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편] 2. 팬...? 그리고 아이돌 (1)

"엄마 나 왔어요."

"용케 잘 찾아왔네? aa가 알려주디?"

"아니, 어떤 사람한테 길 물어서 왔어요."

새집은 처음 보는 곳이었다. 전에 살던 집은 작은 단칸방이었는데... 아빠 말로는 큰오빠가 프로젝트 하나 대박을 쳐서 더 큰 집으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뭐 그래봤자 방 두개 있는 집이지만... 그래도 느낌은 대궐에 사는 것 같았다.

"큰오빠는?"

"출장 갔어. 요즘 매니지먼트 회사 하는데 잘 된다는 것 같더라."

"치... 동생이 혼수상태인데도?"

"야 이 기지배야. 너 깨어나기 직전까지 옆에 있다가 갔어. 아까도 너 깼다고 하니까 바로 들어온다는 거 말리느라 혼났다 얘."

약간 멘붕이긴 했다. 나에겐 오빠가 둘이 있었는데 작은 오빠랑 친했지, 큰오빠랑은 나이 차이가 꽤 나서 어렸을때도 자주 보지 못했었다. 근데 걱정을 했다고? 믿기지 않았다.

"일부로 어렵게 네가 좋아하는 아이돌 매니지먼트도 맡았다고 했는디... 기억도 안난더고 하니 원..."

"아니, 나 아이돌 안 좋아한다니까? 다 똑같이 생겨서 노래도 못하고 춤도 흐물흐물 추는게 뭐가 좋다고 난리들인지..."

엄마는 혀만 차면서 나를 답답하다는 듯 쳐다봤다. 아니, 아이돌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작은오빠는?"

"군대 갔어. 너 깼다는 소식 듣고 탈영한다고 개소리를 짖어대길래 가만히 안 있으면 면회도 안 데려간다고 협박 좀 했더니 가만히 있더라."

그래, 이래야 작은오빠지.

"저기 있는게 네 방이야."

방안으로 들어왔는데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한쪽에 쌓여 있는 박스들이었다. 내가 내 물건 정리 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일부러 엄마는 손대 안댔다고 하셨다.

"어휴... 이걸 언제 다 정리 한담?"

-툭

"음?"

제일 위에 있는 상자를 밑으로 내리려고 손을 뻗은 순간 뭔가가 떨어졌다. 잠시 상자를 내려놓고 떨어진 것을 줏어보니...

"윙스? 뭐야 이거? 앨범이야?"

표지에는 동그라미 네개가 있고 영어로 WINGS라고 써있는 앨범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상자를 엎어보았다. 그리고 보이는 응원봉, 포스터, 앨범, 등등 흔히 말하는 아이돌 덕질용 물건들이 가득했다.

"헐... 나 진짜 빠순이였던 거야?"

기사에서 몇번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에 대해 들어본적이 있었다. 빌보드 상도 탔다던가... 하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었을 텐데?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씨디를 노트북에 돌려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비트가 들려오고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 제목은 피, 땀, 눈물. 제목부터 '이게뭐야...' 했다.

차례차례로 노래를 들어보았다. 내가 흔히 알고 있는 아이돌과는 다르게 각자 개성있는 목소리, 의미있는 가사 (난 별 내용없는 사랑노래는 극도로 싫어한다) 까지. 뭔가 다른 아이돌이었다.

수록곡도 들어볼까 해서 노래를 계속 틀어놓았다. 역시나 다들 다른 목소리, 그중에서도 제일 튀는 목소리는 'Stigma'라는 노래를 부른 보컬이었다.

'숨겨왔어
I tell you something
그저 묻어두기엔
이젠 버틸 수가 없는 걸'

딱 들어도 사랑노래는 아니다. 뭔가 더 듣고 싶은 가사, 그리고 그걸 전하는 목소리. 무슨 이유에선지 간절하게 들리는 목소리와 의미깊은 가사에 잠시 눈을 감았다. 심장이 쿵쿵 뛰고 있었다.
.
.
.
.
결국 새벽까지 노래를 듣던 나는 엄마의 고함소리에 노래를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

"내가... 이 사람들을 진짜 좋아했었을까..."

부정하고 싶었지만 어느면에서는 믿어지긴 했다. 그런 목소리, 가사를 가진 아이돌이라면 좋아했었을것이다. 앨범에 담긴 모든 곡에 의미는 각자 달랐다. 물론 'First Love'이라는 랩노래가 있었지만 그것도 보통 사랑고백이나 이별노래가 아닌 첫사랑을 피아노에 빗댄, 전혀 상상도 못한 가사였다.

"내일 aa한테 더 물어봐야겠어"
.
.
.
.
"??야. ??야!!!!"

"음... 뭐야..."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더니 큰오빠 얼굴이 떡하니 보였다.

"으앗!! 깜짝이야... 오빠 언제 왔어?"

"너 일어났다는 소식 듣고 바로 다음날 비행기 표 끊었어. 오늘 새벽에 도착했고. 오자마자 너 깨우려는 거 겨우 말렸다 얘."

어안이 벙벙한 오빠를 대신해 엄마가 말해주었다. 오빠는 내 어깨를 붙잡고 약간 떨고 있었다.

"오... 오빠? 괜찮아?"

"어...어. 넌? 괜찮은거야?"

"뭐 나야 괜찮지. 1년이 금방 지나가서 얼떨떨하기도 하고?"

"하... 다행이다..."

"음... 5년 동안의 메모리가 싹 날라가서 좀 헷갈리긴 해."

"...뭐?"

엄마가 뒤에서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한테 말 안했나?

"못 들었어? 나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게 2013년도였는데, 글쎄 지금이 2018년이래? 대박이지? 나 약간 시간여행하는 것 같아! 하핫!"

큰오빠의 심각한 얼굴 때문에 뭐라도 웃겨야지 하고 이상한 농담을 했지만 그래도 오빠 얼굴은 그대로 심각했다. 큰오빠는 한숨을 내쉬고 방 밖으로 나갔다.

"야 이 기지배야. 너 큰오빠한테 그 소리를 왜 해?"

"아니, 어차피 알았을거 아냐! 5년 기억이라고 5년. 못 알아차리면 그게 더 이상한거지. 근데 오빠는 왜 저렇게 풀이 죽었대?"

"너 네 오빠랑 어색하지."

"어...뭐... 애초에 안 친했던거 엄마도 알잖아."

"너 대학 들어가고 나서 네 오빠가 너한테 얼마나 지극 정성이었는줄 알아? 너 때문에 힘들게 방탄조낀지 뭔지도 계약해서 둘이 얼마나 친했는데..."

"...에? 진짜?"

난 기억만 잃었던 것이 아니라, 그 동안에 만든 인연들도 모두 잃었던 것이다. 마음이 철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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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9-03 03:32 | 조회 : 1,342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네... 변명 아닌 변명입니다... 제가 요즘 너무나 열심히 덕질을 하느라 완젼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오빠들 휴가 간다길래 오랜만에 들어왔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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