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 날 밤

안녕하세요, 이 성스럽고 고귀한 신의 날인 일요일의 막바지에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왔습니다.
여러분 중 일부는 오늘 교회나 성당을 다녀오셨고, 아니면 집에 머무르며 푹 쉬신 분도 계시겠죠.

문득, 일요일인데 여러분께 이런 질문 하나 여쭈어보고 싶네요.
여러분은 신을 믿나요?
여러분은 악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게 악마란 만들어 지는 존재.
누구든지 상황이 충분하고 마음만 먹는다면 악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마에게 딱 하나 슬픈 점이 있다면, 때로는 사소하고도 큰 계기를 주어 자신을 악마로 만든 세상이 자신에게 손가락질 한다는 것.

자, 오늘의 괴담으로 어떻게 사람이 악마로 변해가는지 그 과정을 한 번 따라가 볼까요?


" ...예?"
하늘이 무너진다.
" ..혹시,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분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 만약에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분이 계신다면, 다 다음주 수요일까지, 연락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알겠습니다."
의사가 돌아간다. 기나긴 복도를 걷는다.
" ...."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눈물이 쏟아진다. 아내가 교통사고로 장기가 망가졌다. 다음 주까지 장기를 마련해야 한다.
" ..이제 무엇을 해야..."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간다.

집으로 돌아왔다. 불을 키려고 전등에 다가가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누구야?"
나는 어둠 속에서 물어본다. 분명히 누군가가 있다.
"이야~ 형씨 대단하네, 내가 이 곳에 숨어있는 것도 알고. 일단 불을 켜고 이야기하지."
불을 켰다. 양복 차림에, 카리스마가 풍기는 얼굴을 하고 있는 중년 남성이다.
"자, 당신 아내의 장기가 망가졌다며?"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알았냐는 것 같은데, 내가 사람 마음을 잘 알거든."
"저희 집엔 어떻게..."
"아, 그냥 알아냈어."
"...왜 오신거죠."
"널 도와주려고."
...도와준다라..?
" 당신 아내 살리고 싶잖아?"
" ...살리고 싶죠."
" 자, 그럼 제안 하나 할게."
제안?
" 다음 주 토요일까지, 사람 20명을 죽여."
" ...사람 20명을?"
"그래, 다음 주 토요일까지 사람 20명을 죽이면, 내가 아내를 살릴 장기를 주도록 하지."
"..."
아내의 장기 하나 때문에,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없애야 하는가..?
" 당신 아내, 살리고 싶지 않아? 당신의 버팀목은 아내밖에 없잖아. 부모는 전에 암으로 둘 다 죽었잖아."
그 말에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입을 열었다.
" ...하도록 하죠."
" 그래, 좋은 생각이야!"
남자가 호탕하게 웃었다.
" 사람 한 명 죽일 때, 사진으로 찍어서 이 번호로 보내. 그러면 한 명 죽인 걸로 쳐 줄게."
" ..알겠습니다."
"완료하면, 이 주소로 찾아와."
"그러도록 하죠."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문을 열고 갔다. 결국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 ....젠장."
어쩔 수 없다. 선택을 해 버렸다. 난 더 이상 이 운명을 바꿀 수 없다. 내가 정한 내 운명이다.
그녀를 살려야 한다. 그녀는 유일한 내 버팀목이다.
그리고, 그와의 첫만남은 내가 악마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치킨게임 -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

그가 총과 칼을 두고 떠났다.
"..."
선택은 없다. 나는 칼을 들고 일어섰다. 현재 새벽 3시. 나는 결혼사진을 보고, 집을 나갔다.

