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아이 1화

이 제국에선 3대 개국 공신의 공작가가 있다. 하나는 레일루나, 문가 공신이며 대대로 재상을 배출해내고 있다. 그리고 하나는 무가 공신, 테루아느 공작가이다. 그들은 아들 딸 상관없이 모두 기사단장 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신의 보호 아래에 신과 같은 외모를 가진 이들이 태어나는 루나에트 공작가. 외모도 외모지만 지혜로워 황제가 잘못을하면 꾸짖고, 황제에게 추를 기울어지게 하는 히든카드라 할 수 있다. 신의 보호를 받아서 그런지 그들은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 잘잘못을 잘 아는 이들이었다. 대신 너무 똑똑해서 게으름을 많이 탈 뿐. 할 일은 다 하는 그들이었다. 그 집안에서 외동 딸이 나왔다. 누가봐도 신의 축복이 내린 아이처럼 빛나는 은발에 금안, 크지만 잘 어우러진 눈 오똑한 코, 복숭아 같이 고운 볼과 오밀조밀한 입까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단언할 수 있는 여아였다. 그녀의 이름은 '벨루디아 데 루나에트'. 그녀는 차분하며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나 자신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에 묘하게 능글 맞아지며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그런 그녀에겐 유능한 집사 하나가 있었다. 유능하면서 꽤 얄미운 집사. 오래전 같은 또래로 공작가에 팔려 왔다. 그는 그녀와 공감대가 맞았고 꽤 똑똑 했기에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가끔 기어오르기도 하지만 그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다. 벨루디아의 일은 거의 그가 하기에.


"...일하기 귀찮아"


작게 투정부리는 한 소녀는 이미 소녀의 손에서 종이들을 모두 정리해놓은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귀찮아 하는 이유는...


"공녀님 입 버릇 좀 고치십시오 일 다 끝나지 않으셨습니까?"


"맞아. 끝냈지"


조곤조곤 말하는 벨루디아의 입버릇이었다. 벨루디아는 서재에서 일어서며 정리된 보고서 등을 그녀의 집사인 하테르토 데프, 즉 하테르토에게 넘겼다.


"자 아버지께 가져다주고 와 테르"


"네"


벨루디아의 나이는 고작 12살, 현재 안주인이 없는 루나에트 공작가의 안주인 역할은 벨루디아가 2년전부터 하고싶다 조르며 하게되었다. 벨루디아는 2년전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도 안한다는 말은 하지않았다.


"공녀님 공작님께서 부르셨습니다"


"그래"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 벨루디아는 우아한 나비마냥 한걸음 한걸음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방 앞에 섰고, 노크를 두어번 하자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잘왔다. 앉아라. 다리 아플 것 아니냐."


"네 아버지. 헌데 왜 부르셨는지..."


"온 세상 귀찮은 일을 다 하고 쉬는 시간에 불러서 불만인것이냐?"


"아버지도 참 설마 제가 그러겠습니까?"


"그럴것 같다"


"맞습니다 그러니 용건을 말하십시오"


투닥거리는 부녀는 예법과 정말 어긋나 보였으나 그만큼 사랑하고 깊은 사이 같이 보였다. 이 시대에 사는 그녀는 정말 행운아인 것 같다. 영지의 사람들도 모두 벨루디아와 공작을 찬양하기에 바빴지, 결코 반역을 할 생각은 없었다. 루나에트 영지는 드넓은 초원과 같았으며 그 곳에서 사는 곤충, 동물, 식물은 자유로웠다.


"이 아비와 놀 생각은?"


"100%...."


"왠 일로?"


"보다 4분의 3정도 적습니다."


"25%라고? 에이 아비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지..."


"에이 제가요?"


"어찌됬든 용건은 일단 2가지다. 첫째 황후폐하께서 널 보자고 하신다. 오랜만에 뵙는거지? 또한 곧 있음 황태자 전하의 생일이다. 주최는 당연히 황가에서 할거지만 황후마마께서는 네게 이 주최권을 넘겨줄 생각이신것 같다"


사실 루나에트 공작가는 황후 배출가문이었다. 황제파에서 황후 배출가문이 있기에 황제파의 권력은 드높았다. 거기에서 신흥세력과 합세해 똑똑한 인재들을 모으는 귀족파 또한 만만치 않았으므로 현재 정권은 2가지의 계파로 나뉘었다.


