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 델리아.







고요하다. 미치도록 고요하다. 아무것도 존재치 않은 암흑속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정도였다. 심지어 불빛은 하늘에 떠있는 환한 달빛만이 존재하였으니 그마저도 그저, 바로 앞만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저벅... 저벅...



하지만 예상외로 그 암흑을 깨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한 쌍의 남녀가 조금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선 달빛이 가장 환하게 닿는, 차디 찬 길바닥에 바구니를 놓았다.



"ㅎ, 흐흡... 흑!"



여자가 흐느꼈다. 이제 그곳은 더이상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것도 잠시, 같이 온 남자는 하염없이 흐느끼고있는 여자를 다독이며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 남자는 떠나기 전, 이 말을 잊지 않았다.



"나중에 꼭 데리러오마... 그 때까지 무사히 자라다오, 델리아..."



두 사람은 암흑빛에 둘러싸여 그대로 사라졌다. 아니, 최대한 빨리 바구니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바구니에서 세상모르게 곤히 자고있는 작은 생명의 목에서는 달빛이 반사되어서인지 빛났다. 그 아이의 목에는 작은 팬던트가 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팬던트의 겉면에는 어떤 글자가 적혀있었다.



델리아.



바로 그녀의 이름이었다. 아이는 바깥이 추운것도 모른 채 달콤한 꿈 속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었다.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대하여 꿈은 지금만이라도 설탕처럼 달콤해지라는 듯.




***



"델리아."



"네, 원장님."



짜악-! 공기를 가르고 매서운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살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델리아의 고개는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었고 뺨은 붉게 부어 달아올랐다.



"건방지구나. 내가 처음에 말한것을 잊은거니? 나와 말할 땐 어떻게 하라 가르쳤지?"



델리아는 바로 원장의 눈빛을 피하며 아래로 눈을 내렸다.



"눈을 마주치지 말라 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너를 부른것은... 네가 이제 몇살이지?"



"17살 입니다."



"우리 고아원은 18살이 된다면 여길 나가야해. 이건 알고있겠지?"



"네."



"너에게 외출을 허락하마. 네가 18살이 되는 순간까지 말이야. 통금은... 자정은 넘지 말아라. 쉽지?"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델리아는 허리를 숙였다. 그에 원장은 코웃음을 쳤다.



"좋아. 이제 나가보렴."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꾸벅. 델리아는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는 원장실을 나왔다.



"누나... 괜찮아요?"



델리아는 원장실을 나오자마자 왼편에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남자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레이구나. 응,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델리아는 입가에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레이' 라는 금발의 소년에게 말했다.



"누나... 볼이 빨게요... 정말 괜찮은거 맞아요?"



델리아는 레이의 말에 화끈거리는 뺨을 향해 손을 갖다대었다.



"아, 이거... 괜찮아. 내가 잘못한거니까. 원장님은 분명히 처음에 말씀 하셨었고. 내 부주의잖아?"



레이는 델리아가 이 [밀토니아 보육원] 에서 만난 델리아와는 1살 차이인 16살의 금발 소년이다. 17살인 델리아보다 키가 컸으며, 변성기 때문에 목소리의 톤이 낮다.



그리고 델리아는... 녹안의 기다란 갈색머리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 레이. 혹시 지금이 몇시인지 알아?"



"아직 11시예요. 왜요?"



"잠깐 나갔다올게."



"네? 한 시간 후면 점심을 먹을텐데..."



델리아는 그런 레이의 말에 살짝 웃어보였다.



"괜찮아. 배가 고프지도 않았는걸."



"언제 오는데요?"



"글쎄... 볼 일이 끝나는대로? 밤 12시 전까지는 올거니까 걱정 마."



"알았어요... 잘 다녀와요."



"응. 다른애들을 부탁할게."



레이는 델리아와 눈을 맞춘 뒤 고개만 끄덕였다.



"다녀올게, 레이."



델리아는 조금 허름한 건물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는 푸른 잔디밭 위를 걷고 또 걸었다. 마침내 철문이 보였다. 델리아는 망설임 없이 그 철문을 열었다.



끼이익- 녹이 슬었는지 소름끼치즌 소리가 났다. 하지만 델리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철문 밖으로 발을 내놓았다.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따스한 햇살이 그녀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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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23 23:15 | 조회 : 596 목록
작가의 말
네라프

안녕하세요, 작가 네라프 입니다. 많이 부족한 필력이지만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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