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제가 쫌 이쁩니다

14살의 겨울, 아니 가을이었던가. 붉은색이 겹쳐보였던 그날은 노을이라 기억되었었고 어느때는 나뭇잎이라 기억되었었다. 뭐, 말하자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그날은 매우 추웠었다. 너무너무 추워서, 막 죽고 싶은 심정이 드는 날 이었다. 나이가 많다고 하기 에는 어려운 나이였지만 이래뵈도 세상의 이치를 꽤 빨리 깨달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나는 좀 생각하는 게 달랐고, 무엇보다도 그 다른 생각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이곳은, 낭떠러지였다.

솨아아아

꽤 강한 바람이 나뭇잎을 쳐가면서까지 저항했다. 8층 높이의 작은 건물 옥상, 이래보여도 건물의 높이는 아찔했다.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까? 여기서 떨어진다면 죽는 건 환영이었지만 사는 건 또 문제가 되었다. 뒷감당은 언제나 귀찮으니까.

나는 상처투성이인 맨발로 건물 위를 올라갔다. 밑에서 꺄르르하는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완벽한 죽음에 좀 거슬리는 소리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조차 봐줬다. 오늘 죽지 않으면 나는 죽지 못할 테니까.

등 뒤에서 닫힌 문을 억지로 따내려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그래봤자 문은 무식하게 힘만 쎄는 악덕 높은 놈들에게서 얼마못가 부서지고 말았다. 검은 정장을 입은 놈들이 나를 발견하자 하나같이 총을 들어 뛰어내리려는 나를 저지했다.

저 아저씨들은 바보인건가. 그렇게 협박 해봤자 죽는 건 똑같을 텐데. 저들은 협박하는 쪽임에도 지금 내 존재에 벌벌 떨고있는 중이었다. 내가 그 유명한 어린 폭탄테러범이었으니까. 살짝 한심하다는 듯이 보는 그들 사이에 어느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남자는 차가운 눈을 가진 남자였다. 그리고 또한 덧붙이자면 나는 그를 알고 있었다.

한국 대규모 조직 호룡(號龍)파 새 보스, 류인호였다.

류인호는 나를 보자마자 손에 들고 온 서류더미에 눈을 향했다.

“정화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정민우. 정화그룹회장이 죽자 주변 조직들의 싸움에 휘말려 정화그룹 둘째인 이제우와, 누나인 이지혜 살해당함. 다른 형제들은 모두 대피중이며 혼자 집을나와 도주중.”

류인호는 무표정으로 내 명단서류같은걸 계속 읽어내렸다.

“ 특이사항, 다섯 개의 조직에 폭탄테러를 시행. 그리고 어린나이에 겁없이 우리 호룡파에도 잠입해서 폭탄테러 동시에 몇몇애들을 아주 패데기 쳐놓음, 이상.”

그의 말이 끝나자 정적이 흘렀다. 옥상에서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할 것 같진 않지만 조금 어색한 기류였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에 대해서 많이 알으시네요?”

내 말에 류인호는 받아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화난 느낌? 류인호는 자신의 조직에 똥을 놓고간 나를 지금이라도 죽이고 싶은 눈치였다.

“몇몇의 창고가 폭탄으로 인해 폭파. 엄청난 자금피해를 입음.”

류인호의 눈이 더욱 매서워졌다. 여기서 총살이라도 시킬생각인지 아까부터 나에게 총을 들이대는 이들을 그다지 물릴 생각을 안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완전히 빗겨나갔다.

“따라서 호룡파 폭탄테러범 이민우를 우리 호룡파의 일원으로 강제 입단 시킨다. 이상”

.......?

음..내가 잘못 들은것인가.... 상당히 당황한 얼굴로 주위에있는 검은 양복의 남자들을 바라보자 가만히 있는 것을 보자면 내가 방금 들은 개소리는 사실인 듯 했다. 죽이는 게 아니라 입단?!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저아저씨가 정신이 나간건가...아님 내 귀가 이상해진건가. 내 의견도 심지어 내가 해놓은 폭탄을 싸집어 엎어버리고 나를 입단시키겠다니 이 무슨 개소리인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방금 내가 들은 이야기는 잘못들은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류인호는 그것마저 봐주지 않았다.

