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끈질기게 붙어오던 몸은 녹초가 되어 온몸에 힘이 다 빠질때쯤 나를 놓아주었다.

"하- 힘들어. 마르코 너무하단 생각 안 해?"

"이정도는 나도 많이 참는건데."

"뭐? 으- 허리 아파."

"잠시만 있어. 찜질해줄게."

며칠째 퇴근 후 계속 되는 애정행각은 그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마르코가 손에 뜨끈한 김이 오르는 수건을 들고 돌아왔다.

"요즘 네가 너무 귀여워서 멈추기 힘들어."

그가 엎드린 나의 허리 위를 수건으로 쓸었다. 삐걱이던 몸이 한 순간에 나른해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소리라던가 얼굴이.. 꼭 더 해달라고 매달리는것 같아서.."

마르코 답지않게 부끄러워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말에 부끄러워진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베개에 얼굴을 묻고 말았다.

*

"제하하하 에이스, 축하해. 역시 네가 대장이 될 거라 생각했어."

술잔을 기울이며 끝없이 이어지는 동료들의 축하인사를 받았다. 축제였다. 오랜시간 공석으로 있던 대장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앉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동안 보인 실적으로 들어온지 얼마되지않은 내가 대장이 되는 것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고마워, 다들! 앞으로 잘 부탁할게!"

비어진 잔에 새로 술이 찼다. 누군가 잔을 들며 건배제의를 했다.

"오래 비었던 자리에 새로 임명된만큼 멋진 대장이 나왔다! 에이스를 위하여!"

"새로운 대장을 위하여!"

계속해서 나오는 고기와 과일, 끊임 없이 붓고 채워지는 술.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주인공이 된 기분은 나쁘지않았다.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를 때쯤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에는 마르코가 찍혀있었다.

'망했다.'

마르코는 내가 대장이 되는 것을 못 마땅하게 여겼다.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내가 대장이 되야하는지 물었다. 일이 이렇건 된데에는 삿치가 있었다. 삿치는 마르코로부터 보복성(?) 업무지시를 받았고 그날 이후 은근히 나에대해 흘리며 다녔고 좋은 평판을 만들었다. 그러다 적당한 때에 2번대장을 뽑아야한다는 여론을 만들어 자연스레 나를 대장이 되도록했다.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마르코였지만 다른 간부들이 모두 찬성하는 상황을 혼자 뒤집을수는 없었다. 그렇게 난 2번대장이 되었고 지금 축하연에 있는것이었다. 이곳에 오기전 마르코는 절대 늦지말것과 취하지말것 두가지를 신신당부했다.

"마르코?"

"하, 늦지 않겠다고했잖아.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줘야지. 이제 널 노리는 녀석들이 생길거라고. 그럼 이렇게 늦을 때마다 걱정한다고."

"미안해. 놀다보니까 시간가는줄 몰랐어."

"언제 들어올거야?"

"아, 지금 갈거야. 지금 가."

서둘러 옷을 챙겨 술집을 빠져나오는 길을 티치가 따라나왔다. 한손에는 전화를 받으며 다른 한손으로 티치에게 들어라가라고 손짓했다. 그는 결국 택시를 잡아준 후에야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서자 마르코는 현관에 서있었다.

"다녀왔어."

"이야기 좀 해."

마르코는 거실 쇼파로 향했다. 아마 긴 이야기를 할 모양이었다.

"에이스, 난 지금도 네가 대장은 안 했으면 좋겠어. 그 자리 생각보다 위험한 자리야. 다른 녀석들 표적이 되기 쉽다고. 알아?"

"알아. 나도 그정도는 알고있어. 그리고 당하지않을 자신도 있고. 마르코도 내가 그냥 이 자리 앉은게 아니라는거 알잖아."

"후.. 그래. 네가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지. 그래도 위험한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단 말이야."

마르코는 이렇게 가끔 아이같았다. 그런 점이 귀엽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조금 귀찮을 때도 있었다.

