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31화

오래되어 보이지만 거의 쓰지 않은 듯 하는 이 피아노는

성진이가 철이 없던 시절 피아노 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부모님을 졸라서 샀던 피아노였다.

어릴 적 폼이 안 나서 전자 피아노는 싫다며 그랜드 피아노로 사달라던 것을 부모님은 타협해 업라이트 피아노로 샀던 기억이 어렴풋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작 이 피아노를 쳤던 것은 많게 세 봐야 4번이었던 것 같다.

피아노의 도레미가 어디인지도 모를뿐더러 악보를 볼 줄은 더더욱 몰랐다.

정말 그냥 폼으로만 가지고 있던 물건이었다.

눈에 뛰는 곳에 두었다면 한 번이라도 더 쳤을지 모르지만 이리

창고 같이 구석진 곳에 나두니 잊어버리는 것이 당연했다.

성진이는 건반을 덮은 뚜껑에 가득히 쌓인 흰 먼지를 보고 민망하게 웃었다.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 콜록콜록.. 어우.. ”

하도 쓰지 않았던 공간이라 역시나 위생 상태가 좋지 못했다.

성진이는 먼지를 하도 마셔서 목 안쪽에 먼지가 들러붙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괜스레 목이 화끈거리고 따가운 느낌이 났다.

“ 흡 ”

성진이는 숨을 참고서 환기를 시키고자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부엌으로 나와 너덜너덜한 행주를 들고 물을 적셔 다시 피아노로 향했다.

“ 와우..... ”

성진이가 피아노의 몸통 부분을 한 번 쓱- 하고 닦아내자

이것이 원래는 자주색이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놀라움을 자아냈다.

성진이가 다리부터 건반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모두 닦아내자 새 것인 티가 났다.

성진이는 의자를 빼 그 위에 걸터앉았다.

“ 피아노는 진짜 오랜만에 쳐보네... 음.. 와..대략 9년만이네.. ”

무려 자신이 10살 때 피아노를 마지막으로 만진 것이다.

그로부터 9년이란 시간이 지났으니 망가졌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살짝 긴장되는 손으로 건반 하나를 힘주어 누르자 다행히 맑고 묵직한 소리가 방을 채웠다.

망가진 것은 아닌 듯 싶었다.

성진이는 습관으로 입술에 침을 바르며 손가락을 풀었다.

성진이는 곧바로 피아노 건반을 눌러 2번째 자작곡 ‘ 개미의 세상 ’을 피아노로 치기 시작했다.

동요처럼도 느껴지는 도입분은 피아노로 치기에 적당했기 때문이다.

▷「악기와의 친밀도」로 인해 ‘피아노’연주 실력이 ↑67% 올라갑니다.◁

사실상 치아노 연주 실력이 67%나 올라간 다는 것은 일반인 보다 월등히

잘 친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쩌면 피아노 대회에선 우승도 노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성진이는 끊김 없이 쳐지는 피아노 연주에 본인도 감탄했다.

기초가 돼서 어느 정도 칠 수 있게 되면 칠 때 그렇게 즐겁다는데 성진이는 왠지 알 것만 같았다. 자신이 건반을 누름으로서 연주가 되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심취해서 연주하고 있던 도중에 ‘어머나..세상에..’하는 감탄사가 순간적으로 들려왔다.

성진이가 순간 당황하여 손을 멈추고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외출을 끝내신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로 보이는 두 분이 더 계셨다.

성진이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어머니도 놀란 눈치였고 다른 두 친구는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며 성진이에게

한껏 웃고 있었다.

성진이가 피아노 치는 모습이 멋있다 못해 아름다웠으니 말이다.

“ 네가 성진이구나 민경이한테 많이 이야기 들었어. 아주 효자라고, 성격이

그렇게 이쁘다던데 예의가 바른 것 같네”

“ 하하 감사합니다. ”

민경은 성진이 어머니의 성함이었다.

“ 피아노를 배운거니? 무척 잘 치는구나! 대회 나가도 잘하겠는데?

그 말에 1명에 친구가 맞장구를 치며 성진이에게 칭찬을 쏟았다.

” 어휴 배우기는... 이거 성진이가 어릴 때 조르고 졸라서 사준 건데 결국 5일만에

싫증나서 손끝도 안 뎄어..“

그 말에 어머니의 친구 두 사람은 놀란 토끼눈을 하며 성진이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배운 사람만큼 잘 쳤기 때문이었다.

몇 번이고 재차 확인해서야 친구 두 사람은 포기하고 인정했다.

