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

빌이 성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클로리스가 언제 왔는지 빌의 두 눈을 손으로
가리고는 산뜻하게 물었다.

클로리스ㅡ누구게?ㅎㅎ

빌이 클로리스의 두 손을 잡아 내리고는 말했다.

빌ㅡ 클레.

클로리스ㅡ에이.. 너도 많이 자라버렸구나.
예전엔 반응보는게 너무 즐거웠는데.
표정도 다양했고.

빌ㅡ전에도 말했지만.. 너보단 내가 나이가 더 많대도...


클로리스ㅡ몰라!ㅎㅎ 그게 중요해?
난 그냥 순수하게 얼굴붉히던 빌이 좋았던것 뿐인데.

빌의 얼굴이 화악.
붉어지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클로리스ㅡ으음..?ㅎㅎ 뭐야아... 돌아왔네.
애기 빌.

빌ㅡ..아기...아니야..

클로리스ㅡ에이. 여자랑 손만닿아도 이렇게 얼굴이 붉어지는걸.

''''여자라서가 아니고, 너라서 얼굴이 붉어지는거야.''''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이
막힌듯 나오지 않았다.

말하고 나면?
어떻게할건데..?

안 그래도 심란할텐데.
나까지 짐이 되지는 말자.


빌ㅡ아잇 참.. 아니래도.
그보다, 여기 생활은 괜찮아?

클로리스ㅡ음.. 나름은 괜찮아.
돌 던지는 사람도 없고...불 붙이고 도망갈 사람도 없으니까.

빌ㅡ...''''너는 지금까지 그런일을 일상속에서 겪어왔던거야?''''

빌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자
클로리스가 장난이었다는 듯이
애써 웃어보이며 말한다.

클로리스ㅡ그냥 농담한번 해본거야!
빌.. 표정이 왜 그렇게 심각해ㅋㅋㅋ


빌ㅡ아니.. 아니야.

정원 뒤편에서부터 둘을 응시하며
걸어오던 카일이 클로리스에게 말을 건다.

''''내가 지금까지 애지중지하던 공주님을. 저렇게 가로채면 그건 반칙이죠.''''

카일ㅡ 공주님? 차라도 한잔 하시지 않겠어요?

클로리스ㅡ 카일. 공주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낯부끄럽게...


빌이 소극적인 자신과는 달리 아무렇지 않게 클로리스에게 작업용 멘트를 거는 카일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본다.

카일이 클로리스에게 조용히 속삭이자
클로리스의 얼굴이 굳으며 곧장 응접실로 향한다.

클로리스ㅡ빌. 지금은 내가 할일이 생겨서...
음, 나중에. 시간 되면 또 대화하자!

빌ㅡ어..? 응,..


**

응접실로 향한 둘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눈다.

클로리스ㅡ그게 정말이야?

카일ㅡ방금, 내가 알아보고 온 바로는. 그래.


클로리스ㅡ이 마을도. 정이 조금은 들 뻔했는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다시 다른 곳을 찾아보는 수밖엔...

카일ㅡ그보다. 저 밖에. 빌? 빌이라는 저 사람은 어떻게 할 셈이야? 과거의 추억을 들먹이거나 연상시키는것들은, 모조리 태워버렸으면서.

클로리스ㅡ음, 그랬는데. 그 지옥같은 곳에서 유일하게 조금쯤은 좋았던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이야.
난, 같이 가고싶어. 카일만 괜찮다면.

카일ㅡ 난, 괜찮..아.
너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이라며.
내가 괜찮지 않다고 하더라도.
꼭 데려가야지.


클로리스ㅡ역시. 넌 그렇게 말해줄 줄 알았어.
항상, 고마워.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친구''''라는 단어 하나가 유난히도 깊게 박힌다.
둘의 관계는 여기가 한계라고 말하는것처럼 아프고,
아팠다.


카일ㅡ아냐. 당연한건데.

클로리스가 카일에게 다가가 축성의 키스를 한다.

카일ㅡ...? 뭐하는거야?


클로리스ㅡ음, 예전에 성당에 나가면, 예쁜 성녀님이 축복을 기원하면서 해줬던 의식. 그걸 따라해보고 싶었어. 물론 난 해봤자.. 효과도 없을테지만.


카일ㅡ아냐.

클로리스ㅡ ...장난치지 말고.

카일ㅡ정말인데. 너, 축성할 수 있는거 몰랐어?


클로리스ㅡ응...?


당황한 클로리스가 카일을 쳐다본다.

카일ㅡㅋㅋㅋㅋㅋ아 재밌어.
마녀가 축성이라니. 그것도 흑마녀가.

클로리스ㅡ장난치지 말랬지!

카일ㅡ아냐. 그런데 그건 진짜야.
너 예전에 성녀가 될 뻔했을걸.


클로리스ㅡ그렇대도...

카일ㅡ 그래서 위험하다는거야.
네 몸안에 있는 기운 둘이 충돌하는 날엔.
파멸을 면치 못할테니까.

클로리스ㅡ 알아.
그때가 오면, 카일도. 날 떠나야해.
네가 다치는건 보고 싶지 않아.

카일ㅡ감동이네. 꼬마 아가씨.


클로리스ㅡ...그날, 알고 있었지?
블레이즈에 대해서 말이야.

카일ㅡ알았지. 그래서 흥미가 생겼던거고.
지금은...

클로리스ㅡ지금은..? 왜 말을 하다가 말아?

''''너를 지키고 싶어졌어.''''


라는 말을.
어떻게 쉽게 꺼낼 수 있을까.

나는 절대 말하지 못할거야.
네가 준비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네 곁에는,
그가 있어야 할테니까.

난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
내 욕심에 너를 이용하는,

나쁜 사람이니까.




***


빌ㅡ둘이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클로리스ㅡ빌. 나왔어.


클로리스가 소녀같은 발랄함으로
문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빌ㅡ어, 클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생긴거야?

물론 듣는다고 해서 내가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네 고민을 한시름이나마 덜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해.
내게 말해줘.

클로리스ㅡ아무래도, 들킨것같아.
만월의 밤에, 나와 카일이 행하던 의식이.
마을 주민들이 발견한게 분명해.

아니라면, 전부터 나를 따라다니며 끔찍히도
괴롭히는 그이일지도 모르고말이야.


빌ㅡ그이?..

클로리스ㅡ응, 한때.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날 이용하면서 조종하려고 했던 사람이야.


'사실은 아직도, 난 그를 사랑하지만.'


빌이 클로리스의 씁슬한 표정을 보고는
클로리스에게 말없이 위로의 표정을 보낸다.


클로리스ㅡㅋㅋㅋ 뭐야. 그 벙찐 표정은?

빌ㅡ위로의.. 표정인데?


클로리스ㅡ그게.. 위로의 표정이라고?ㅋㅋㅋ

감정을 숨기는게 너무나도 능해서,
하마터면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갔겠지만.

너, 지금.


울고싶은 기분이구나.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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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21 23:40 | 조회 : 1,452 목록
작가의 말
cheryc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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