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아름다운 재회

(5년 후)

가장 무섭고, 악독하며.

눈을 마주친 순간 죽게된다는

어둠의 마녀,
이레나 블레이즈.

그녀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는것은 몇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했다.
그 소문을 들은 모두는 공포에 떨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문은 당연지사 모두가 알고 있었고

빌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빌ㅡ그 마을에. 있단말이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바트마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정말 내가 아는 너는, 소문과는 다른데말이지.

따듯하고, 정 많은 여린 소녀였을 뿐인데.
사람들은 아무도 빌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클로리스가 자취를 감추어 행방이 묘연해지자
그 마을의 사람들은 마녀를 잡아야한다며
마녀를 색출해내는 것에 혈안이었다.

클로리스처럼, 보호해줄 이가 없는 딱한 이들에게,
칼을 겨눴고 곧 피로 뒤덮인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돌을 던져 죽이고, 머리를 댕강. 잘라 버리기도 했으며
산 채로 불에 태워죽였다.

아무 죄가 없는, 감싸주어야 할 사람들이었을 뿐인데도 아무도 말할 수 없었던것은 그 이유가 바로 앞으로 나서서 진실을 말하는 순간 그들의 가족 전체가 마녀의 신도라며 몰살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마녀의 신도라고 불린대도, 좋았다.
다시 너를 찾을 수만 있다면.

다시 널 웃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했다.
더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었기에
빌은 그렇게 용기내어 마을 밖으로 나섰다.

'셀린턴 마을'

푯말이 써진 곳까지 당도하기에는 꼬박 1개월 하고도 반이나 지났다.


아직 이곳에 있을지, 아니라면 다시 어디론가 쫓겨난것일지.

빌은 걱정했지만 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클로리스는 강인했고
무덤을 뒤진다던지 살육을 일삼는다는 소문 덕에 아무도 그녀에게 호기좋게 돌을 던질 사람은 없었으니까.

클로리스 이레나 블레이즈.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소녀는 더이상
작고, 여리며 누군가에게 보호를 받아야될 필요가 없었다.


얻을 것이 있다면 쟁취했고,
모두를 무릎꿇게 만들만한 힘이 있었으니까.

그녀는 아름다웠고,
그것을 잘 이용할 줄 알게되었다.


빌이 클로리스의 집을 찾았을때.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올만큼
아주 크고, 높으며, '웅장'하기까지한 성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역시 관리가 오래 안된 성에 들어온 것인지
성의 곳곳엔 가시덤불이 뻗어있었고, 벽면은 잿빛으로 바래있어서 가히 마녀의 성이라고 할 만 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작은 하녀 아이가 나왔다.

그 작은 하녀는 빼빼 말랐고 땋아서 늘어트린 머리는 관리를 하지 않은듯 잔머리카락들이 아주 뻗쳐있어서 성의 암울한 분위기와도 어울릴 정도 였다.

아이가 성 안을 굽이굽이 들어가 방을 안내해 주었는데, 그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클로리스임에 틀림없었다.

달칵.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소파에 기대어 앉아있는 아름다운 여자와 그 앞의 남자 하나가 보였다.

여자는 외쳤다.

'어머. 빌. 이게 왠일이람?'


아직도 아름답고, 심장이 터져버릴듯이 매력적이지만
예전에 엿볼 수 있었던 소녀스러움은 다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클로리스는 그 앞에 서있는 남자를 '카일' 이라고 소개 하며 같이 떠돌아다니고 살고있다고 하였다.

빌은 순간적으로 클로리스와 카일이라는 저 남자가 혹여 연인사이인가ㅡ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곧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안도하였다.

클로리스는 카일과 언쟁을 하던 도중이었고
빌을 보자마자 놀라더니 카일에게는 빌을 소개시켜주지 않고 나가달라고 했다.


카일은 그런 대우는 익숙다는 듯이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대로 나가버렸고 빌은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와의ㅡ 또, 연정을 품고 있는 상대와의 어색함에
말꼬리를 흐리며 수줍게 대답했다.

오랜만에 보게 된 클로리스는
매력적이었고, 전에는 볼 수 없던 오만함과 변덕스러움이 잔뜩 드러나있어 소문에 부합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름답고도, 아름다웠고

그녀가 눈웃음을 지을때마다
빌의 가슴은 내려앉을 듯 쿵쾅거렸다.

조금 더 격있는 말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쿵쾅이라는 의성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을 만큼 난리가 났기에 그럴 수 밖엔 없었다.


조금은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웠지만
그런 그녀도 아주 바뀌어 버린것은 아니어서
이따금 소녀스러움을 내비칠 때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동물들을 볼 때였다.

야외정원에는 토끼장이 하나 있었는데,
성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맞지 않게 핑크빛과 하얀빛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클로리스의 변하지 않은 취향을 여실히 드러내는듯 했다.

하지만 왜 어두운 옷만을 입는 것이냐고 묻자
그녀는 곧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모습이 이런 것 같아서.'

심지어 나들이를 갈때에도
검은 융단에 검은 망사를 장식한 모자를 쓰고는
그제서야 만족했다는듯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빌은 이번에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너에게 어떤 모습을 바라던지
그것을 꼭 지킬 필요는 없는데'

목구멍 안팎에서 외치고싶은 간질거림이 빌을 괴롭게 했지만 그랬다가는 저 소녀가 울음을 터트리거나, 아예 작정하고 미친듯이 웃어버린다거나,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할까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기에 소극적이라기 보다는
소극적이기에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 클로리스가 부담을 느껴 훌쩍 떠나버린다면, 어떻게 할 방도가 없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만남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클로리스는 고뇌에 빠진듯 해서, 더한 짐을 안겨줄 수는 없었다.

차라리 카일이 클로리스와 연인이라면,
클로리스를 잘 보듬어 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아름답고, 고뇌의 순간이 한 발짝 더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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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03 17:39 | 조회 : 1,477 목록
작가의 말
cheryc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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