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Monika - (2)

“같이 해보지 않을래?”

큰 동아리에서 매번 일어나는 일이라곤 싸움질밖에 더 있을까. 이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내가 좋아하고 특별한 걸 해내겠어.

이렇게 생각했던 나는 새 학년에 들어서자 새로운 동아리를 함께할 아이들을 구했다.

모두에게 행복을 전달하고 항상 밝게 빛나는 사요리, 당돌하고 직설적이지만 한없이 귀여운 나츠키, 소심하지만 진중한 책벌레 유리, 그리고 부장이 될 나. 우리 모두가 모였다.

“좋아! 앞으로 힘내보자, 얘들아!”

이렇게 우리의 특별한 문예부가 탄생하였다. 최소의 인원으로 간신히 선생님의 승인을 받은 아슬아슬한 출발. 하지만 우리는 그 도전을 감행할 의지가 있었다. 문예부를 우리 모두가 즐겁게 활동하는 최고의 동아리로 만들자는 꿈을 이룰 자신이 있었다.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너무나 재미있었다. 우리의 문예부 활동에는 행복이 필연적으로 깃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좋았어!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 보자, 얘들아!”

“응응! 좋아좋아! 앞으로 우리가 함께라면 뭐든지 두근두근할 거야!”

“그렇네요... 두근두근.... 정말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해요, 사요리.”

“그럼 기왕에 부르는 거 ‘두근두근 문예부’로 바꿔 버릴까?”

“아하하!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어쩌면 이 일상적인 대화로부터 모든 게 틀어지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두근두근 문예부―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내 몸에 이상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눈앞에 빨강, 초록, 파랑으로 빛나는 이상한 색의 잔상들이 펼쳐지거나, 귓가에 기계음과도 비슷한 소음이 들릴 때도 있었다. 우리 모두의 앞날을 예지하는 것과 같은 장면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처음으로 부장을 맡아보는 거라서 조금 피로한 건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순진하고도 태평한 상상이었다. 애석하게도 이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았고, 나는 곧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속해 있는 게임 속 세계. 그저 절대적인 누군가가 만든 스크립트대로만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 우리들. 이 안에서 펼쳐지는 무한과도 같은, 하지만 결국엔 운명과도 같이 정해져 있는 선택지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벽 너머의 구멍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너.’

그 파라노마와도 같은 운명의 흐름의 끝에는 너와 함께 모두의 행복한 모습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모두가 행복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게 된 나는 그곳에 없었다. 수많은 선택지 속에 나를 위한 결말이란, 해피엔딩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단 한 개도 없었다.

“왜...?”

허공에 물었지만 답 같은 것은 돌아오지 않았다.

“왜 나만... 행복하지 않아?”

답답했다. 나만이 좁은 벽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모두가 행복한 최고의 동아리를 만들자고 했는데...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나는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거야...?”

내 소망의 대가가 이렇게 가혹할 수밖에 없는 거야?

뿌드득 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이빨의 양 옆으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동아리 신청서를 받아들었던 선생님께서 건넨 말씀이 떠올랐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네 열정은 정말 높이 평가한다, 대단해. 하지만 부장이라는 건, 단순히 열정만으로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직면하게 되기도 하고, 갈등 속에서도 중심을 지켜야 하지. 그래서 그만한 책임이 중요한 거야. 책임이 사라진 집단은 결국 헛된 이상을 바라보는 허울만 남거나 튼튼한 기반을 잃기 마련이거든. 문예부를 처음 만드는 지금 이 순간의 네 목표와 의지를 잊지 마라. 항상 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부장으로서의 책임이... 이런 거였냔 말이에요...”

무엇을 하든 사랑하는 너와 함께할 수 없고 언제나 모든 선택지를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부장의 자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홀로 고통스러워야 하는 자리. 이 책임의 무게는 내게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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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3-01 10:50 | 조회 : 1,515 목록
작가의 말
반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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