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20화

새빨간 거짓말, 터무니없는- 악의없는 거짓말. 이걸로 과연 잘된 걸까, 태형은 마음이 불편했다.

윤기의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어선, 고개를 떨군 채 가만히 앉아있는 태형의 모습이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태형은 자꾸만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을 그렇게나 잘 챙겨주던 윤기였는데, 보답이 아닌 거리를 두자 말하다니-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모습이 자신도 정국과 별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괜히 더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분명 나를 미워하게 될 거야, 나는 다시 혼자가 되는 거야 등 태형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태형을 아니꼬운 듯 바라보고 있던 윤기가 입을 뗐다.

"내가 왜? "

" ... 어? "

"내가 왜 너랑 거리를 둬야 하는 거냐고"

"그게... "

"누구 마음대로, "

거짓말을 함으로써 윤기의 눈에서 벗어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째서, 윤기는 자신이 생각했던 반응과는 다르게 이번에도 독특한 모습을 보였다. 태형은 안심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혼자 남겨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태형은 어떤 것을 얻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다. 윤기의 불행을 막기 위해, 자신은 혼자가 되어야만 했다.

무덤덤한 얼굴을 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윤기를 똑바로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 또다시 눈을 피하며 거짓으로 포장된 말을 내뱉었다.

"나는 너 싫어... "

-

윤기는 자신을 향해 온갖 부정적인 말만 내뱉어대며 스스로 괴로워하는 태형이 그저 가여웠다. 윤기는 태형의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쉽게 속아주고 싶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태형을 포기한다면 태형이 괴로워할 모습이 뻔히 보였기에 태형을 놓지 않았다. 윤기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태형의 앞으로 가 섰다. 그리고 태형의 턱을 쥐고 살짝 올려, 자신의 눈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역시 이번에도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까는 태형이었다. 나 참,

"나 똑바로 쳐다봐 김태형"

태형은 여전히 이불을 쥔 손을 꼼지락거리며 윤기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윤기가 태형의 턱을 쥔 손에 힘을 주자, 그제서야 태형은 윤기와 시선을 맞췄다. 윤기는 만족한 듯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방금 한 말 사실이야? "

" ... "

"사실이냐고"

" ... 응 "

단단히 결심한 건지, 아직도 솔직하지 못한 태형의 모습이 처음으로 밉게 느껴졌다. 윤기는 알 수 있었다. 지금 태형이 하는 모든 말들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왜냐하면 태형은 자신과 있을 때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웃음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태형이 자신을 밀어내는 지금은 꽤나 슬퍼보였다. 그렇게 티를 내는 주제에, 계속해서 자신을 밀어내는 태형이 윤기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 그렇게 나온다면야,

"나 걸고? "

" ... "

"나 걸 수 있겠어? "

" ... "

"그렇다면 가줄게"

아니

윤기의 한 마디에 이때까지의 결심이 모두 다 와르르 무너지는 태형이었다. 어떻게 자신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윤기를 멋대로 걸 수 있겠는가, 그런 건 태형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

그럼 그렇지, 윤기는 이제서야 태형의 턱을 놔주었다. 태형은 안심이 되었다. 윤기를 지킴으로써 자신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실패하였지만 태형은 기뻤다. 사실은 윤기가 가버릴까 두려웠다. 태형은 마치 길 잃은 어린아이가 자신의 엄마를 찾아 불안감을 떨치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윤기의 옷깃을 붙잡은 채로 엉엉 울었다.

"너 거짓말에는 영 소질이 없구나"

윤기는 그렇게 말하며 우는 태형을 따스한 손길로 감싸 안아주었다. 태형은 윤기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울보. 태형은 어쩌면, 윤기가 자신을 놓지 않고 지금처럼 더 꽉 붙들어줬으면 좋겠다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

25
이번 화 신고 2018-09-16 00:28 | 조회 : 5,887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이번에도 즐감하셨다면 하트와 댓글 부탁드립니다~ ♡♡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