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덜 갠 하늘]

팔을 긁적대며 편의점에서 비 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시려고 했던 막걸리를 살 쯤이었다.

막걸리에 특별한 감성이 없었다. 비가 올때 그저 막걸리지! 라고 말했던 우연이 급작스럽게

떠올라서 왔을뿐이었다.




..."이수씨?"

편의점 창 밖, 그저 작은 까마귀가 울부짖는걸 감상적이다 싶을정도로 눈으로 훝어가고 있을쯤에,

내 나이대 정도 되 보이는 남자가 내 등을 툭 툭 건드리고는 이름을 물어본다.

"...예?"

짝다리를 짚고 내 등을 두드린 남자에게 금방이라도 침을 뱉을거같은 눈으로 흘겨보며

몇 마디 낼 수 없을듯한 기운없는 목소리로 불량스럽게 대답을 한다.

그저, 그저, 기분이 나쁜것도 아니었을것이다. ...그날따라 무언가 귀찮았다.

모든것이 무너진듯한 생활은 언제나 계속되었었다. 오늘따라 더욱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것이 있었다.

"...두드렸으면 말을 해야할거 아니에요. 좀. 얘기를 한마디라도 해봐요."

"이수씨...인가요?"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는 이름, 찾지 마시죠."

...말투가 헛나간다, 헛나가는 말투에는 뼈 한마디 한마디가 담겨있다는걸 알아차리지도 못한채

남자는 눈 앞에서 사라졌다.

"저기, 결제 하실건가요."

일 하고 있던 알바생이 내게 결제의 의도를 묻고 있었다.

앗차...




무너진채로 산게 1년쯤 되었을까, 무언가 무너졌다는 느낌도 없이 여태까지 살아왔다.

누군가에게 '광대'가 되어가며 사는게 지치고 도저히 세상이 색으로 보이지 않고 흑백으로 보일때쯤

그 생활을 그만두었다, 무너진 생활. 무너진 생활은 내게 무거운 질문들을 던져왔다. 무거운 질문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라는것인가, 무거운 질문에 깔려 아파하라는것인가, 무거운 질문들은 문장의 형태로

던져지는것이었나? 모르겠다. 무거운 질문에 무너지는지도 모르고 1년동안 살아왔다. 더 이상

살아 나갈 바늘 구멍은 없었다. 방구석에서 흘리는 짙은 눈물은 이제는 나오는지도 몰랐다.




차가운 방바닥을 밟고 눅눅한 몇 개월은 청소하지 않은듯한 침대 위에 몸을 맡기려고 다가갔다.

으악...! 소리 없는 괴성이 튀어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도저히 힘이 없어 그저 발바닥 아래를 훝었다.

...2개월 전인가 집어던진 휴대폰이다. 휴대폰에서 작은 나사가 튀어나와있었다.

어느새인가 치우기도 귀찮은 쯤이었는지, 그 대로 새로운 휴대폰을 산 기억이 났다. 왜 집어던졌을까..




... 예전에 쓰던 휴대폰인가, 바닥에 떨어져있는 휴대폰에 작은 감상쯤 되는지, 추잡한 추억을 훝으려고

한것인지, 나도 여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그 휴대폰을 주워 배터리가 남아있을지 모를 휴대폰을 틀어보았다.

...당연한것인지 배터리가 20퍼를 웃돌고 있었다. 휴대폰이 던져졌을쯤 꺼진거같았다.


어째서인지 시간대는 영국이었다. ...아, 가족 여행을 갔던때였나. 그런건가...

어느새인가 달이 차오를 시간이었다. 싸구려 커피를 한 모금 타 마시려 주전자를 열었다.

주전자에 물을 약간씩 부었다. 천천히 물이 끓어올랐다.

창 밖을 둘러본다, 창밖에는 비가 내렸다. 덜 갠 하늘인지 모르고 살았다.

어느새인가 비가 그친것이었다.




막걸리를 냉장고에 고이 보관해두었다.

덜 갠 하늘은 머리를 덮고 있었지만.

그 어떤것도 위로 할 수 없는 사람의 울음을 그친 얼굴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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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08 00:24 | 조회 : 61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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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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