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마지막 인사


난 아주 쉽게.
그리고 아주 절망적이게.
이것이 꿈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렇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이 연출 될 리가 없지.

"은우야"

내 이름을 부르고 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발걸음 조차 땔 수 없었다.
심장에서부터 올라온 설움이 기도에서 멈춰서 내 숨구멍을 틀어막았다.

",,,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지금 당장 뛰어가서 껴안아도 모자란 상황에, 난 미련하게도 이 감격과 뒤섞인 슬픔을 만끽하는듯 했다.

"좋은 아빠가 되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담담한 아빠의 목소리와, 슬며시 미소짓는 주름 진 그 얼굴.
억장이 무너질듯 말듯 위태위태하게 중심을 잡고있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좋은 아빠였어요,,, 제게는 둘도 없는 아빠 였어요.
설령,,, 피 한방울 안이어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유대감으로, 사랑으로, 애정으로 이어져 있었어.

"아빠,,,"
물기 어린 목소리가 내 목에서 흘러나왔다.
그 와 동시에 그 습기를 감당 못해 무거워진 구름 처럼,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듯, 내 볼을 타고 물줄기가 흘러 내려왔다.

"아마 난 이번 생에도, 그리고 다음 생에도. 너에게는 좋은 아빠가 될 수 없을거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널 만나고싶었던 나의 욕심을 용서해주겠니,,,?"
슬며시 웃으며 내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와서는 "마지막으로 한번 안아보자" 하며 날 품 속에 끌어넣고 등을 도닥이는.
그 온기, 그 채취에.
결국 나도 아빠의 등을 껴안고.
정말 마지막이구나, 정말 가는거구나.
생각하며.

"어서와라, 드라고니컬에"

그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며.
마치 억지로 물 밖으로 이끌려 나오듯 나는 그렇게 눈을 뜨게 되었다.

꿈에서 깰 시간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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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07 18:00 | 조회 : 1,727 목록
작가의 말
약장수

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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