“내가 너를 샀다는거다, 이민우”



****

4대 대조직 집단 중 세손가락 안에 뽑힌다는 무시무시한 호룡파 안에서는 어두운 분위기를 바꾸는 빛같은 존재가 있었다. 그가 지나가는 곳에서는 방금 전 총을 겨눴던 아저씨들 조차 소년스러운 웃음을 지었고 제아무리 험악하게 살아온 인간들도 평범한 옆집 아저씨가 된 기분이었다.

빛이라는 아이는 조직 맴버라고는 힘들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으며 세상에서 제일 무시무시 하다는 호룡파 보스의 애정을 한몸에 받은 잘생긴 미소년이었다. 근데 이제 슬슬 궁금하지? 이 착하고 아름다운 내가 설명해주지. 호룡파 안에서 사고뭉치로 유명하긴 하지만 사랑을 한몸에 받고있는 아이는 바로 나,

이민우란 말씀!

으.....

지금쯤이라면 신나게 웃어야 타이밍이건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무게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은 팔은 정신력으로 중력을 버티는 중이었다. 점점 저려오는 느낌조차 이제 느껴지지도 않았다. 좀 더 이 조직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얼마나 이쁜 지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싶기는 하지만 우선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 접어두기로 하자.

아저씨는 내 얼굴을 봐주지도 않고 지금 약 1시간째 나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놓고는 서류작업을 계속했다. 물론 저 행동이 나를 도발하려는 짓인 것은 누구보다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아쉽게도 그 도발에 넘어가버렸다. 나는 울것같은 표정으로 내옆 책상위에서 노트북만 바라보는 아저씨를 향해 몸을 꼬았다.

“아저씨이...”

들려오는 대답은 당연하게 없었다. 무릎을 꿇은 다리가 저려왔다. 나는 좀더 혀를 꼬았다.

“나 다 혼난 것 같은데 그만하면 안돼요?”

내가 제일 잘하는 슬픈 아이 표정을 하며 말하자 서류에 집중하던 아저씨의 눈이 잠시 힐끗하며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고등학교를 가야하는 17살 처지인데 이런 자세가 얼마나 쪽팔리는지 아는가. 다만 이 자세를 시킨 것은 아저씨이기 때문에 나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아저씨가 드디어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나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다. 그러나 그의 말은 절망적이었다.

“팔 더 들지. 의자가 비뚤어졌다. 자세도 맘에 안드는군.”

너무나도 차가우면서도 단호한 말이었다. 나 조금 울 것 같아.... 나는 더 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이에 대놓고 땡깡을 피우기로 생각했다.

“으헝헝, 잘못했어요, 네? 아니, 순수한 호기심에 그런거잖아요! 다신 안그럴게요,응?”

나는 두손두발 싹싹 빌어가며 유일하게 높이에 맞는 그의 다리에 얼굴을 부볐다.

“누가 의자를 내리라했지?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너다. 그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져야하는거 아닌가.”

으헝, 진짜 단호박이야... 아저씨의 차가운 시선은 아이에 나를 마주보았다. 나는 칫 하며 다시 의자를 들어올렸다.

이 일이 어떻게 됬는 지에 대해서 말하자면 좀 길다.

때는 어제 저녁, 잔입 일을 나간 아저씨가 하두 안들어오자 너무 심심했던 나는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기로 아저씨와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밖을 나섰다. 그렇게 계속 걸어다니며 바깥 구경좀 하는 나는 도중에 끌려가고야 말았다. 나에게 헌팅을 하려는지 어느 여자둘이서 나를 끌고 클럽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미성년자라고 그 여자들을 뜯어말리며 나갈려고 했지만 VIP고객이라도 되는지 그 여자들은 나를 데리고 클럽 문을 단번에 따냈다. 처음엔 콜롬버스가 신대륙 발견한 것처럼 너무 신기해서 딱 이것만 보고 갈려 생각한 나는 클럽 안으로 잔입했고 , 나는 발견하고야 말았다. 일하고 있는 아저씨를!!

오마이갓!!

