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런과 알게 된지도 2달이 흘러 제국은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2달이 지난 지금도 난 변함없이 기사단으로 향하고 있다.
오늘은 후작이 궁밖 시찰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 그의 아들이자 차기 기사단장인 엘런이 대신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훈련을 하던 엘런이 짧게 비명을 지르며 검을 떨어뜨렸다.
기사들이 그에게로 다가가자 나도 그에게로 다가갔다.
“왜? 무슨 일이야?”
엘런이 왼 손으로 오른 손을 누르고 있었는데 내가 오자마자 그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왜 그래? 다친 거야?”
“괜찮습니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저 창백한 표정이 괜찮지 않다는 것을 말해줬다.
그가 계속 괜찮다고 하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세게 나갔다.
“손 보여 줘. 명령이야.”
내 말에 엘런이 작게 한숨을 쉬더니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본 나는 그대로 입이 떡 벌어졌다. 그의 오른 손은 절대 12살 아이의 손이 아니였다. 굳은 살과 물집이 터져 피가 나 있었다.
“왜 말 안했어?”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난 괜찮다는 말에 순간 화가 났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손이 이게 뭐야……”
난 내가 묶고 있던 주황색 머리끈을 풀었다.
엘런 뿐만 아니라 그 곳에 있는 모든 기사가 당황한 눈치였지만 그런 건 지금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엘런의 손에 내 머리끈을 감았다. 엘런의 눈에 당혹스러움이 가득했지만 난 신경쓰지 않고 그의 왼손을 잡았다.
“황녀님?”
“제이크에게 가자.”
“아뇨, 이정도는 괜찮습ㄴ……”
또 괜찮다는 말에 난 다시 소리쳤다.
“한 번 더 괜찮다고 하면 화낼거야!”
내가 소리지르자 기사단의 분위기가 급 조용해졌다.
“엘런, 지금 당장 따라 와.”
의도한 것은 아니였지만 어떻게 서든 그를 제이크에게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내 목소리는 낮고 어딘 가 화난 목소리로 나와 버렸다.
엘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알겠다고 나와 제이크가 있는 황궁 의관으로 향했다. 난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