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머리 위를 바라보고.]

...아. 아침인가.




찝찝한 입안에 언젠가 사둔건지도 열어둔건지도 모를 페트병 안에 있던 이상한 물을 입안에 털어넣는다.

미지근하다. 썩은 물인가도 싶다.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댄다. 가슴에 걸쳐놓은 속옷이 거슬린다.

가슴에 있던 속옷을 저 멀리 집어던진채 다시 침대에 눕는다. 뭐하러 속옷을 입은건지도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띠리링.

...문자인가? ...예전 휴대폰에 있던 블로그인가. 블로그에 있는 글들은 나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걸 증명

시켜주는듯 하다. 세상은 나 없이도 깔끔히 잘 돌아간다. 이때 느껴지는 기분은 '휴대폰에서 떨어진 나사'- 쯤의

기분이 머리를 달라붙어 떠나질 않는다. 이것저것 잡념을 가지고서는 일어나서 목을 좌 우로 한번 비튼다.

작년쯤 이후로부터 누구도 나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하지 않는다. 완벽히 혼자가 되었다. 행복하다. 아. 배고파.

지갑을 털어 편의점으로 간다. 2000원짜리 햄버거 하나를 산다. 외주를 받아서 여태까지 버텨오며 살았는데.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하고 사니까 돈은 꽤 많이 모였드라. 적금도 꽤 열심히 모았다.

근데. 그거 어디에 쓸까... 행복한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지금은 할 것도 없고 살 것도 없다. 옷을 새로 살까.

스무디 한잔을 마셔볼까... 역시나 귀찮아서 햄버거를 대충 대워서 껍질을 깐 뒤 쩝쩝댄다. ...익숙한 샐러드 맛이

혀를 감돈다. 예전 휴대폰도 챙겨 나왔다. 그렇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역시 나를 잠구는게 내게 어울린다...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뭐지, 얘가 왜 나한테...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다.

보험사기인가 라는 말을 아낄 수 있게 된건 무너진 세상에서 얻은것중에 가장 좋은것이다. 예전에 산 청바지와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끼얹듯 올리고 가슴에서 뺀 속옷이 기억나서 다시 벗고 속옷을 대충 걸친다. 조인다. 뒷 모습을 볼 거울이 없다.

대충 됐겠지, 싶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지하철을 타본지 얼마나 된건지, 익숙하지 못한 감회가 머리를 싸고 돈다. 머리가 지끈지끈 댄다.

지하철엔 자리가 없었다. 지하철 봉을 잡고 대충 서서 갔다. 이를 닦고 나왔지만 찝찝한 것 같다...

피곤하다. 어째서 부른건지 이유가 없다면 그년을 죽이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기분은 이미 충분히 잡쳤다.




바깥 공기가... 참 빌어먹게도 시원하다. 약속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속이 답답하다. 피곤하다. 아메리카노를 대충 시럽타

입안에 밀어넣는다. 바깥은 빌어먹게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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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09 00:18 | 조회 : 497 목록
작가의 말
그런토끼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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