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부드러운 입술이 살결에 닿았다. 보이지도 않는 솜털을 훑고는 납작한 가슴으로 향한다. 하윤은 여린 비음을 흘리며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느껴본 쾌감이었다. 우성 오메가인 하윤을 성적으로 완전히 만족시켜준 존재는 진혁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 그만......"

"싫어?"

하윤은 고개를 거세게 내저었다. 한 모금 밖에 마시지 않은 술에 취한 것도 아니요, 히트 싸이클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진혁의 페로몬은 하윤이 모순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만하라 말하며 싫은 것은 아니라니, 하윤이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말...... 극우성 알파야?"

진혁의 페로몬이 조금은 잠잠해지자, 하윤이 입을 열었다.

"그래."

"극우성 알파는 완전......멸종일텐데...."

"멸종이라니, 사람한테...... 개너무하네."

진혁이 툴툴대는 소리를 듣자 하윤은 참던 숨을 내쉬었다. 그제서야 진혁이 또래로 보였다. 일단 우성 알파 이상인 것은 분명했으니 하윤은 극우성에 대해 반박할 생각이 없었다. 몸은 페로몬을 오래 맞은 상태라 점점 녹진녹진해져갔다. 파김치처럼 흐물흐물한 하윤을 보며 진혁은 피식 웃었다.

"으으...... 졸려."

"안 할거야?"

향이 다시 여기저기에서 피어올랐다. 하윤이 몸을 굳히며 긴장하자, 진혁은 하윤의 눈 앞에서 은색의 무언가를 흔들었다. 콘돔이었다.

하윤이 그의 준비성을 보고 흐릿한 웃음을 날렸다. 솔직히 말해, 하윤은 그와 그의 페로몬에게 끌리고 있었다. 처음 맛본 쾌감에 들떠 당장이라도 그에 품에 안기려는 마음을 겨우 다잡고 있었다.

"할거지?"

하윤은 부끄러운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윤을 감싸는 페로몬은 아까와는 달리 부드럽게 하윤을 감쌌다. 떨어지는 벚꽃잎 속에 파묻히는 기분을 느끼며 하윤은 노곤노곤한 기운에 몸을 맡겼다. 자신의 페로몬도 진혁의 것 아래 펼쳐놓으며 하윤은 서서히 쾌락으로 잠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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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하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진혁의 품 속 안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겨 공중에 들린 상태였다.

"으.... 으아.... 뭐야! 빨리 내려 놔."

"잠만 가만히 좀 있어봐. 눕혀줄게."

하윤의 몸은 머리털부터 발끝까지 푹 젖어 있었다. 목욕을 시킨 것이 분명했다. 그가 자신의 몸을 토닥이며 씻겼을 것을 생각하니 얼굴에 홍조가 꽃피는 하윤이었다.

"허리는 좀 괜찮아?"

진혁이 이불보 위에 하윤을 내려놓으며 묻는다. 그게 마치 '오늘 아침은 맛있게 먹었니?' 묻는 것처럼 당연하고 무해해 보여, 하윤은 저가 이상한가 생각했다.

"어,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차마 하윤은 말을 잊지 못했다. 머리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지만 쑤시는 등허리, 아리고 쓰라린 뒤, 바닥에 굴러다니는 콘돔 몇개가 상황을 설명했다.

"일단은 누워있어. 애들한테 너 몸 안좋다고 말해둘테니까."

"어.....응."

"아침밥도 네 몫은 챙겨올게. 한숨 푹 자고 있어."

진혁의 걱정없는 표정에 하윤은 안심하며 몸에 힘을 풀었다. 긴장풀린 몸을 이불에 맡긴 하윤은 눈을 감고 머리를 식혔다.

조금뒤, 하윤을 깨우러 온 사람은 진혁이 아니었다.

"박하윤! 야 잠만 일어나봐!"

10년을 봐온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하윤의 눈 앞에 들이 밀어졌다.

"윤......성환?"

"시발, 알파랑 같은 방이 됐으면 나를 깨웠어야지. 경계없이 멀뚱히만 있으면 어떻게 해. 내가 너 별채에서 알파랑 단 둘이 잤다는 말 듣고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성환은 방에 들이 닥치자마자 폭포같이 말을 쏟아냈다. 하윤은 성환의 흥분을 받아들이지 못한채 감기는 눈만 비벼댔다. 성환은 생각만 해도 열불나고 답답하다는 듯 이젠 맨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알파랑 같은 방 하기 싫다고 했다가 오메가인거 들키면 어떡해."

하윤의 목소리는 조곤조곤했다가도 '오메가'를 말하는 부분에서 목소리가 급격히 작아졌다. 성환이 복잡한 표정을 짓자, 하윤은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너 자신은 지켜야지...... 아무리 그래도....."

성환의 목소리에는 아까완 달리 힘이 없었다.

"설마 그새끼랑 하진 않았지?"

하윤은 성환의 질문에 머뭇거리려다, 어이가 없다는 듯 '픽' 웃었다.

"내가? 설마 했겠냐."

하윤의 말에 기분이 나아진 듯한 성환의 표정을 살폈다. 하윤은 마음 한 구석이 쓰라린 것이 느껴졌다.

두근 두근 두근.....

거짓말을 해서인지 심장이 빨리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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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28 19:11 | 조회 : 5,893 목록
작가의 말
새벽네시

수위를 어느 정도까지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네요ㅠㅠㅠㅜ / 일러스트에 하윤이 이미지 올려두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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