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첫 만남

"유튼니 아카니우는? 안 가?"

재롱잔치같던 소개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유승이가 물었다. 아 맞다 하고 난 재빨리 애가 싫어하지 않을 정도의 답을 주었다.

"음... 오늘 물고기들이 너무너무 피곤해서 코~ 자기로 했대. 내일 오라고 그러던걸?"

"우웅..."

유승이는 실망한 듯 입을 삐죽 내밀었고 속상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건지 작은 발로 애써 쿵쿵대며 걸어갔다.

"풉! 저거 전유환이지? 실화냐?"

길에서 날 알아본 사람이 있었는지 아이를 달래주려는 나의 태도를 비웃어댔다. 그냥 무시하고 가야지 생각하던 찰나,

"으음! 저기요! 우이 아빠 그어케 애기하디 마여! 우이 아빠가 너보다 달탱겨떠 이... 이... 조까트새...읍!!! 읍!!"

유승이의 입에서 무엇이 나올지 예상이 갔기에 재빨리 입을 막았다. 오주협새끼... 애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해댄거야?

"죄송합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애가 아무거나 줏어 배우다 보니까... 이해해주실거죠?"

"아, 아니에요! 근데 애가 참 귀엽네요... 조카인가요? 아빠라고 부르긴 했는데 믿기질 않아서..."

"아닌데! 유틍이는 아빠 딸인데? 그치??"

"딸 맞아요. 제가 나이가 어리긴 해요. 아직 25살이거든요."

이런 오해가 흔한 일이기에 유승이도 그렇고 나도 별일 아닌듯 넘어갔다. 유승이는 계속되는 오해에 삐졌는지 큰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빠..."

"어? 왜 울어? 뭐야 왜 우는 건데?"

"왜 다든 유틍이가 아빠 조카라고 해? 유틍이는 아빠 딸 아니야?"

난 유승이를 안아들으며 안심시켜 주었다. 물론 그러다가 유승이가 까먹어서 넘어가기는 했지만...

"근데 유승아."

"웅?"

"그... 조- 뭐시기 같은 말은 어디서 들었어?"

"움... 쩌번에 주혀탐톤이랑 컴터빵 갔눈데 탐톤이 막 계톡 그어케 마해또."

오주협이 그지같은 새끼...

"그거 무슨 뜻인지 유승이는 알까나?"

"웅! 탐톤이 그랬눈데 엄~텅 못탱긴 따람한테 하눈 말이래. 아까 그 따람 마찌?"

아 오주협 진짜 뭐같은 새끼네... 다음에 만나면 아주 그냥...

"삼촌이 잘못 말한거야. 그건 아주아주 나쁜 사람한테만 쓰는 말이니까 쓰면 안돼? 알았지?"

"네!"

그렇게 집에 도착한후 유승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던때였다.

-웅웅-- 우웅--

"아빠! 포니가 떠러!"

"그래그래. 마저 먹고있어?"

거실에서 먹는 유승이를 두고 주방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 어디선거 본 번호였기에.

[어? 왠일로 받았네?]

"연락하지 말랬지"

[아왜~ 나도 우리딸 보고 싶은데? 저번에 사진 보니까 많이 컸더라.]

"후... 할말이 뭔데"

[우리딸 그렇게 이쁜 얼굴 썩힐 순 없잖아? 우리 회사로 데려와. 그 정도면 벌써 CF 몇개 찍겠다.]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지연주를 직접적으로 본적은 없지만 얼핏 유명한 기획사 대표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자신의 딸이라며 유승이를 나에게서 데려가려고 한다.

[그때 그 돈 때문에 그래? 까짓거 두배로 줄게. 아, 재벌님한테 두배는 조금인가? 부르는대로 줄게. 그 애 나줘.]

물론 지연주의 말대로 나의 부모님은 돈이 많으시다. 그덕에 4년전에 지연주에게 줄 돈이 있었던 것이고. 하지만 유승이가 태어난 이후로 유승이를 보려고도 안하신다. 비서님에게 전해들은 '실망이다'라는 말을 끝으로 연락하지 않았다.

"애가 물건이야? 좀 사람답게 사는 법 먼저 배워. 그럼 생각만 해볼게."

[야! 전유환!]

"끊는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식탁을 내리쳤을때 유승이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으에에엥! 아빠 무셔!"

"어... 아 미안해! 아빠가 미안..."

한참을 울던 유승이는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아이를 보고 난 다짐했다

"내가 이 천사같은 애를 뱀 소굴로 보내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

..

.

.

.

.

.

.

/다음날

"오늘 아빠가 꼭 데려다 주기로 해써! 아빠 거짐마재니! 유틍이 오늘 어린이집 안가!"

"아빠가 오늘 현승삼촌이랑 중요하게 할 일이 있어서 그래. 주협삼촌이 데려다 준다고 했어."

"아니야! 주혀탐톤이랑 안가! 가며는 유틍이 나쁜 말 배울고야!"

아침부터 이렇게 씨름하는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유승이 데려다준다는 것을 잊고 현승이와 작업일정을 잡아놓았다. 현재 난 녹음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늘은 특히 유명밴드가 찾아온다기에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유승이의 협박 아닌 협박에

"그래 같이 가자"

넘어가고 말았다. 늦게 간다는 문자 하나를 보낸채 난 유승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어린이집

"턴탠니!!!"

"우아 유승이네? 잘 지냈어요?"

"웅웅! 아빠랑 가티 예쁜 언니들 만나러 가떠요!"

"아니 그게 무슨... 아 초면이죠? 유승이 아빠입니다."

"꽤나 젋은 분이시네요? 소개팅 가셨나봐요?"

어린이집 선생은 살짝 놀리는 듯한 투로 얘기 했다. 물론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친구가 멋대로 일정을 잡아서 어쩔 수 없었네요. 딱히 여자 사귈 생각은 없거든요."

"오~ 딸한테만 집중하는 타입? 좋은데요? 유승이 선생님 한선아에요."

"전유환입니다."

유승이는 작은 손을 들고 흔들며 한선아 선생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집에 돌아가는 내내 한선아의 재치있는 말들과 나를 편견없이 봐주는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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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26 09:39 | 조회 : 1,180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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