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15화(완결)

이비스도 사라지고, 사랑하는 여인.. 하나까지 죽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크라운은 신경이 곤두세워졌다.

빌이 자신의 친구였음을 지운지 오래였다.
그는 살기적인 마나를 빌에게 향했다.
그 날카롭고 저주스러움에 가까운 마나에 빌은 몸을 살짝 떨었다.

아무리 재미를 좋아하는 빌이지라도, 이 수준은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몸이 직감했다.

숨까지 막혀오는 마나에 빌은 뒷걸음질 쳤다.
빌이 뒷걸음을 침과 동시에 크라운이 바닥에서 튕기듯 빌에게 날아 들어왔다.
눈을 한 번 깜았을 땐 이미 크라운이 자신의 앞에 와 있었다.
크라운의 주먹이 빌의 배에 날아 꽂혔다.
빌은 순식간에 3M가까이 날아갔고, 너무나 갑작스런 공격에 몸이 아픔을 인지를 하지 못하다 급격하게 통증이 몰려왔다.

“ 커억!....헉..헉.. ”
몸 속 내장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이는 고통에 빌이 가쁜 숨을 토해냈다.
인간의 몸은 어느 정도의 탄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빌의 배는 푹 들어가 나오질 못했다.
몸 안을 구성하는 내장과 뼈, 신경까지도 박살이 나버렸다.

고통에 몸을 쉽게 일으키지 못하고 비틀던 빌은 다음으로 날아오는 크라운의 공격에 땅에 머리를 강하게 박혔다.

중력과 크라운의 속도와 마나의 힘 때문에 빌은 더한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크라운은 빌의 머리에서 발을 떼고, 차가운 시선으로 빌을 내려다보았다.

말을 내뱉기는커녕 숨을 토해내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빌은 크라운에게 말을 걸 수 없고 단순히 바라보았다.

양 손을 강하게 쥔 크라운의 두 손에는 피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손톱이 살을 뚫어 피가 흘러내린 것이다.
크라운은 입 꼬리가 미세하게 흔들리며 빌에게 입을 열었다.

“ 넌, 그러면 안됐어............. 적어도, ... 적어도 우리가 친구라는 관계가 1시간이라도 있었다면 넌, 그러지 말아야 하는 거잖아..”

“ ... ”

“ 소중한 것을 부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냐고!!”
분노에 목소리를 높이던 크라운이 빌에게 이를 갈았다.
빌은 그 모습에 잘 발음도 되지 않는 상태로 비웃듯 조소를 날리며 입을 뗐다.

“ 멜, 너는... 꽃을 좋아하지?.. 너 말이야, 아네모네라는 꽃 알아? ”
갑자기 쓸데없어 보이는 소리에 크라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 아네모네라는 꽃의 꽃말. 배신이야, 배신. 딱 너와 나 같지 않아? 친구였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어차피 아네모네야. 그건 변하지 않아”

‘배신’

배신이라는 단어에 크라운은 속 안에서부터 몰려오는 울렁거림과 코가 찡해지는 것 같았다.
이미 말라버릴 대로 말라버린 눈마저 순간 따가워졌다.

크라운의 손에 무수히 많은 마법진들이 펼쳐졌다.
그것을 눈을 크게 뜨며 빌이 바라보았다.

“ 빌, 너를 친구로서 인정했던 내가...”
강한 마나의 소용돌이로 보아 10급 마법.. ‘메테오’가 실현되고 있음을 빌은 직감했다.

“ 죽이고 싶을 만큼이나 밉다. ”

바로 앞에서 터질 것 같은 마나에 빌은 오싹해졌다.
그 때문인지 빌은 자기 스스로도 별로 재미있어 보이지 않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잠깐, 멜. 이런다고 하나가 나을 것이라고 생각해? ”

중간까지 완성했던 마법진이 갑자기 산산이 흩어져 내렸다.

“ 내가 죽는다고 해서 하나가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내 말을 그대로 믿으면 어떡해? 하나는 내가 죽는다고 한들 정상으로 못 돌아와. 기억의 원천은 내가 가지고 있고 내가 죽어버리면 기억이 먹힌 상태로 살아갈 테니까. ”

“ .... ”

빌이 온 몸에서 흐르는 피에 정신이 아찔해짐에도 말을 이었다.

“ 좋아, 멜 네가 그렇게 친구라는 단어를 운운하니 그에 맞춰줄게. 선택해. ”

빌이 눈동자를 굴려 크라운을 응시했다.