바람이 차다. 새벽이라서 그런가보다. 나는 모자를 뒤집어썼다. 수상해 보이겠지만, 모자를 뒤집어쓰지 않는 것 보단 낫겠지.
그 때, 멀리서 술 취한 것처럼 비틀비틀거리면서 오는 중년 남성이 보인다. 마치 나의 아버지 같아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나는 남성이 보지 못하도록 숨었다. 이런 잡생각에 빠져들면 안된다. 아내를 살려야 한다. 나는 더욱 더 칼을 강력하게 쥐었다.
그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나는 곧바로 칼을 들어 중년 남성의 배를 찔렀다.
"커억... 컥.."
그가 피를 토했다. 그리고, 그가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 왜? " 라는 표정을 지은 것 같았다. 그것을 끝으로, 그는 쓰러졌다.
찰칵-
핸드폰으로 시체를 사진으로 찍은 후, 나는 시체를 처리하지 않고, 집으로 도망쳤다.

집에 도착했다.
"우욱.."
헛구역질이 나왔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잠시만"
깜빡하고 잊은 게 있었다. 시체를 처리하지 않고 왔다.
"젠장.."
어쩔 수 없었다. 멈출 수 없는 선택을 해버렸다.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다. 그녀를 살려야 한다.
"... 경찰이 눈치채기 전에 20명을 없애야 돼..!"
...그리고 그 날 밤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살인사건?"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이성환, 50대 초반인 남성이다.
"음... CCTV 결과는?"
"예.. 여기가 사각지대라서... 찍힌 사람은 없었어요."
"에이씨.."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우선 살인사건이 벌어진 장소와 가까운 주택들을 조사 해야겠군.

띵동.
다음 날, 문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그 순간,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 내 살인이 이렇게 들통나는가 싶었다. 문을 열어줬다.
"이성훈 형사라고 합니다. 저기, 이 골목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아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뇨, 없습니다."
순간, 말을 더듬었다. 형사도 약간 의심하는 듯 하다.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성훈 형사가 집에서 나갔다.
다리가 떨렸다. 주저앉을 뻔했다. 들키는 순간, 나는 끝장이구나.. 라고 느꼈다. 시체를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푸슉-
"하아..."
유난히 바람이 차다.
찰칵-
사진을 찍고, 집 안까지 끌고 왔다.
"cctv 사각지대에서 죽여야하니까... 많이 힘드네."
나는 일단 시체를 토막내었다. 피가 쏟아져 나오지만, 그녀를 살려야 한다면 무엇이든 해야한다는 생각에 끔찍하다, 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토막낸 시체를 쓰레기 봉투에 넣었다.
"하아... 비린내가 진동하겠군..."
나는 걸레로 핏자국들을 닦았다. 그리고 걸레를 빨고, 몸을 씻었다.
"...18명 남은건가.."
아직 멀었다. 금방이라도 들킬 것 같아 불안하다. 골목길에 있는 핏자국들은 닦아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애초부터 이 일을 시작한게 잘못된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봤다.
.... 잡생각들을 없애버렸다.
그녀를 살려야 하니까... 이런 일들을 겪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
주먹을 쥐었다. 시간이 촉박하다. 하루에 한 명씩 죽이면 시간이 너무 촉박해진다. 한번에 죽여야한다.
칼을 닦아냈다. 칼과 나는... 어울리는 것 같다. 총을 들었다. 총알은 5발이 있었다. ...총은 중요할 때 써야겠다.
점점 내가 미쳐가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상관을 쓰지 않았다. 그녀를 살려야 하니까.. 더 이상 그 무엇도 잃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점점 미쳐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 일은 그만둘 수 없다. 그녀를 살려야 하니까..

