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 두개

쿵 하는 소리가 나고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눈앞이 흐려진다. 자면 안 되는데
나는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잠을 잤다.

눈을 흐르게 떴다. 이 냄새를 전에 딱 한 번 맡아본 적이 있다. 내가 8살 정도 되었을 때, 아버지가 나의 다리에 칼을 꽂아버렸다. 실수였을 것이었다. 그때 아버지는 그러고 나서 술에 취해서 잠을 잤다. 그리고 나는 한쪽 손으로는 다리를 잡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우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을 틀어막으셨다. 그렇게 잠을 자고 그다음 날, 그날은 초등학교 입학 날이었다. 전부터 학교가 너무 가고 싶었던 나는 조용히 집 밖으로 나섰다. 학교에 가는 길은 통지문에 간단히 나와 있었다. 나는 몇 시간을 걸었다. 하지만, 학교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그때, 일부로 사람 없는 길로 가고 있었는데, 한 남자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나는 최대한 빨리 걷고 싶었지만, 걸을 수가 없었다. 나의 다리에는 아직 아파서 못 뺀 칼이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머리가 핑 돌았고 그렇게 나는 쓰러졌다. 그대로 딱딱하고 차갑디 차가운 흙길 일줄 알았는데. 포근한 스펀지 같은 곳에서 일어났다.

그때 처음 본 의사 선생님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한다. 나를 동정하는 눈빛부터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애써 괜찮은 척 하며 내 발로 병원을 나왔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맞았다.

옛 기억을 회상하듯 꿈을 꾸었다. 나는 눈을 벅벅 문지르며 일어섰다. 불길한 예감은 왜 항상 맞는지 오늘도 빌어먹을 포근한 스펀지 같은 곳에서 누워 있었다. 나는 경계하며 일어섰다. 간호사들은 나를 봤는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눈을 굴리며 상황을 봤다.

"어머? 일어났어요"

가식적인 웃음을 흘리며 말하는 간호사에 나는 고개를 확 틀어 무시했다. 간호사는 어이가 없는지 인상을 순간적으로 찌푸렸고 나는 그에 작게 움찔거렸다. 그때, 한 의사 선생님이 등장했다.

"음? 우리 전에 본 적 있지?"

나는 그를 힐끔 보는데 전에 내 초등학교 입학식 때, 병원에 와서 봤던 마음에 안 들었던 의사 선생님이었다. 나는 그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어? 아직 움직이온 안돼!"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것은 몇 발자국 가지 않아. 그에게 잡혔다. 나는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어른 이어서 그런지 힘이 강했다. 나는 급기야 소리쳤다.

"놔!!"

나의 울음 섞인 소리침에 그는 나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를 보고 더는 힘을 줄 수도 없이 강한 공포감이 해일처럼 몰아쳐 왔다. 그의 어두운 표정부터 풀 수도 없는 족쇄 같은 나를 잡은 손이 너무나 무서웠다. 나는 온몸을 덜덜 떨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그런 나를 보며 손을 살짝 풀어줬다. 나는 바로 그의 손을 뿌리쳐 버리고 병원의 출구를 향해 냅다 달렸다.

밖에 나오니 노을이 질정 도로 어두워진 시간이었다. 나는 집으로 아주 슬픈 노래를 부르며 터덜터덜 걸어갔다. 하지만, 나는 가기가 싫은 것인지, 빙빙 돌며 걸어갔다. 나는 집에 돌아온 엄마와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며 집에 있겠지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보고 행복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웃을 거야. 라고 애써 행복한 상상을 했다. 행복한 상상을 하는데 왜 앞이 흐려지면서 볼에 뜨거운 물줄기가 느껴지는지. 나는 이해가 안 갔다.

깜깜해진 어느새 집 앞으로 다 온 나는 우물쭈물하며 집 앞에서 머뭇거렸다. 그때, 뒤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나를 덮었다. 나는 덜덜 떫으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다 돌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나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며 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강한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양손을 내 머리채를 잡고 있는 사람의 손을 잡으려다가 흠칫하고는 손을 거두었다. 언젠가는 이 고통이 끝나겠지. 하면서 그날 밤 나는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손찌검에 정신이 들었다. 나는 이 지옥을 못빠져나가구나..왜 하필 나일까? 라는 생각이 한가득 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 새끼가! 뭘 잘했다고 울어!?"

아버지의 고함에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울어버렸다. 처음 보는 나의 모습에 아버지는 당황했는지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가셨다. 그렇게 혼자 남겨지고 텅 비어져 버린 거실에 나는 맨발로 밖으로 나갔다.

나는 누가 봐도 더러워 보였다. 너덜너덜해진 옷과 엉켜있는 머리카락, 때낀 몸까지 어디 하나 안 더러운 곳이 없었다. 나는 혼이 나간 듯이 눈가에는 차가워진 물줄기를 달고 길거리를 걸었다.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일까. 나는 차가운 전봇대 옆에 쭈그려 앉아 고개를 파묻었다. 누가 나를 구해주지 않을까. 누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을까. 그런 헛된 상상을 하면서 그렇게 잠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부르듯 온몸을 툭툭 거 드렸다. 나는 너무 기뻤다.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자. 내 눈 앞에는 깜깜한 세상과 함께 헛된 희망 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표정이 점점 차갑게 식어만 갔다.

"....비야, 나위로 해주는 거야? 아니면 헛된 꿈이라고 알려주러 온 거야?"

나의 말에 비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듯 계속 내렸다. 나는 고개를 위를 보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비는 나를 토닥이듯 나의 볼에 뜨거운 물줄기를 계속 내렸다.

"괜찮아...난 괜찮아"

나는 홀로 나를 달래야만 했다. 아니면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아 나는 양손을 나의 어깨에 올려 내 차가워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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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03 20:07 | 조회 : 1,617 목록
작가의 말
Thddl.

감성적이에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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