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화가인형

-토끼의 방

(똑똑)

토끼:"..?들어오세요"

화가인형:"아, 토끼."

토끼:"무슨일이세요?"

화가인형:"...그...내가 요새 예전일이 자꾸
떠올라서 말이야."

토끼:"오? 혹시 알려주실 마음이 생기셨나요?
전에는 그렇게 안 알려준다고 하시더니..
일단 이쪽 의자에 앉으세요."

화가인형:"...한가지 물을게.
[토끼에게 이야기를 팔면 그 이야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말. 사실이야?

토끼:"흠...맞아요. 저는 이야기를 가리지 않고 다 사거든요.
이곳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몽환적인 공간.
이곳을 유지시키는 것은 이야기를 담보로 하는
인형들의 과거와 추억이죠. 이 사실은 '아직까지'
사람인 루희양 빼고는 다 아는 사실일텐데.."

화가인형:"소문으로만 들어서..사실인지 확인해보려고..
어쨌든, 들려줄게. 네가 그토록 사고 싶어했던
내 '이야기'이자, '거짓연극'을 말이야.





화가인형 part. 거짓연극(이야기)






나는 화가인형!
언제나 멋진 광장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멋진 화가인형!

오늘도 그림을 그려줘.
오늘도 세상을 그려줘.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건
내 그림속 세상, 지위, 권력.

모든걸 그려서 너에게 줄게!





나는 화가인형!
언제나 아늑한 가게 앞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근사한 화가인형!

오늘도 그림을 그려줘.
오늘도 꿈속을 그려줘.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건
내 그림속 꿈, 가족, 희망.

모든걸 그려서 너에게 줄게!





오늘도 물감을 풀어놔.
오늘도 팔레트를 붙잡아.
오늘도 붓에 색깔을 입혀놔.

세상에서 제일 멋진 그림을 너에게 줄게!



오늘도 기대를 향상해.
오늘도 꿈속을 여행해.
오늘도 세상을 그려내.

세상에서 제일 근사한 그림을 너에게 줄게!




그런데....




내 그림속 세상은 언제나 검은색.
사람이 한명도 없어.

왜지? 모두 내 그림을 사랑하는데.

이토록 멋진 그림을 사랑하는데.




내 그림속 세상은 언제나 잿빛.
하늘이 푸르지 않아.

왜지? 모두 내 세상을 사랑하는데.

이토록 근사한 세상을 사랑하는데.





난 너희가 필요하면 그림을 그려.
난 너희가 싫어하면 그림을 찢어.

난 너희가 필요하면 세상을 그려.
난 너희가 싫어하면 세상을 지워.

난 너희가 필요하면 꿈속을 그려.
난 너희가 싫어하면 꿈속을 버려.



그리고 나 역시 그림을 그려.
너희가 싫어하기에..

너희가 증오하기에..


나 역시 찢기고, 지워져.
너희에게 버려져.



차라리 이대로 죽어서,
내가 이대로 사라져버려서.

모든걸 잊을 수 있다면.
모든걸 잃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야...
안 그래..?


다음생에는 그림을 못 그렸으면 좋겠어.
아니, 안 그릴거야.

아예 손목이 없는 채로
태어났으면...

붓을 잡을 수 없는 몸으로
태어났으면...


그러면...
정말로 행복할것 같아.









나는 인형이 아닌 화가.
언제나 잿빛 광장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불행한 화가.

오늘도 검은 그림을 그려줘.
오늘도 슬픈 세상을 그려줘.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건
내 그림속 증오, 슬픔, 욕망.

모든걸 그려서 너에게 줄게.



나는 인형이 아닌 화가.
언제나 인기척 없는 가게 앞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괴로운 화가.

오늘도 어두운 그림을 그려줘.
오늘도 길 잃은 꿈속을 그려줘.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건
내 그림속 분노, 증오, 불행.

모든걸 그려서 너에게 줄게.





모든걸 그려서....





너에게 줄게.














"그거 아니?"

"뭔데?"

"지상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가
너무 괴로워서 스스로 인형이 되어 이곳에 왔데."

"진짜?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 화가인형은 중앙광장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서 줬다나봐.

이곳은 지상이랑 달랐지만, 화가인형이 받았던
상처는 아물지 않았던거지..

그리고 화가인형은 마지막 그림으로
자신의 초상화를 남겼데.

근데...."

"? 근데..?"

"그 초상화에는 목을 매달고 있는
화가인형의 그림이 담겨있었데.

자신이 자살한 모습을
초상화로 남겼던 거야.."

"저런...."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알아?
화가인형이 죽은 뒤에
화가인형을 찾아온 몇몇 사람들이 있었어.

근데, 그들이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

"뭐라고 그랬는데?"

"죽은 화가인형의 헝겊을
흔들면서 '그림 그려줘. 근사한 그림.'
이랬다는 거야."

"....결국 화가인형은 사람들의
끝없는 욕심에 휘말렸던 거네...

불쌍해라.."









[다음생에는.....]




[아예 손목이 없는 채로 태어났으면...]


Painter doll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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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1-27 22:22 | 조회 : 2,008 목록
작가의 말
짭짤

자신의 재능은 얼룩지면 어두운 곳으로 휘말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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