“ 네가, 죽을지. 하나가 죽을지”

“ 뭐? ”

“ 하나의 기억을 돌려주고 저주를 풀어주는 대신에 너는 네가 내게 쏠 메테오에
같이 죽을 것인지, 아니면 네 메테오에 나만 죽고 넌 산 상태로 기억이 먹힌 하나와 살 것인지”

“ 네가 내가 죽어서 이득을 볼게 있어? ”

크라운이 차분하지만 날카롭게 말을 뱉었다.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는 크라운의 시선이 마치 뱀과도 같았다.
빌은 잠시 말을 끊다가 웃으며 말했다.

“ 같이 죽는다. 이보다 끈질긴 우정은 없을 것 같은데? 단순해.
그 뿐이야. ”

대답을 기다리던 빌이 크라운의 손에서 갑자기 마나가 모여 마법진을 만들어내자
대답이 무엇이냐는 눈짓으로 크라운을 바라보았다.

“ ..... ”

“ ..... ”

“ 하나의 기억을 돌려놔 ”

“ 그 말은?... ”

빌이 흐릿한 시선으로 크라운을 바라보았다.
크라운은 그런 빌을 향해 화나있지만 서글퍼 보이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 내가 죽을거야. 네 장단에 맞춰주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 ”

“ 정말 죽는다고? 죽는게 쉬운 것은 아닌데? ”

“ 살아있는 것보다는 어렵지 않지. ”

“ .... 남겨질 그녀가 얼마나 외로울지는 상상이 안 가나봐? ”

“ ...... 하나가 그런 저주에 걸린 상태로 있는 것은 내가 볼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하나의 기억을 돌려놔 ”

“ .... ”

빌이 입모양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백색과 금색이 섞인 실이 이어져 크라운의 손목과 이어졌다.

“ 결백과 정의. 이 마법으로.. 네가 정말 죽는다면 하나는 기억이 돌아와. 이건 반드시 이루어져, 신에게도 얄짤없거든. ”

크라운이 그 말에 별 대답을 하지 않고서 메테오를 실현시켰다.
마지막 그 둘의 몸이 사라지기 전 빌이 크라운을 향해 말했다.

“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넌 너무 재미없어. 친구라는 것이 사실이였기에 더욱 그렇지. --”

한 순간의 메테오가 크라운과 빌의 몸을 찢기고 태워 사그라트렸다.
검푸른 마나의 기운이 사그라들었다.










아네모네의 꽃말 : 배신 ......... 고독, 사라져가는 희망, 기다림




















“ 오늘도, 날씨가 좋은데..? ”

한 여인이 자신의 정원을 거닐며 향긋한 꽃 내음에 즐거운 듯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는 파란 장미에 물을 주며 아름답게 향기를 내는 푸른 장미를
열심히 손질했다.

긴 곱슬거리는 금발과 아름다운 푸른눈이지만 조금 나이가 들어 주름이 살짝 생긴
부인처럼 보였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그 외모는 빛이 나듯 아름다웠다.

한참 꽃을 돌보던 여인이 풀을 밟는 풀소리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파란색 장미를 품안에 가득 들고 있는 남자애와 여자애가 보였다.

“ ?...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거니? ”

여인이 부드럽게 물으며 다가왔다.
그에 남자애와 여자애는 서로를 마주볼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 음... 그 파란색 장미를 좋아하는 거니? 많이 가지고 있구나.. ”

백색의 머리카락과 금안을 가진 남자애는 따뜻이 미소지었다.
긴 머리카락을 곱게 땋아 내린 녹안의 소녀는 여인에게 꽃을 내밀었다.

“ ? 주는거니? ”

꽃을 받아 들은 여인은 흐릿하게 보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겹치자
이미 익숙해진 일임에도 눈물이 볼을 타고서 흘러내렸다.

소리없이 울음을 흘리는 여인에게 남자애가 입을 열었다.

“ 파란장미의 꽃말을 아세요?..”

“ ... ?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아니니? ”
그 대답에 여자애가 한 송이 떨어진 파란 장미를 주워 꽃다발에 꽂으며 말했다.

“ 맞아요. 근데, 그 말은 못 들으셨어요? 새로운 꽃말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

“ 새..로운 꽃말? ”

남자애와 여자애가 어여쁘게 웃으며 말을 내뱉었고, 몸을 돌려 뛰어가듯 사라졌다.
여인은 그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 파란장미의 꽃말은.. 기적이라고 하더라고요. 파란장미를 늘 곁에 두시니까 기적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




파란장미의 꽃말 : 기적, 희망, 이루어낼 수 있는, 포기하지 않는 사랑












- 지금까지 ‘좀 내버려둬! 나 좀 쉬자’ 소설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게 감사를 표하며
- 이만 ‘ 좀 내버려둬! 나 좀 쉬자’를 완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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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04 23:09 | 조회 : 1,600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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