다음 날, 또 다시 칼을 들고 골목에 숨는다. 그리고, 먹이가 찾아왔다. 유치원생 같아 보이는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사람. 순간 내가 이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가 생각했다.
갑자기 과거가 떠오른다.
"...이러면 안돼..!"
나는 머리를 휘저었다. 과거는 잊을 것이라는 다짐은 어디로 간 건가. 칼을 더욱 강력하게 쥐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걸었다.
"...누구세요?"
그녀가 물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대신 칼을 그녀의 배에다 찔렀다.
푹-
"...엄마!"
아이가 내 손을 잡았다.
"아저씨.. 그만해요.."
울면서 내 손을 잡고 있는 아이. 갑자기 어지러움증이 느껴진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엄마..엄마!"
아이가 울면서 시체가 되버린 여성을 붙잡는다. 손이 떨린다. 죽여야해도,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움직일 수가 없다.
과거가 떠오른다.
"...안돼...안돼!"
내 과거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헛구역질이 나온다.
"젠...장.. 이러면... 이러면... 안되는데.."
힘겹게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비틀거린다. 머리가 어지럽다. 힘겹게 칼을 들고 울고 있는 아이의 등에 찍어 눌렀다.
두 시체를 집으로 끌고 왔다. 걸레로 흔적들을 지워야하지만 지울 수가 없을 것 같다. 몸이 무겁다. 힘겹게 걸래를 빨고 핏자국들을 닦는다.

시체를 토막시킨다. 피가 쏟아져나온다. 또 다시 헛구역질이 나온다.
힘들다. 꼭 해야할까?
...내가 멈춘다면...
사람들을 왜 죽였지?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는가.
"...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그녀를 살린다면 자수를 하거나 스스로 잡히도록 가만히 있을 것이다. 죗값을 치러야겠지.
시체들을 토막낸 후, 봉지에 넣어놨다. ...비린내가 진동한다. 빨리 강에 버려야겠군.

다음 날 새벽,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며 골목에 숨었다. 이번엔 두 명의 커플이 있었다. 칼을 드러내고, 그들에게 달려갔다.
남자를 찔렀다. 연이어 여자도 찔렀다.
집에 도착했다. 두 시체와 함께. 또 다시 일이 시작되었다. 걸래로 닦고, 토막내고. 나는 이 일이 익숙해졌다.

나는 내가 미쳐가는 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다.
더 이상, 더 이상.

6명을 죽였다. 14명 남았다. 10일 남았다. 토요일이다.
주말을 즐길 시간이 없다.
"아... 메시지.."
남자에게 시체들의 사진을 보냈다.

이 일이, 익숙해지는 것. 내가 악마가 되어 가는 게 아닐까.
그러면서도 살인을 하겠지. 후회는 없다. 그녀를 살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테니까.

피가 쏟아진다. 포기할 수 없다. 이미 손에 피를 묻혔다.
칼을 수건으로 닦고, 익숙한 골목길로 들어선다.
2명이 다가온다. 찌른다.
시체를 끌고온다.
토막낸다.
피가 튀긴다.
피를 닦는다.
토막낸 시체를 봉지에 넣는다.
언제나 이런식이다.
12명이 남았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이런 지옥같은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음 날 새벽, 어김없이 다가오는 두 명을 찌른다.
똑같은 패턴으로 일을 마친다.
이미 익숙해져버렸다.
10명이 남았다.
거의 다 왔다.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피 묻은 칼을 수건으로 닦는다.

"...여긴 어디지?"
어둠. 세상이 어둠에 쌓여있다.
"이게 뭔일이지.."
불안감이 쌓인다.
"...죽여버릴거야."
어딘가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반복해서 나오는 말. 정신적으로 이상이 생긴 것 같다.
"젠장... 여기 어디야!"
어둠. 빛이 보이는 곳은 없다. 절망에 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 아무것도 없어."
오직 어둠밖에 없다. 계속 걸어보지만, 벽 따윈 없다. 쭉 나아갈 뿐이다.
"...죽여버릴거야."
목소리가 가까워진다.
"죽여버릴거야."
목소리가 선명해진다.
"죽여버릴거야!!"
"으아아아아!"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무섭다. 이 곳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대체 왜 내가 이런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하얀 얼굴이 튀어나온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꿈인가.
"..악몽이었나."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젠장..."
어지럽다. 의자에서 일어나자, 몸이 비틀거렸다.
"...비린내.."
비린내가 난다. 썩은 토막낸 시체가 풍기는 건가?
"기분이 안 좋아.. 아무래도 버려야겠어."
토막난 시체들이 들어있는 봉지들을 차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강으로 출발한다.

