웠어. 괜히 나 때문에 수업 시간도 빠지고......"
"아냐. 괜찮아. 그건 그렇고 우리 친구 안 할래?"

알렌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친...구...?"

목소리 또한 떨렸다.
에디스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릉 끄덕였다.

"나 너랑 친구 되고 싶어! 내가 함께 있으면 함부로 널 못 건딜 거야. 날 이용해."

자신을 이용하라니, 엄청난 소리를 가볍게 하는 에디스를 보고 알렌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이용하라니! 난 못해......"

에디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너에게 좋은 일이잖아."
"...난 타락 천사의 아이니까 신들의 친구가 되지 못해."
"내가 상관없다는데도?"
"......그건."

에디스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했다.

"나랑 친구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하지만 네가 친구를 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네 이야기릉 들어줄 거고, 같이 놀러도 다닐 거고, 네 마음의 빈 자리를 채워 줄 거야."

어때, 할래?, 라고 묻자 알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에디스는 방방 뛰며 좋아했다.

"아싸! 나도 첫 친구가 생겼다!"
"...내가 처음이야?"
"그래. 영광인 줄 알라고!"

그 말에 알렌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소리에 놀란 에디스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그를 쳐다보자 그제야 자신이 웃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알렌이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에디스가 아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너 웃는 얼굴이 훨씬 멋지잖아."

알렌의 얼굴이 붉어졌다.
에디스는 그런 그가 귀엽다는 듯 킥킥 웃었다.
에디스가 엘렌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럼 잘 부탁해, 내 첫번째 친구 님."

알렌은 머뭇거리다가 에디스의 손을 잡았다.

"그...나도 잘...부탁해."

어색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에 에디스는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4
이번 화 신고 2018-12-17 16:22 | 조회 : 1,084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남주의 이름은 알렌입니다. 뜻은 사냥개죠. 훗날 에디스만을 위한 멍멍이가 되고 에디스를 건드리는 자들은 모조리 물어버릴 예정입니다. 엘렌의 출생 이야기는 다음 화부터입니다. 2화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