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이쁜사람 인생은 만만하지 않더라구요




“일어나”


아씹......


“나라서 얼굴 인상 찌푸리는 거지, 너! 빨리 안 일어나!?”

순식간에 이불로 덮여있던 내 몸은 한순간 그 녀석으로 인해 나체가 되었다. 나는 마치 콩벌레라도 된 듯이 몸을 움크렸다. 봄이라는 날씨에 안맞게 날씨가 쌀쌀 했다.

“아씨, 이민우! 또 알몸으로 잤어!”

드럽게 시끄러운 놈.......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억지로라도 눈을 감으려 했으나 한석의 목소리에 이미 정신은 잠을 더 이상 자지 못할 정도로 말끔해 졌다. 나는 찌뿌둥한 몸을 가볍게 기지개를 피며 몸을 일으켰다.

눈을 말끔해 졌지만 기분은 아직 몽롱했다. 한석은 이미 교복까지 말끔하게 입은 상태였다.

“학교가기 싫어......”

“너 깨워서 학교데려 가라고 보스가 말씀하셨어. 일어나라. 너 지각하면 내가 죽는다.”

한석은 겁에 짓눌린 채로 겁먹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치사한 놈...... 나랑 거의 같은 날짜에 아저씨에게 거둬진 한석은 지금 나랑 같은 나이임에도 이미 호룡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아저씨를 보스라 불렀다. 정말 이 녀석보다도 내가 조직에 들어간다면 한석보다 천만배는 잘할 자신이 있었지만 아저씨는 날 그다지 호룡파 안으로 들여보내기 달가워하지 않았다.

겉으로 봐서는 애인을 위험한 일에 말려들게 하기싫은 착한 남자친구 같아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고구마 만개는 먹을 정도로 답답한 애인이었다. 내가 저 녀석 보다 싸움도 더 잘하는데!!!

나는 체스판 위에 놓여진 나트를 집어 그대로 한석에게 던졌다. 한석은 놀란 표정도 하지 않은채 그대로 날아온 나트 5개를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더 답답해진 듯 화가 억눌러 지지 않아 혀를 찼다. 그러나 한석은 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야, 너랑 내가 3년 친구라지만 그 고단했던 훈련시간동안 이것쯤은 껌이지, 그리고 짜증난다는 듯이 보지마라.... 니 실력으론 내 얼굴에 숨구멍 하나 더 생길 텐데 안 피하고 베기겠냐!”

“치졸한 놈....”

“그래, 나 치졸한 놈이다. 얼른 일어나라. 아님 보스 오신다... 오기 전에 학교 안 가있으면 우리 몸에 10kg조끼 입히고 보낸다고 하셨단 말야..”

나와 한석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침대의 튕김을 이용하여 몸을 일으켰다. 앞에있는 거울엔 아무것도 입은 고등학생 남자가 보였다.

‘너무 변태같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옷장 안에 있는 한석과 똑같은 교복과 속옷을 꺼내 들었다. 갈색 빛과 맞춘 교복의 형태는 전형적인 고등학생 복장이었다. 나는 하품을 내뱉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제발 빨리 고등학생이란 시간이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늘부터 너희들의 담임을 맞게 될 이만석이다.”

풋.

나는 비웃음 비슷한 웃음소리를 누구도 듣지 못하도록 조그맣게 내뱉었다. 이만석, 지금 막 스무 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의 남자선생은 마치 마흔 살은 되어 보일 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매우 안 어울렸다.


만석은 예상했던 반응이었는지 한숨을 조그맣게 내쉬었다.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웃음을 참으려 애를 쓰는 듯 보였다. 만석이란 이름, 이름 만들어도 주위에선 다들 나이있는 사람으로 오해하기 쉬웠다. 그러나 만석은 의외로 배우급 훈훈한 얼굴을 하고 있기에 거의 매번 받는 시선이었다.


만석은 방금 전 조그만 한 웃음소리가 들렸는지 나를 향해 바라보았다. 나는 그와 마주치자마자 그대로 철푸덕하며 엎어졌다. 괜히 고등교사란 사람에게 찍히면 아무도 기억 못할 나의 고등학교의 시간이 망쳐버릴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최대한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 목표였다.


만석의 바로 앞에 앉은 여학생이 심하게 얼굴을 붉히며 옆 짝꿍과 함께 시시덕거리며 웃음소리를 냈다. 미세하게 “담임쌤 완전존잘 개이득” 란 말까지 들리는 와중이었다. 만석은 3년이란 짧은 교사생활이었지만 짧지만 굵은 생활이었던 터라 저런 소리를 앞에서 듣는 것쯤은 익숙했다.


