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에필로그

몸을 조금씩 움직이다가 손에 뭔가 무겁고 따뜻한게 있어서 바라보았다. 리타드였다. 리타드는 내 손을 잡고 잠을 자고 있었다. 좀 더 힘을 주어 움직이자 리타드가 놀라 깨서 날 보았다.


"유, 유진?! 일어난거에요?!"
"..... 응..."


산소호흡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리타드는 내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아, 아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리타드를 보고있었다. 리타드는 얼른 의사를 부르러 갔다. 나가는 그의 다리가 절뚝였다.

알렉스가 쫓아왔던건 꿈이 아니었다. 리타드의 다리가 많이 불편해 보였다. 곧 의사들이 몰려왔고, 내 상태를 이리저리 점검하면서 산소호흡기도 같이 떼어버렸다.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말에 리타드는 새삼 행복해하면서 내 손을 잡았다.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기에는 많이 아팠다.


"유진.. 그 때 정말 놀랐어요. 진짜, 엄청.. 생각만 해도 끔찍해-"
"미안해."
"괜찮아요. 그것보다 얼른 나아요. 우리 같이 여행가자."
"여행?"
"응. 들어보니 유진은 이 주를 벗어난적이 없다면서요-"


리타드는 즐겁게 웃으며 자기가 알아본 여행명소들을 소개해 주었다. 그 뒤로 우리는 몇날며칠을 즐겁게 이야기 하고, 손을 놓지도 않고, 입도 맞추었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알렉스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알렉스가 어떻게 되었을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그래서 여기는-"
"리타드-"
"네?"


나는 조금 망설이다 말했다.


"... 알렉스는?"
"... 그놈은 아~주 건강하게 있어요."
"아, 그래?"


리타드가 아니꼽다는 듯 말하자 민망해져 대답했다. 리타드는 날 흘끗 보더니 물었다.


"... 만나볼래요?"
"어...?"
"유진이 만나고 싶다고 하면-"
"아니."


나는 꽤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리타드가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리타드의 손을 양손에 쥐고 말했다.


"별로, 보고싶지 않아."
"... 하긴, 저라도 그딴 놈 보기 싫었을 거에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하하, 뭐 그런것도 있지만-"


나는 잠시 리타드의 눈을 피해 문을 바라보았다. 왠지 누군가가 있을 것 같아서.


"알렉스도 날 싫어하니까, 서로 안만나는게 좋을테지."
".... 유진..."
"응?"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리타드."
"네, 네!"


미소를 짓고 리타드의 이름을 부르자 그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였다.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이젠, 알렉스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는거지?"
"... 아마도.."
"그래?"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몸이든 마음이든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한번 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다행이다."


나는 리타드를 보며 말했다. 뺨으로 뭔가 흐르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눈물인 것 같다. 리타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뺨에 있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 리타드"
"네."
"넌, 넌 나 안버릴거지?"
".. 당연하죠, 유진. 왜 그런말을.."
"진짜지? 정말이지?"


리타드는 우는 나를 보더니 날 안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유진. 날 믿어요."
"... 응.."


이젠 좀 행복해지고 싶었다.









*









알렉스를 만나지 않게 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내 옆에는 여전히 리타드가 있었고,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째서인지 알렉스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그 오랜시간을 함께 했는데 이리 쉽게 잊혀지는걸 보면 알렉스는 내게 그다자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렉스를 완전히 잊어버린건 아니었다. 아주 가끔이지만, 꿈속에서 알렉스가 나왔다. 하지만 깨어나면 기억나지 않은, 아주 약간의 감정만이 남는 그런 꿈이었다. 그 남은 감정은, 어쩌면 슬픔 혹은 괴로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감정들이 다같이 뭉개져 버린 것 같았으니.

오늘도 그 꿈을 꿀 것만 같았다.




*




"어딜 가려고.."
"싫어, 싫어, 싫어."


나는 내게 오는 무한한 공포의 나뭇가지들을 뿌리쳤다. 하지만 뿌리칠수록 그들은 점점 더 단단하게 나를 옭아매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싫어, 제발.. 여기 싫어, 놔줘... 흐윽..."
"... 싫다고..?"
"놔... 나 갈래... 으흐으.."


갑자기 눈 앞이 아찔해졌다. 마약으로 어지러웠던 것이 이제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흐려졌던 초점이 맞추어졌고, 눈 앞에는 나를 무섭게 내려다보는 알렉스가 보였다. 이상하게, 맞은 곳이 아프지는 않았다. 코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았는데.. 정말 아프지 않았다. 이상했다.


"내가 싫어?"


아픔을 느끼지 못해 멍하던 내 눈앞에 알렉스가 있었다.

그 슬퍼보이는, 상처받은 표정은 잊어버리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정말 힘들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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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26 23:18 | 조회 : 2,427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드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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