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주마등

11.

눈을 떴을때 온 몸이 아팠지만 재욱의 몸을 가뒀던 구속구와 정조대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혁준이 재욱의 팔위에서 엎드려 자고있었다.

이게 무슨상황이지..
너무 아파서 그때의 기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재욱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때 재욱의 움직임에 혁준이 일어났다..

이 개새끼가 나한테 벌준다고 딜도에 정조대까지 채워서 방치해두고 나가더니 왜 이제야 온거야...
..마음의 소리였다.. 실제론 온 몸이 너무 아파 입을 뗄 수도 일어나 이 녀석의 멱살을 잡을수도 없었다. 아직 눈물 자국이 없어지지 않은 눈을 꿈뻑거리며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
그때 정적을 깨고 혁준이 말했다.

"...뭐..뭐라고?"
얘가 사과할 애가 아닌데.. 놀란 재욱이 재차 물었다.

"...미안하다 신재욱 그렇게 널 두고 방치하는게 아니었어 내 불찰이다."

혁준의 표정을 보니 금방이라도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누가봐도 진심어린 사과였다.

재욱은 놀랍기도 아프기도 한 이상황에서 말없이 혁준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속으로는 혁준의 사과를 받아주고 싶어도 지금 당장은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이런 수모를 겪었는데 바로 용서해주면 너무나 쉬운사람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쉬어라.."
미안하다는 말을 마친 혁준은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터벅터벅 나가는 그의 얼굴에는 재욱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과 미안함이 섞여있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까지 진지하게 사과를 해본적도 없고 미안하다고 말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어 본적도 없었기 때문에 혁준은 이 상황이 어색했다.

그렇게 재욱이 쉬고 있던 중 윤혁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재욱님 저 윤혁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걱정이된 윤혁은 재욱의 몸을 닦을 물수건과 물 한잔을 들고 빠른걸음으로 걸어왔다.

"재욱님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네 이제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설마 회장님이 정조대까지 채우실줄은..."

그러게나 말이다.. 씁쓸해진 재욱이었다.

"그보다 뺨 맞은거 괜찮으신가요..? 아까 보니까 세게 맞으신 듯 한데....미안해요.."
이때의 기억을 되새겨 보던 재욱이 살이 터지고 피가 맺힌 윤혁의 왼쪽 뺨을 보고 말했다.

"괜찮아요 다 저희 불찰이죠 재욱님을 제대로 감시하는게 저희 임무였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윤혁은 말을 이어나갔다.

"저렇게 무섭게 보이셔도 실은 누구보다 저희 생각하시니까..가족같은 분이에요. 그때도...지금도.."
잠시 회상에 젖은 듯 보였다.

"아! 제가 괜한 얘기를 했네요 그래도 회장님 재욱님 소식 듣고 오늘 일정 다 파기하고 한달음에 달려오셨잖아요..그거 보고 정말 놀랐어요 이러실 분이 아니니까요.."

윤혁의 말이 백번 다 맞았다. 모든일에 있어 철두철미 하고 빈틈이 없는 혁준이 일정파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운영하는데 있어 손실도 꽤나 컸을터...

"그만큼 회장님이 재욱님을 많이 생각하고 계시니.. 너무 무서워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속은 따뜻하신 분이니.. 아! 제가 이런얘기 했다는 건 회장님께도 수인님께도 비밀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며 물수건을 재욱의 머리 맡에 올려둔 윤혁은 재욱에게 편히 쉬고 필요한게 있으면 호출하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따뜻하다라...확실히 오늘 본 혁준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지 온 몸이 땀으로 다 뒤덮혀선 급하게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에게 사과하던 모습이..
재욱은 그런 혁준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
뭐야...나 웃은거야..? 걔 생각하면서 웃은거야????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악!! 날 이곳에 가두고 온갖 짓을 한 장본인이야 내가 걜 보면서 웃을 일 없다고 정신차려!!
재욱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잠이나 자자...
재욱은 자는 동안 오늘 있었던 일이 주마등 처럼 지나갔다. 날 가두고 되려 뛰어오는 꼴이라니 괜히 웃음이 났다. 입가에 조그만 미소가 잠긴채 재욱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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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27 22:25 | 조회 : 6,592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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