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 하나

아주 깜깜하고 걷다 보면 누군가 내 뒤를 쫓아온다는 느낌이 드는 골목길. 나는 조그만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주인을 기다리는 개처럼 기다렸다. 아버지가 주무시기를···.

아버지는 우리 동네에서 유명한 술꾼이다. 네가 아버지한테 맞고 있을 때면 어쩌다 한 두 번 경찰에 신고하지만 이젠, 사람들도 포기했는지 안쓰러운 표정만 남긴 체 스쳐 지나갔다. 그럴 때면 엄마가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나를 버린 엄마였지만, 나를 때리지 않았으니까. 처음에는 버린 엄마를 원망하고 저주했다. 그래서인지 엄마가 나가신 후 더 심해진 아버지의 폭력에 그렇게 때리지만 나를 버리지 않는 아버지에 감사했다. 또 버림받은 아이가 되기 싫고 외로움을 느끼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 새끼 어디 간 거야!"

그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서운 것인지 나를 찾아주라는 소심한 희망이었는지 나는 꿈쩍도 하지 않고 가만히 쪼그려서 앉아있었다. 아버지의 등이 보이고 고개를 돌린 아버지도 보이고 나와 눈이 정확히 맞은 아버지도 보였다.

"아···. 아"

나는 엄청난 압박감과 나를 곧바로 물어뜯을 기세인 아버지의 표정에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 이 새끼가 아버지를 놀리는 거야!"

아버지는 나에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나는 순간적으로 느꼈다. 오늘은 자기 힘들겠구나..

"아...아버지"

예전이었다면 두 손 두 발 싹싹 빌며 잘못했다고 말했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잘못했다고 말할 때마다 더욱 세지는 아버지의 폭력에 나는 강제적으로 잠이 들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소리를 내지 않고 최대한 덜 아프게 맞는 것. 그것뿐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버지가 지쳐 잠들면 엄마 생각을 가끔 하며 내일은 덜 아프게 맞기를 하늘에 비는 것뿐이다.
아버지는 내 앞에 오시더니 내 머리채를 잡고 나의 뺨을 수차례 때렸다. 아버지는 아무 말 안 하고 맞고 있는 내가 더 짜증이 났는지 머리채를 잡고 나를 질질 끌며 집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방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떻게 아이를 바닥에 내동댕이칠 수 있느냐고 말하겠지만, 시멘트 바닥에 내동댕이치지 않은 것에 나는 너무 감사했다.

"이 개새끼가 어디서 까불어!"

아버지는 거실바닥에 침을 뱉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눈을 살포시 감고 아버지의 발길질을 참아내야만 했다.
갈비뼈가 금가고 머리가 어지럽지만 나는 이제 곧 끝날 것이다. 라며 나를 위로했다.
아버지는 한치도 용서하지 않으셨다. 팔이 부러지고 피가 난다고 할지라도 아버지의 무서운 폭력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너무 맞아서인지 아버지의 고함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을 놓아버린 것 같다.
기절한 후 일어나보니 방구석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절하기 전만 해도 날 때리고 있던 아버지는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셨고 어두운 밤이었던 하늘은 환한 아침이었다.
나는 바로 일어나 시계를 봤다. 8시가 되고 있는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아버지가 안 깨시게 조용히 집 밖으로 서둘러 나가 초등학교로 갔다. 금 간 갈비뼈 때문에 숨쉬기 힘들었지만, 학교는 가야 한다는 생각에 천천히 걸어갔다. 길가다가 마주친 아주머니들은 애써 모르는 채 자신의 자식에 눈을 가리며 내 옆을 재빨리 지나갔다. 만약, 엄마가 도망치지 않고 내 옆에 있었다면 이런 상황에 내 눈을 가렸겠지 라는 생각에 아주머니께 미안해졌다. 자신의 자식은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데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망친 것 같아. 매일 죄송할 따름이었다.
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달렸다. 금 간 갈비뼈에 너무나 힘들었지만 나는 학교로 뛰었다. 학교에 도착하면 막상 더 미안해진다. 가려줄 아주머니들의 손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이 나를 본다는 자체가···. 너무나 미안해졌다. 나는 조심스레 뒷문을 열었다. 전부 돌아 나를 보는 아이들에 나의 고개는 땅으로 향했다.

"거지새끼다"

한 아이의 말에 선생님도 당황했다.

"민서야!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야."

선생님에 말에 민서는 또다시 말했다.

"왜요? 엄마가 거지새끼라고 가까이하지 말래요!"

맞는 말이다. 민서의 말에 아이들은 맞는다며 하나 둘씩 말했다. 선생님은 당황했는지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나에게 소리쳤다.

"자리에 빨리 앉지 못하겠니 수연아!"

나는 죄송하다고 하면 때릴까 봐 입을 꽉 다물고 자리에 빨리 앉아 아이들이 계속 보기 전에 엎드렸다.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쉬고는 수업을 계속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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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02 00:57 | 조회 : 1,589 목록
작가의 말
Thddl.

제가 엄청울면서쓴 소설입니다 감성적으로 봐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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