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그의 마음(엘런 편) [完]

“겨우 그 정도 했다고 힘들다는 것이냐! 넌 내 뒤를 이어 차기 기사단장이 될 몸이다. 더 열심히 하도록 하거라.”

나의 아버지인 제국의 제 1 기사단장이자 크로포드 후작 가의 주인인 헤롤드 라 크로포드는 정말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이었다.

매번 힘들다라고 말하지 말라고, 기사단장이 될 실력까지 되야 한다며 날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 사람이기도 했다.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어머니와 누님까지 하루 빨리 아버지를 만족시킬 정도로 성장하라며 다그쳤고 하인들이나 하녀들은 그런 날 안쓰럽게 바라볼 뿐 어떠한 해결책이나 그런 걸 내주지 않았다.

‘그래. 이 곳에는 내 편 따위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이 악물고 검술에 매진했다.

오직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그러던 중 그 아이를 보게 되었다.

그녀, 루나 일리스 루케도니아 황녀는 막시밀리안 공자를 만나기 위해 기사단으로 가던 길이었다.

“엘런이지?”

“어떻게 아신 겁니까?”

“내 시녀가 누구인 지 알고 있어?”

제시카 누님, 또 말씀하신 겁니까.

그녀는 꽤 활발한 성격으로 말이 많았다.

아무튼 그녀를 알게 된지 얼마 안 되었을 쯤 내가 팔을 다친 걸 그녀에게 들켰다.

굳은 살과 물집이 터져 피가 흐르는 손을 보던 그녀는 화를 냈다.

“왜 말 안 했어?”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래. 괜찮았다.

어차피 이런 상처쯤은 집에서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

괜찮다고 말하면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내 예상과 달랐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손이 이게 뭐야……”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던 주황색의 머리 끈을 풀어 내 손을 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궁 의관에 가서 치료받자고 날 데리고 갔다.

누군가가 내 손을 잡고 의사에게 간다?

그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그 누구에게도 열지 않았기에 굳게 자물쇠로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엘런, 방법을 모르겠다면 지금부터 알아가면 되는 거야.”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모른다고 했을 때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이었다.

그런 말 처음 들었다.

“너 아직 젊으니까. 지금부터 알아가도 절대 늦지 않아.”

누군가가 이렇게 내게 다정하고 따스하게 대해줬던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설마 자신보다 5살이나 어린 그녀, 아직 7살밖에 되지 않은 그녀에게 위로 받을 줄을 정말 꿈에도 상상 못했다.

이 때부터 그녀, 루나 일리스 루케도니아는 나의 단 하나뿐인 빛이자 태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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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17 12:08 | 조회 : 1,188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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