"이런 것으로 괴롭혀도 끝나지는 않아."
봉지들을 들어서 강에다 집어 던진다.
"cctv가 없는 곳이니까.. 걸리진 않겠지."
"거..거기 누구야!"
누군가 소리친다. 경비원인가?!
"무단투기 한 거야 지금?!"
나는 곧바로 식칼을 들고 그의 배에 꽂았다..!
푹-
"윽..."
경비원이 쓰러졌다. 시체가 된 경비원을 대비용으로 가져온 봉지에다 넣는다.
"... 하아.."
바람이 유난히 차다. 바람이 내 뺨을 치고 지나간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러나, 후회를 하지는 않는다. 다른 시체를 강에 던진다.
그리고, 경비원 시체를 메시지로 그에게 보낸다.

지친다.
어지럽다.
하지만 참는다.
그녀를 위해서.

한숨을 깊게 내쉬고,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도 똑같이 골목에 숨는다. 모자를 뒤집어 쓰고, 먹잇감을 기다린다.
멀리서 술취한 여자가 걸어온다.
"되는 일이 없네... 확 사표 내버릴까?"
여자는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오고 있다. 칼을 더 강력하게 쥐었다. 그리고 여자에게 걸어가 거침없이 꽂는다.

다음 날 새벽, 한 명의 남자가 걸어온다. 술에 취하진 않은 것 같다.
'... 힘들겠는데..'
남자에게 다가간다.
"뭐야 당신?"
남자가 나에게 묻는다.
칼을 재빠르게 들고, 남자의 배에 꽂으려고 하자,
"뭐야..?!"
남자가 내 팔을 꺾었다.
"젠장.."
나는 주먹으로 남자의 배를 쳤다. 남자가 충격으로 물러서자, 나는 곧바로 달려들었다.
"미친놈..!"
남자가 발로 내 다리를 찼다. 내가 휘청거리자, 그가 주먹으로 내 얼굴을 내리쳤다.
"...아오 씨."
다리가 욱신거린다.
"후우...."
숨을 깊게 들이마쉬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주먹으로 얼굴을 치려는 것을 남자가 팔로 막자, 나는 칼이 있는 손으로 그의 배에 꽂았다. 그는 몇 분 후에 쓰러졌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머리가 어지럽다.

끝이 다가오고 있다.
"... 구할 수 있어."
내가 살인자가 되어도, 그녀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무엇이든지.

다가오는 두 명을 칼로 찔렀다. 시체가 된 두 사람을 집까지 끌고왔다. 그리고 두 시체를 토막내고, 큰 봉지에 집어넣는다.
"... 비린내가 나는군."
...내일 치워야겠어.

다음날 새벽, 똑같이 골목에 숨고, 다가오는 둘을 죽인다.
시체들을 토막낸다. 피가 튀긴다.
옷에 묻는다.
"이거 내가 아끼는 옷인데..."
기분이 나쁘다.

큰 봉지에 시체들을 넣고, 잠시 의자에 앉아 쉰다.
".... 아내는, 괜찮을거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녀만 살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거야."

새벽이 되고, 모자를 뒤집어쓴 채. 다가오는 2명을 찌른다.
피가 튀기는건 상관없다. 그녀를 살릴 수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시체들을 토막내고, 비닐 봉지에 넣는다.

이제 단 1명 남았다.
미소를 짓는다.

