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자 (BL)

[결국에 아버지께서는 황제를 죽였다. 무능하다 평가받는 왕도 아니었고 유능하다 평가받는 왕도 아닌, 서책에 이런 왕이 있었다더라 정도만 기억될법한 왕이었다. 나 또한 갑옷을 입고 궁을 뒤져가며 황제의 자식들을 찾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문인인지라 이런 것에는 취약했다.

"아."

제1의 황위 계승자이자 내 친우인, 아니 내 아버지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으니 친우였다-라고 표현해야 옳은 것이겠지. 그가 내 눈에 발견되었다. 평복을 하고 호위기사 한 명만을 대동한 것으로 보아 궁을 몰래 빠져나가려 했던 모양이다.

"서유..."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그를 못 본체하며 뒷문을 열었다. 호위기사인 서리하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지만 이연의 시선은 나를 향했다. 이곳으로 도망친다면 곧바로 강을 따라 이웃 수련국으로 도피할 수 있으리라.

배다른 동생이자 아버지의 충실한 장기말인 척 연기를 해온 나의 여동생 서리하라면, 그녀라면 그를 안전하게 호위할 것이다.

그들이 사라지고 얼마 후 뒤이어 따라온 장수와 병사들을 물렸다.

"쥐새끼가 몇마리 있을 뿐 이로구나 다른 곳을 찾도록 하라."

졸개 중 하나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지만 나는 그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죽어도 상관없을 이 몸, 친우 한 번 살린다 생각하고 못 버릴쏘냐.

태연자약하게 구는 내 태도에 그들은 우루루 다른 방들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잘 도망쳤기를 바란다. 다시는 보지 못할 친우의 앞에 광명의 달이 길을 안내해주길 빌며 나또한 걸음을 옮겼다.]

반란일으킨 놈 다섯째 아들이 태자 피신 시켜줘가지고 태자 못죽이고 놓침.

[서유 정녕 네가 이 아비를 배신하고 그의 도피를 도왔단 말이냐.

분노와 배신감으로 일그러진 아버지의 표정은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언제부터 그리 아비 노릇에 충실하셨다고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파랗게 식어가는 다른 형제들의 얼굴이 보였지만 말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의 장기말로써 살아온 이십년의 시간동안 당신이 제게 준 것이 무엇입니까. 돈과 권력이 제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이라 생각하셨습니까?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양명함으로써 가문의 권위를 드높이고 나아가 황궁까지 장악하라는 명, 그것이 제게 내린 최초의 명이었습니다.

그리 시키시어 저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였습니다.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황궁에 그가 있었기에. 그렇게 얻은 자리에서 그의 곁을 보좌하는 것이 이후의 저의 바람이었습니다."

들고있던 서책을 바닥에 내려놓고 금실이 수놓인 비단옷을 벗어 바닥에 내버렸다. 소복차림이 된 저를 보는 만조백관들의 표정은 기인을 보는 것과 같은 눈이었다. 그래, 그리 보아도 상관없다. 더한 일을 행할지니.

대궐을 지키는 병사에게 소복차림으로 다가가니 그의 얼굴이 새파래졌다가 붉어졌다. 입꼬리를 올려 살짝 미소지어주니 혼이 나간듯 손에 힘이 풀리는 것이 보였다.

스륵-.

그의 검집에 잠자던 검을 잡아빼었다. 옳다구나. 시퍼런 칼날이 오후의 나른하고도 몽롱한 햇살에 기이한 빛을 띠었다. 이것으로 베면 무엇이 잘려지지 않으리.

턱-. 천천히 검신을 목에 가져다 대었다. 히익하는 새된 비명들이 이곳저곳에서 울렸고 굳어진 나의 혈육들의 모습이 보였다.

"참형에 처해질 죄이니. 기왕 하는 것, 제가 알아서 자결토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그가 없는 궁에 무엇이 있던 그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을 것이고 나는 영원히 내 안의 한 구석을 채울 수 없으리라.

의미가 없었다.

검이 목에 닿아 뜨끈한 피가 세류처럼 검날에 묻어나오자 심약한 자들이 쓰러졌다. 힘을 주어 깊게 검을 박으려는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둔탁한 아픔에 차마 목숨을 끊지 못하게 되었다.]

뒤에있던 병사에 의해 기절☆

[목에 감긴 붕대가 거치적거렸으나 시종아이들이 기를 쓰며 말려대었다.]

대신에 귀양가고 시종 두명만 같이 삶.
나중에 태자가 다시 군 일으켜서? 황제가 바뀌는데 다섯째는 시골에 박혀있으니까 암것도 모름.

태자가 궁에서 애 찾는데 없어서 어디갔냐 하니까 귀양보냈다 해서 병사보내는데 시종이 "관군이 이곳으로 온답니다. 저하를 죽일지도 몰라요!" 구래서 ㅌㅌ 해가지고 관군이 도착하니까 음슴..

태자는 누가 혹시 죽였나 싶어서 전국에 수배령처럼 내리는데 그거 땜에 더 겁먹어서 아예 섬으로 도망감.

["이곳까지 쫓아왔으니 내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구나"

시종아이들의 두 눈에 슬픔이 차올랐다.

"황자를 내놓아라!"

내가 가지 않으면 이 평화로운 은둔자들의 마을이 불타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여, 나는 아이들을 옆집에 맡기고 의복을 갖춰입은 후 마을을 나섰다. 울부짖는 아이들의 모습이 점마냥 조그마해 졌을 쯤 황제의 전언을 받든 일행이 내 앞길에 나타났다.

"그래, 이연은 무어라 내게 명을 내리던고."

부를 일 없던 친우의 이름을 다시 부르니 떨리는 듯 했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전언이 적힌 두루마리를 장수가 펼치고 마을까지 들릴 정도로 읽기 시작했다.

"연화년 제3달 인시. 폐황자 서유에게 명하노니. 그대는 궁으로 돌아와 황국의 문화를 담당하라."

죽으라는 명을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오랫동안 타국에 있음으로 인해 사리분별을 잘 못하게 된 것인가 하는 걱정이 되었다. 읽던 장수도, 주위의 일행도, 전혀 예상치 못한 전언에 몸이 굳는 것이 보였으나 어떻게 위로해줄 수 없었다.

아무리 나라의 이름이 이화국이라 하여도 진정으로 머리에 꽃을 꽂은 선대는 없었거늘. 이연, 제 친우는 항상 행동이 그러했다. 들판에 풀어놓은 세살배기 아이마냥 예상치 못하는 행동을 자주했으니..

갑작스레 떠오른 옛 추억에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의 어깨를 도닥였다.

"고생이 많네."]?

그래숴 서유는 이연의 곁으로 가서 일도 하고 송편도 빚고 잘먹고 잘 살았다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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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14 02:14 | 조회 : 91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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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륨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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