“가르칠 과목은 체육이다. 학교에서 지켜야할 규칙들은 엄하게 다스릴테니 선생님을 만만하게 보지 말도록.”

만석의 말에 주위가 싸늘해졌다. 외모는 잘생겼다 하나 만석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단호한 만석의 성격에 엄청나게 질려했다. 몇몇 아이들은 이미 작년 선배들에게 들었는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만석의 실태를 전달하는 등 소란스러웠다. 만석은 가져온 나무막대기를 들고는 계속해서 수업을 이어나갔다.


“남자여자 할 것 없이 체벌은 가하지 않을 거지만 만일 너희가 지도 불이행 시 바로 부모님이 소환되실 거니까 알아서 판단하도록.”

만석의 설명은 그의 교사생활처럼 짧고 굵었다. 그의 협박같은 소개가 반 아이들 뇌에 고스란히 내리 찍힌 듯 보였다. 그리고 그들 중 나또한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부모님 소환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으니까. 만일 내가 여기서 쌈박 질을 해서 부모님 즉, 아저씨가 소환 된다면 어떻게 될까. 차마 입으로는 내뱉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겠지.....


그래도 나름 성적만 괜찮다면 문제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나는 눈을 감았다. 어렸을 적부터 암기는 자신 있었으니까. 만석의 말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다가 서서히 조용히 잠들었다.





***




“야”

미세하게 귓가에 울리는 어떠한 소리가 울린다. 그러나 그미세한 소리는 아저씨가 아니었다. 아저씨라면 내가 깰 때까지 날 들어 안아 밖으로 나가겠지. 그렇다면 내 인맥 상 날 깨우는 사람은 단 한사람 밖에 없었다.

“야, 일어나라고. 반까지 갈렸는데 내가 네 알람시계역할을 여기까지 와서 해야 하냐?”

불평하는 말투가 썩 기분 좋은 톤이 아니었다. 또한 이 듣기 좋지 않은 목소리 나는 이놈을 알고 있었다. 나는 미세하게 눈을 떴다. 아침에 잠깐 잔다는 것이 시간이 꽤 간 모양인지 눈꺼풀이 무거웠다.

오늘 아침에 나를 무사히 깨워 등교까지 같이한 녀석이 나를 보며 혀를 찼다.

“니가 왜 여깄냐....?”

나는 막 잠에서 깬 몽롱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자 가방까지 다 싼 한석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집에 가는거야? 내가 아무리 자도 점심시간은 제때 일어날 텐데..?

“오늘 1학년들 입학식이라고 2학년들도 같이 빨리 끝난데. 4교시만 하고 마침.”

아항.
나는 도손을 쭈욱 뻗어 기지개를 폈다. 한석은 익숙하게 내 가방을 들어 내 팔에 걸었다. 2학년 애들은 누가 먼저 나갈세라 없이 나간모양인지 2학년 층은 조용했다. 물론 학교에 남아 친구들하고 숙덕거리는 목소리도 조금 남았는지 미세하게 들리기는 했다.

“빨리가자, 나 오늘 조교님 오셔서 훈련 받아야 됨”

아, 얘 내 감시자였지....원래 전부터 아저씨가 계속 일 때문에 바쁜지라 좀 많이 싸돌아 다녔더니 얼마 전 새벽 3시가 돼서 돌아온 나를 보고는 한석을 감시자겸 보디가드로 붙여놓았다. 에이씨 이놈보다 내가 더 강한데에!! 괜히 자존심도 상했고 내 감시까지 해야 되는 한석의 불평도 계속 들어야만 하는 수고가 더 생겨버렸다. 심지어 그저께 있었던 클럽건 때문에 아저씨의 감시는 더 강해진 모양이었다.
고등학생의 통금시간이 7시가 뭐냐고, 7시가!!

나는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다시 맸다. 책 없는 책가방은 괜히 김빠지도록 가벼웠다.
학교의 구조는 대충 지도보고 외웠기는 했는데 이 학교는 처음 오는 사람이라도 하루 만에 오면 외울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규칙적이었다. 그래도 길은 안 잃어버려서 좋기는 한데..... 길이 오히려 더 쉬워서 어려운 길을 괜히 찾아보고 싶은 이유는 본능인걸까..? 나를 감시한답시고 내 옆에서 여친과 카톡하는 한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어쩌면 이녀석 정도는.....간단 히 도망칠수 있을 텐데....