다음 날 새벽. 차가운 바람이 내 뺨을 때렸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모자를 뒤집어썼다. 칼을 든다. 골목에 숨어서 두리번거린다.
그 때, 남자 1명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 남자만 죽이면, 그녀를 살릴 수 있어.
주저하지 않는다. 한 번에 죽여야한다.
"...후우.."
숨을 들이마쉬고, 그에게 다가간다.
푹.
"억.."
그가 쓰러진다.
"...죽였어..!"
죽였어! 모두 다 죽였어! 목표를 이뤄냈어! 그녀를 살릴 수 있어!
머리가 어지럽지만, 그녀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살릴 수 있어... 살릴 수 있어...!"
몸이 비틀거린다. 어지러움을 억누른다. 머리가 아파온다. 긴장했던 몸이 갑자기 풀려서 그러는 것일까.
"시체...시체를 처리해야지."
시체를 들고 집으로 간다.

집에 도착했다. 우선 걸레를 빨고, 바닥을 닦아냈다.
그리고, 식칼을 들고 시체를 토막낸다. 준비해 둔 큰 봉지에 토막낸 시체를 집어넣는다.
.....끝났다.
"준비는 끝났어."
모든 시체들을 강에다 던져버렸다.
"..."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 동안의 일이 생각나서 그랬다.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시체들의 사진들을 메시지로 보낸다.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결국엔 해냈군. 00창고로 오게.'
00창고...
나는 차를 타고 00창고로 갔다.

"아이 씨-"
빡친다. 19명이 똑같은 골목에서 실종됐다...? CCTV 사각지대라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곳에 실종되었다...
"이거 뭐 어쩌라는거야."
왜 내가 하필 이 사건의 담당형사일까. 빡쳐 죽겠다.
"에이 씨 진짜!"
책상을 주먹으로 세게 쳤다. 통증이 밀려왔다.
아프네. 젠장.
"...하, 이 사건을 어찌해야 좋을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대체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메시지?"
메시지가 도착했다. 모태솔로인 나한테 무슨 메시지가 온 거지?
'이번 19명 실종 사건 때문에 많이 힘드시나요? 제가 범인을 알고 있습니다.'
광고 메시지였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런 메시지가 오다니?
나는 의문의 인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범인이 대체 누구죠?'
또 다시 메시지가 왔다.
'김민준이라고 아시나요?'
"뭐라고?!"
갑자기 울화통이 터졌다. 김민준 씨가 범인이라고? 내가 너무 시끄럽게 소리를 질렀었는지, 다른 놈들이 나를 째려보았다.
'압니다만. 그 사람이 범인입니까?'
'네, 그 사람이 범인입니다. 그 증거가 여기 있습니다.'
그가 괴상한 사진들을 보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19명의 사람들이 죽어있는, 한 마디로 시체 19구의 시체들이 각각 사진이 찍혀있는 것이었다.
'그가 저에게 이런 사진을 보내더군요. 메시지를 통째로 캡쳐한 거니까, 김민준 씨의 연락처와 이 시체들의 사진을 보낸 사람의 연락처를 비교해 보세요 '
의문의 인물의 말대로, 연락처를 비교해봤다.
"뭐야.. 똑같잖아?"
충격을 먹었다.
젠장...
'그가 올 장소를 알려드릴까요?'
'그렇게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00창고입니다'
00창고라...
"그래, 그 쪽으로 일단 가보자!"
나 말고 이 사건을 맡은 다른 놈들에게 소리쳤다.
"출동한다 쫄따구들아!"