말로만 알겠다고 하고 속은 전혀 못 믿어 보였다.

어머니의 친구 두 사람은 성진이에게 사인 한 장씩과 셀카를 함께 찍고 나서야 거실로 향하셨다.

덤으로 쳐달라는 곡까지 신청하며 말이다.

” 꼭 윤종선의 좋아 연주해줘~“

“ 어휴, 얼른 이리 와...”

엄마 민경이 친구를 끌고 부엌으로 갔다.

‘ 연주가 이상하지는 않았나 보다.. ’

성진이는 안심하며 아까 요청 받았던 ‘좋아’의 악보를 휴대폰으로

쳐 보았다.

“ 찾았다! .... 좀.. 어려워 보이네.. ”

성진이는 조금 고민을 하다가 휴대폰을 받침대에 올려놓고 의자에 다시 앉았다.

성진이가 건반을 누르며 첫음을 떼었다.

미리 익숙하게 알고 있는 리듬이어서 그런지 박자는 어렵지 않았다.

피아노 소리를 들었는지 박수 소리가 들리더니 피아노가 있던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괜히 실패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긴장이 되었다.

성진이는 나름 욕심을 내어 작게 노래도 부르기 시작했다.

▷「기적의 탑스타Lv.2」능력으로 인해 「보이스S」 가창력↑37%로 상승합니다.◁

▷「노래 분위기 메이커Lv.2」능력으로 인해 (무대 규모도 ‘하’)x2 만큼 가창력이 상승합니다.◁

▷사람들의 집중도가 일정 정도를 넘었습니다. 가창력이 ↑45%만큼 상승합니다.◁

▷「악기와의 친밀도」로 인해 피아노 연주 실력이 ↑67% 상승됩니다.◁

♬이제..괜찮니 너무 힘들었잖아.... 우리.. 그 마무리가↗..♬

성진이의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와 묵직하면서도 맑은 피아노 소리와 절묘하게 어울러져

기분을 좋게 했다.

노래에 열중하면서 피아노까지 훌륭하게 쳐내자 그것을 지켜보던 어머니와 친구들은

넋을 잃었다.

점점 절정을 달리자 침마저 조심스럽게 넘겼다.

그 작은 소리가 이 무대에 방해될까 싶어 절로 조심스러워 졌다.

♬잘했어.. 넌 못 참았을 거야↗ 그 허전함을 견뎌 내기엔↗↗♬

♬좋으니 사랑해서-..사랑을 시작할 때↗ 네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

갈라지지도 너무 올라가지도 않는 선에서 피아노의 음과 맞추어진

고음이 감탄을 자아냈다.

입을 두 손으로 막으며 민경의 친구들은 심취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민경도 훌륭하게 연주하며 노래하는 아들을 보며 감탄했다.

성진이도 연주하는 내내 즐거워서 어느새 진심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성진이가 마지막까지 연주를 마치자 겨우 3명이였지만 풍부한 박수가 귓가에 울렸다.

▷「악기와의 치밀도」가 ↑8% 올라갑니다.◁

“ 아자! ”

성진이가 원하는 알림이 뜨자 육성으로 기쁨을 표했고 그 모습에 민경과 친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아.. 하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성진이가 웃으며 말하자 심취하고 있던 민경의 친구 중 1명이

말했다.

“ 너무 잘 친다!! 어유 지지배 그짓말은.. 이게 안 배운거니?? ”

“ 가수라서 그런지 목소리도 너무 좋구... 너무 듣기 좋다. ”

낯간지러운 칭찬 세례에 성진이는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

성진이는 그 연주로 인해 더더욱 신청곡을 많이 받았고

그럴수록 악기와의 친밀도가 계속해서 오를 수 있었다.

“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박성진씨 저는 이번 CF 감독을 맡은 최호영이라고 합니다.”

인자한 미소로 맞이하는 최호영에게 성진이도 밝은 미소로 인사했다.

“ 저희 CF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고 계시죠?”

“ 아, 네 알고 있습니다. ”

“ 루프스테이션은 많이 어려운 일이에요.. 저희도 음악감독이랑 회의도 많이 하며

최대한 밸런스를 맞출 테지만... 많이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은 감안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

“ 물론입니다. 저..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그 작업 저도 돕겠습니다.”

“ 성..진씨가요? ”

“ 네 ”

성진이가 당당하게 웃으며 말했다.

▷「악기와의 친밀도」 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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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19 23:07 | 조회 : 2,978 목록
작가의 말

오랜만이에용^^* 이제 크라운 쓰러 갈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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