"절대 안 다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그리고.. 이제 네가 더 바빠잘텐데 그럼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잖아. 가뜩이나 바쁠때는 일주일에 몇번밖에 못 보는데 이젠 그것도 못 볼지도 모르잖아."

'아, 정말. 이럴때는 꼭 놀아달라 낑낑거리는 강아지.. 큰 개 같아.'

"시간 맞추면 더 자주 볼 수있을지도 몰라. 방에도 자주 찾아갈게. 응?"

"하.. 이리와."

얌전히 그에게 가 안기자 뜨거운 체온이 옷 넘어로 전해져왔다.

"이렇게 충전하는게 낙인데 이제 어쩌지."

마르코의 동그란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그는 이런 시간을 좋아했다. 나 역시 편안함을 주는 이 시간이 좋았다.

"자주 와야해. 안 오면 내가 찾아갈거야."

"어. 그럴게."

"자주 안아줘야해."

"쿡, 알았어."

"다른 놈이랑 친하게 지내지마."

"그건 좀 곤란한데? 대장이되서 관리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잖아."

"그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지마."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알았어."

허리에 올려두었던 마르코의 손이 느릿하게 움직이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가끔가다 심하게 굴어도 용서해줘."

"그건 좀 다른 이야기지 않을까?"

셔츠를 밀어올리며 위로 향하는 손길의 목적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나한테는 같은 이야기야. 응?"

여기서 안된다고 했다가는 당장 오늘 밤이 심하게 구는 밤이 될것 같았다.

"알았어. 대신 가급적 조절은 해줘."

"응."

기분 좋은 듯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 그가 이제 한가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쇼파에 앉았던 몸을 일으켜 키를 맞춰 키스했다. 손은 쉬지않고 움직였고 발은 침실로 향했다.

*

한 여름이라는 것은 꽤나 귀찮았다. 하늘에 있는 태양은 지표면을 지글거릴때까지 데우기라도 할 기세로 이글거렸다. 지리적 특성은 습한 공기를 가득 머금도록 했다. 덕분에 찐득한 감촉이 어딜가나 존재했다. 물기와 열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은 지나가도 상쾌하지않았다.

"후~"

에어컨은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열심히 돌아갔다. 열린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쳤다. 입안이 텁텁했다. 다시 담배를 빨았다.

"담배 끊은 거 아니였냐?"

"아니. 에이스가 싫어해서 줄였을뿐이야."

"뭐지? 그런데 핀다는건 둘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웃으면서 얘기하지마. 난 진지하게 불만이니까."

"뭐가 그렇게 불만이실까?"

"..에이스가 대장이 되고나서 얼굴을 자주 못 봐."

"... 그거야 당연한거지! 일이 많으니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잖아."

삿치의 얼굴에 경악스러움이 나타났지만 그런것 따위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담배는 빠르게 타들어갔다.

"마르코, 네가 일이 적구나. 그러니 그런 말을 하지. 내 몫 좀 해주라."

"후-"

"아니면 니가 직접 찾아가면 되잖아. 그런거 가지고 심각하게 분위기 잡지 좀 마."

"에이스가 바쁘다고 안 만나준단말야. 밥 먹을 시간도 없는지 늘 방에서 대충 때우는 것 같고. 집에 와서도 피곤하다고 늘 잠만 자. 하루에 얼굴보고 대화하는게 10분이 될까 말까야."

"그야 한참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쁠 시기라는거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이러고 있는 거잖아. 이 나이되서 일하는 애한테 찾아가 나랑 놀자고 조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얼굴은 못 보고 아주 답답하다."

담배를 비벼끄고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았다. 에어컨 바람이 상쾌한 내부였지만 이상하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삿치 너 이렇게 여유로운거 보니 할 일이 없나보군."

"아니! 아니! 잠시 기분전환삼아 밖에 나온거뿐이야. 내 책상 위에도 해야할게 한 가득이라고. 난 바빠서 이만 가볼게!"

삿치가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서며 문을 닫았다. 적막이 감도는 사무실이였다.

"하.. 나도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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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09 08:23 | 조회 : 1,270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어쩐지 찝찝하더라니! 오늘 연재일이었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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