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에게 이런 일이

수선우 Ver.

매캐하고 탁한 공기. 나의 숨을 죄여오는 텁텁한 공기다. 몸을 뒤척이자 팔이 저려오기 시작하며 나를 움직이게 하지 못하는 이 것. 링거 바늘이다. 살며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나는 왜 이곳에 있으며, 링거 바늘은 무엇이며, 온몸이 붕대로 감싸져있는지 의문이었다.

몸을 일으켜 방 안을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내 머리맡엔 휴대폰 하나. 미라 같은 내 몸. 그리고 더 훑어보다 극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으로 인해 더 이상 움직이지도, 훑어보지도 못했다.

이 정도의 부상으로는 봐서는 교통사고가 제일 유력했다. 그러나 아무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나의 머리 눈 알을 양옆으로 굴리는 짓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 침대의 옆 손잡이 밑에 호출버튼이 있어 나는 그 버튼을 향해 손을 뻗어 눌렀다. 몇 초 뒤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수선우 환자분,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병원?"

"정말 기적입니다. 한 달 간 깨어나지 않으셨어요."

"네?"

"일단 기초 검사만 다시 하고 퇴원 수속을 밟으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잠시만, 사람이 일어나자마자 퇴원 수속이라고?

황당해하고 있는 나를 버리고 간 의사를 뒤로 한 채, 내 팔에서 링거를 빼고 있는 간호사에게 물었다.

"저기요."

"네."

"저 상황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수선우 환자 한 달전에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오셨구요, 안타깝게도 부모님 두 분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는데 돌아가셨어요. 선우분은 한 달동안 깨어나시지 않으셨다가 오늘 깨어나셨어요."

남의 죽음을 태평하게 말할 수 있는 간호사가 미웠다.

"간호사님..!"

화가 날 시점이었는데 그 순간 문이 열리고 의사와 같이 대기업에서 고용할 법한 비서같이 생긴 남자 한 명이 나에게 가방을 주었다.

"수선우씨. 두 분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수선우씨가 살아가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수선우씨 명의로 된 통장과, 새로 개통한 핸드폰, 집은 따로 구해두었고 저희가 모시고 갈 예정입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런 게 진짜 가능한 일인지. 정말 내게 일어난 일이 맞는지. 허구한 날 드라마, 소설에서만 보던 이야기가 나에게 닥쳐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라고 생각한 지 시간이 꽤 흘렀다.

내 앞엔 조그맣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평범한 원룸 한 채였다. 비서같이 생긴 아저씨는 나를 이곳에 홀로 둔 채 다시 가버렸다. 집 앞을 서성이다 용기를 내어 들어갔다.

집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밀어 방 안까지 들어가보니 평소에 보았었던 액자사진이 하나 놓여있다. 이 텅 빈 쓸쓸한 방에서 그 분들의 허전함을 꽤 느꼈다. 얼추 집 분위기 낸다고 가구들을 많이 배치해 놓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에겐 전혀 무의미한 가구들이었다. 나는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를 들어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리고는 유리를 들어 내 손목에 가져다 대었다.

이내 유리조각을 떨구었고,

이제 난 정말 혼자다.

6
이번 화 신고 2018-03-24 04:27 | 조회 : 2,364 목록
작가의 말
의혜.

오타 지적 환영 :)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