왜 하필 그 클럽이어서!! 그렇게 아저씨와 나는 아침이 되어서야 만나게 되었다. 아저씨에게 해명은 다해봤고 용서도 최대한으로 빌어보았지만 약속을 어긴것과 끝까지 저항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라며 나를 집무실 책상 옆에다 ‘무릎꿇고 손들기’를 시켰다. 무릎꿇고 손들기....매우 치욕스러운 벌... 내게는 매를 들지않는 아저씨는 나에게 종종 투명의자나 운동장 50바퀴 등 신체적으로 매우 버거운 것을 시켰다. 그리고 지금은 엄연한 수치플을 하는 중이었다.

나쁜아저씨.....내가 다시는 안아주나 봐라.

“입술 집어넣어.”

내가 뾰루풍하며 입술을 내밀자 아저씨가 그것마저 저지했다. 나는 조용한 이집무실 안에서 계속 혼자 돌아가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평소엔 그다지 재밌진 않았지만 지루한 지금만큼은 재미가 쏠쏠했다. 똑딱똑딱 소리가 리듬처럼 들려온다. 그리고 곧이어 아저씨가 노트북을 닫는 큰 박자소리가 들려오고 이어서 의자에서 일어나는 아저씨의 모습도 보였다. 나는 입술을 주체하지 못하고 입 고리를 올렸다.

몸이 붕 떴다. 나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방금 전까지 매우 딱딱했던 의자를 내리고는 그의 목을 감쌌다. 아저씨는 내가 품에 안기자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편안하고 내가 제일 애증하는 공주님 안기였다. 아저씨는 집무실 근처에 있는 작은 휴게실로 들어가 나를 쇼파위에 뉘였다.

나는 씨익 웃고는 아저씨를 올려다 보며 여우같이 말했다.

“내 유혹에 넘어오셨나?”

내가 끼를 부리자 아저씨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나는 입고있던 와이셔츠를 조금씩 벗었다. 예쁘장하게 생긴애가 옷을 벗는다는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아저씨가 가져온 것은 작은 담요였다.

“집에갈때까지 꽤 될것같으니 먼저 자고 있어라.”

“흐엥.....”

나는 김샜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같이 안잘거야?? 내가 이렇게 이쁜데??? 그러나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내일부터 학교가야지.”

학교....진짜 자퇴하고 싶었건만....아저씨가 죽일눈을 하고서 협박하길래 대학은 가기로 정했었던게 생각났다.

사실 학교란거 처음부터 내키지 않았다. 14살이란 나이때 처음 만난후로 학교같은거 이미 포기했었는데 나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아저씨의 교육을 받고야만 나는 대학은 가라며 나에게 칼을 겨누는 아저씨의 모습에 흰 깃발을 들고야 말았다. 얼마 전 학교가기 싫어서 고등학교 일진들이랑 놀다가 아저씨한테 죽지않을 정도로 벌 받았었지....

나는 망했다는 생각에 눈을 감아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곧 버뜩 든 생각에 몸을 일으켯다.

“아저씨, 그럼 나 나!!! 호룡파는?! 호룡파 언제 들어가게 해 줄 거에요, 응 ?!!”

내말에 방금 막 나가려는 아저씨는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칫...”

역시나...그래도 고등학교는 된마당에 참전정도는 시켜줄 줄 알았으나 기대감은 완전히 반으로 접어져 버렸다. 초등학교때 나이프던지기나 단검 사용하기 정도는 할수있게 됬고, 중학교때는 폭탄 조작법 마스터해서 놀기까지 했었으나 웬만한 조직원보다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아저씨의 고집은 꺾기 어려웠다.

“깡패들하고나 놀아야지.”

“이민우, 그러기만 해봐. 하루내내 천장에 매달아 놓을거니까.”

무서워서 어디 놀수나 있겠나. 나는 다시 입술을 쑤욱 내밀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뚜벅 뚜벅하며 걸어오더니 내 뒤에서 고개를 내밀어 볼에 입술을 찍었다. 꾀많은 아저씨 같으니라구...

내볼은 자연스레 올라갔고 제어하지 못하고 웃음을 지어버렸다.

“조용히 놀고있어. 그럼 주말에 서비스로 놀아줄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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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4-01 21:01 | 조회 : 2,410 목록
작가의 말
얌얌이보고픔

이런소설 써보고 싶었습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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