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진혁의 시점)

《진혁의 시점- 여행 첫날 밤》

하윤의 몸은 매우 달았다. 매끄러운 몸을 지분거릴 때면 이상하게도 술을 한모금도 대지 않아도 흥분감이 불꽃튄다.

"응...... 흐읏, 윽, 읏....으하....."

유일하게 살집이 잡히는 동그란 엉덩이에는 몇번을 부여잡았는지 자신의 손자국이 선명했다. 축 젖은 채로 흐물흐물한 액을 내뱉는 콘돔을 집어 던지고 진혁은 하윤의 품을 감쌌다. 하윤이 바르작거리며 진혁을 올려다본다. 눈가가 벌건 눈은 동공이 풀려있었다. 페로몬은 자각없이 줄줄히 흘러나온다.

"윽.....흡...."

허리가 아픈지, 진혁이 감싸안자, 순수한 고통만을 담은 흐느낌이 귓가를 때린다. 하윤은 페로몬조차 달았다. 여기저기 몸을 굴리며 즐겼던 진혁이 한눈에 보아도 빠져들 듯이 달았다.

처음에는 향긋한 내음에 불과했던 향은 진혁의 세상을 휘감았다. 거세게 유혹하고 끌어당기는 페로몬은 진혁의 눈 앞을 가리는 듯 했다. 달콤하고 매혹적이지만 절대로 모든 쾌락을 내놓지는 않았다. 흘러나오지 않는 단물을 향해 입술만 쩝쩝대는 셈이었다. 그런 묘한 매력이 있었다.

진혁은 하윤이 자고 있지는 않나 다시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도 하윤은 눈을 흐릿하게 뜨며 여린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코 아래에 손가락을 대자, 천천히 내뱉는 따뜻한 바람이 느껴진다.

진혁이 다시 하윤의 맨몸을 잡자, 하윤은 그 의미를 이해했다는 듯 머뭇거린다. 이제는 순순히 다리를 벌리는 하윤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윤의 팔랑거리는 긴 속눈썹에 맺힌 물방울을 보았다. 더럽혀진 순수함을 가진 눈물에 진혁은 다시 한번 자신의 아랫배가 뻐근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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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1년 전 옆 학교인 효중고의 축제때 본 여자아이에 대한 기억이었다. 땡그란 눈동자는 조금 긴장한 듯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자신이 들어온 곳이 남자화장실이란 사실을 자각도 못한채 여유로이 손을 씻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 안, 잠시 머리를 식히려 들어왔건만 당혹스럽기만 했다. 여자아이의 짧은 치마가 나풀거린다. 진혁은 스스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조금 열린 창문을 타고 간지러운 바람이 진혁의 코 앞에 맴돈다. 달짝지근한 향기. 싸구려 설탕이나 달고나 향이 아닌 꿀보다 고급지고 우아하며 매력을 과시하는 그런 향이었다.

급히 진혁이 여자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때 그 아이는 없었다.

진혁은 나중에서야 효중고의 친구를 통해 그 아이가 축제내 여장대회에 나가기 위해 여장을 한 남성베타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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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의 허리가 들썩인다. 낑낑거리며 강아지 앓는 소리를 내는 하윤을 끊임 없이 쓰다듬고 매만지며 진혁은 거친 숨을 내뱉었다.

"아..... 아윽... 아파!"

흐릿하게 누군가 소리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진혁의 귀에는 그저 흐릿한 소리에 불과했다. 그에게는 지금 눈 앞에 마주한 쾌감, 달콤함이 더 급했다. 그 사이 진혁의 아래 깔린 작은 몸은 쉴새없이 바르작대며 고통을 표현했다.

"아파.....아,아파 그만...아윽, 흑, 제발....."

진혁의 눈 앞에는 자신만의 꽃밭이 펼쳐진다. 희고 분홍색의 청초한 꽃들이 수수한 우아함을 내보이는 꽃밭. 정신 없이 달리다가 꽃잎을 한없이 움켜쥐면 분홍색의 꽃물을 터뜨리며 매혹한다. 그 사이에는 누군가의 흐느낌이 들어있었다. 진혁이 미쳐 신경을 쓰지 못한 작은 흐느낌이.

전신으로 쾌감이 전달되는 것을 느끼며 진혁은 만족스럽게 그르렁 거렸다. 진혁의 아래에 있는 몸도 부르르 떨며 가쁜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길 반복한다. 진혁은 천천히 몸을 뒤로 내빼었다. 이상하게 평소처럼 곱게 자신의 것이 빠지지 않았다. 하윤의 벌벌 떠는 몸을 부여잡은 채 간신히 빼낸 것에는 긴 실처럼 액이 흘러나왔다.

"아......"

그제서야 진혁은 어제 자신이 이성이 잃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 써서 널부러진 세 개의 콘돔 사이로 포장지를 뜯다만 은색 조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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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3-02 16:53 | 조회 : 5,24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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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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