00창고에 도착했다.
"...이제, 장기를 구할 수 있어."
나는 문을 열었다.
"왔군."
처음에 만났던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약속했던 장기를 주시죠."
바로 말이 나왔다. 하지만 중년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몇 분 간의 정적이 흐른 끝에 남자는 입을 열었다.
"미안한데, 장기는 줄 수 없을 것 같아."
중년 남자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뒤통수 때려서 미안하게 됐어."
중년 남자는 내가 하는 행동이 흥미로운지 계속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장기를 줘도, 여자는 못 살릴 것 같은데. 안 그래? "
중년 남자가 내게 물었다.
"여자 죽었잖아. 아직 모르고 있었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험을 하기 위해서였어."
중년 남자가 차가운 정적을 깼다.
"얼마나 사랑이 대단한지 시험을 하려고 했는데, 정말 대단했어. 브라보!"
중년 남자는 박수를 쳤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어. 왜 여자의 병문안을 한 번도 오지 않았지? 그리고, 살인을 하는 도중에 장기를 구할 수 있었지 않았나?"
나는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안 해 봤겠습니까? 첫 번째 살인사건은 처리를 못했고, 두 번째 살인사건 때, 장기를 구해서 병원으로 갔죠. 그런데 의사가 이미 늦었다는군요?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의사가 저지하더군요."
눈물을 흘렸다.
"젠장.... 어떻게 그렇게 빨리 죽을 수가 있습니까?"
"잠시만, 그러면 왜 이어서 살인을 벌인거지? 어차피 여자가 죽은 걸 알았잖아. "
중년 남자가 내게 물었다.
"...제물입니다."
"제물?"
"그녀가 억울하게 죽었어요. 내가 죽인 사람들은 그녀의 한을 풀게 하기 위해서였죠."
"이야.. 그래서 나머지를 죽인거야? 대단한 친구구만. 그런데 어떡하지? "
중년 남자가 또 다시 차가운 미소를 짓는다.
"그 때 장기 이식 받을 수 있었는데."
"...뭔 소립니까. 의사가 저한테 이미 늦었다고 했습니다!"
"늦었다고..? 이야... 연기 정말 잘했네?"
"....연기?"
"의사한테 돈을 좀 줬거든. 연기 잘 해주면, 가난한 너희 가족들을 살려주겠다고 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20명을 완벽하게 죽여도, 중간에 장기를 구해도,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는..."
머리가 어지럽다.
"죽여버리겠어."
중년 남자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오... 그래? 쏴 봐."
중년 남자가 비꼬는 듯한 말투를 했다.
"어차피 경찰들이 오고 있으니까."
"...경찰?"
"네가 보낸 시체들의 사진. 그 사진들을 형사에게 메시지로 보냈거든."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결국엔... 내가 농락 당한건가...
"네가 나와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결말은 이미 짜여 있었어. 첫 번째, 나를 죽이고 경찰에게 잡힐 것인지. 두 번째, 나를 죽이지 않고 경찰에게 잡힐 것인지. 세 번째, 나를 죽이고, 어떻게든 이 곳에 빠져나와서 의사를 찾아내서 죽일 것인지. 결국 모두 비극적이지만."
...잠시 망설였다.
몇 분 간의 침묵이 흐르고, 나는 입을 열었다.

"젠장, 왜 이렇게 길이 험해!"
짜증이 밀려온다. 00창고까지 30분이 걸린단다. 깊은 빡침이 느껴진다.
"야, 어떻게든 빨리 가 봐."
마음이 급하다. 범인을 빨리 잡아야 하는데...

" ... 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어.. "

어두운 불빛 아래, 쓰러진 남자가 힘겹게 말한다.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나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 ...어디한 번... 잘... 해 봐... 몇 시간...후에... 지옥에서... 보도록... 하..지..."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숨을 거두었다.
난 더 이상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한을 풀어줄 마지막 제물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창고에서 나와, 차에 탔다.
"...경찰들은.. 아직 오지 않았나 보군..."
차의 시동을 키고, 마지막 제물을 죽이러 멈출 수 없는 질주를 한다.


재미있는 건, 여러분, 알아요?
저 중년 남자가 설사 진짜 악마여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
그들은 오직 중년 남자에 의해 악마가 된 남자만 기억할 뿐.
참 재미있는 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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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23 00:04 | 조회 : 957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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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에 점점 맞추기 힘들어서 제가 있는 곳의 시간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래봤자 한 시간 차이지만.

후원할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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