"에? 고모님이요? 왜요? 어째서요! 그 ㄱ..."


"귀찮다는 말은 하지 말거라. 나도 기운 빠지려 하는구나"


"빠지십시오"


"통하지 않는군. 어찌됬든 그렇게 알고, 오늘은 할 일이 더 이상 없으니 놀거라."


"놀 시간이 어디있습니까? 준비해야지요. 하..."


그리고 인사를 하며 나가는 벨루디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공작은 살짝 웃었다.


"아직도 어린아이인데 이리 의젓하다니"


벨루디아는 어서 드레스 룸으로 가 옷을 찾기 시작했고, 이내 시녀를 불렀다.


"순백의 드레스, 연분홍빛으로 포인트를 준 저 드레스 꺼내"


단순간결하게 드레스를 고른 벨루디아는 드레스를 입고 시녀들에게 몸을 맡겼다. 은빛으로 물결치는 고운 머리카락은 반으로 묶여졌고 연분홍빛 리본으로 마무리 했으며, 앞머리와 옆머리는 자연스럽게 흘러 내리도록 했다.


"아가씨는 화장을 하지 않으셔도 예쁘십니다"


"알아"


"하핳..."


"너희들이 항상 관리해주는데 안 예쁠리가 있니"


벨루디아의 말에 감동을 먹은 시녀는 마음 속으로 저 멋진 분을 평생 모셔야지 라며 다짐했다. 나비가 연상되는 걸음을 걷는 그녀가 움직이자 자연스레 몸을 끄는 시녀들을 보며 집에 있으라는 듯 손을 두어번 저었다.


"테르는 따라오고"


"저도 쉬면 안되겠습니까?"


"어, 안돼"


젠장. 이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벨루디아는 살짝 웃으며 무시했다. 그리고 준비되어있는 루나에트의 마차에 올라탔고, 황궁으로 향하였다.


"테르, 황궁갔다가 나온김에 거기 가자"


"위험합니다"


"네가 지켜줄거잖아. 그리고 난 그곳에 간지 오래됬어"


"하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를 너무 믿지 마십시오"


"내가 널 안 믿으면 누굴 믿니?"


잠시 뜸을 들이다 말하는 그에 고맙다는 듯 멘트를 돌려주었다. 이내 웃어보이는 테르에 똑같이 웃어주는 벨루디아. 벨루디아의 미소는 누구나 반할만한 미소이다. 그 미소를 많이 본 테르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말이다.


"도착하였습니다. 공녀님"


말을 아끼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내렸고 이내 거대한 순금, 순은이 뒤덮힌 황궁을 보았다. 고고하고 우아하게 그 자태를 보인 황궁에 벨루디아는 한발짝 한발짝을 내딛었고 그 모습을 본 문지기 기사들은 고개를 45도 정도 숙였다.


"루나에트 공녀님이십니다. 황후폐하의 명을 받고 오시는 길이오니 부디 문을 열어주십시오"


은발에 금안을 본 문지기들은 당연히 루나에트를 생각해냈고, 문을 열려 했으나 이미 선수를 친 하테르토였다. 문지기는 끄덕이며 어서 가십시오 라는 듯 한번 더 인사를 해주었고 벨루디아는 그런 기사들에게 한번 웃어주었다. 문지기를 할 때 '루나에트 공녀'를 보는 이는 신의 축복이 있다. 라는 속설을 믿는 그들은 오늘 이 일을 자랑하고 싶어서 참지 못하는 것 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뭐라고, 한심하네"


이런 소녀에게 축복은 좀 아닌것 같으나 겉모습에 홀려버린 그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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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26 21:29 | 조회 : 1,807 목록
작가의 말
리아리

이곳에서 처음 쓰는 거라 버벅거림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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