문제는 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때 아저씨에게 이르냐 안이르냐 였다. 어쩌면 이번엔 학교까지 데리러올 운전기사까지 붙일수 있었다. 그럼 최악인걸..... 하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괜히 좋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씨익 웃고는 팔과 다리에 기지개를 폈다. 2층이면 제법 뛰어 내릴만 했다. 나는 곧 다리에 힘을 가격했다.

“야,야! 이민우!!”

저 멀리서 한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달리기라면 제법 자신 있었다. 나는 창문까지 다다를 정도로 전속력으로 달렸고 창문난간에 다리를 걸쳐 곧 힘을 쥐어 뛰어내렸다.

타알 추울~

콰당 콰강캉

실패.........

밑에 쓰레기통이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한 나는 커다란 쓰레기통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쓰레기통과 함께 쓰러졌다. 커다란 소음과 함께 땅바닥에 있는 흙에 입술이 맞닿을 정도로 정면으로 엎어졌다.

“으아......”

다리가 쓸린 듯 아파왔다. 미세하게 피가 맺힌 듯 아려오기도 했다. 나는 한석이 뒤따라오기 무섭게 엉덩이에 낀 쓰레기통을 잡아 던졌다. 그리고 뒤늦게 창문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그에게 혀를 내미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쥐고는 창문틀에 화풀이 하듯 내리찍었다.

“야 이민우 그기 뜩 은기드리면 느흔테 즉.는.다.(야 이민우 거기 딱 안기다리면 나한테 죽.는.다)”

너는 지금껏 도망치는 사람한테 서라고 하면 서는 사람 봤니!

그는 곧바로 내가 했던 것처럼 창틀에 발을 얹었다. 뛰어내리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가 내려오기 전에 곧바로 탈주했다.






***






사실 아저씨의 존재감이 느껴져서라도 이렇게 도망칠 패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에게 자신의 모든 실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키우려는 모습이 괜히 신경을 건드렸다. 어쩌면 그가 이렇게 돌아다니는 나를 보고 세상 사람들을 위해 폐끼치지말고 조직 안에서만 생활해라 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럴리는 없지만. 그냥 흔히있는 변명이었다.

‘그럼 난 왜 이렇게 도망가는거지?’

처음에는 아저씨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었는데 가면 갈수록 그 정체성을 잃어갔다. 단지 이한석을 놀리는 게 재밌어서 그러는 건가...? 이젠 나도 나를 모를 판이다.
엄마아! 어느 한 여자아이가 내 옆을 지나치며 내 뒤에 있는 여성에게 달려갔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때가 됬는지 공원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갈 준비를 했다. 나는 아까 산 생수병을 들고는 벤치에 앉아 기대었다.

아주 먼 옛날의 어느 여인이 보였다. 이민우가 아니라 정민우라는 아이의 엄마라는 여인이. 그녀는 붉은색 원피스를 가장 좋아했고 붉은색 구두를 가장 좋아했다. 붉은 색을 좋아했던 여인의 방 뿐만아니라 온 세상도 모두 붉은 색이었다. 그러고 보니 하얀 원피스를 입었던 그날도 붉은색이 되어있었지. 싸늘하게 죽은 그녀의 시체는 붉은 색으로 물들어 아주 평온해 보였다. 눈을 감으면 나는 언제나 그녀의 시체를 바라만 보고 있다.

“살려주세요!!”

공터 구석에 존재감없이 앉아있자 어느 남성들이 한 남자의 머리채를 잡으며 공터로 걸어왔다. 따돌림인가? 아님 협박? 따돌림을 하기엔 남성들은 서른 중반처럼 보였고 끌려오는 남자도 스물 중반처럼 보였다. 그들은 남자를 공터바닥에 던지며 발로 걷어찼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주위는 너무 오래된 곳이라 공터엔 아직 CCTV가 안 만들어 졌다고 했었나?

남성들의 발에 치여 맞는 남자는 곧이어 피를 토했다. 나는 벤치 손받침대에 손을 올려 그 광경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그리고 그때 무리들에게 계속해서 맞던 남자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남자는 신이라도 만난 듯 눈물을 글썽거리며 외쳤다.


“거기 학생!! 제발 도와줘!!”


본의 아니게 내가 지목되자 남자를 걷어차던 그들의 시선은 나에게로 쏠렸다. 하하........나는 난감한 듯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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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6 01:25 | 조회 : 2,371 목록
작가의 말
얌얌이보고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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