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프롤로그



이제 나 혼자 남았다.
아무도 둘러앉지않을 식탁.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현관.
아무도 입지 않을 옷.
아무도 두드려주지 않을 방 문.
아무도 껴안아주지 않을 내 작은 등.


이제 아무것도 없다.
나 밖에 남지 않았다.
그걸 수긍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아직 어렸던 것일까.
손은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눈가에 습기가 맺혀 게임을 방해하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직도 방 곳곳에 아빠의 냄새가 난다.
이 게임만 끝나고 나면.
그럼 좀 오래 잘 생각이다.
지금까지 못 잔 잠.
몰아서 잘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조금이라도 아빠 생각은 나지 않을것 같았다.


[레벨업을 축하드립니다!]
아마도 쾡할 눈동자에 비춰진 아기자기한 윈도우 스킨.
이제 800레벨이 됬다.
좀 쉴때가 된것 같았다.
컴퓨터를 절전 상태로 놓고 게임도 끄지 않은채로 썰렁한 식탁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식탁위에 쌓인 약봉투를 뒤진다.
약봉투에 써져있는 아빠의 이름은 애써 무시해본다.
하얀 약통을 발견했다.
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약병안에는 의외로 약이 가득 들어있어서, 그 양을 가늠하기 힘들다.


물을 떠왔다.
한 웅큼씩 입에 털어넣고 한번, 두번.
약병을 다 비워버렸다.
수면제 한통을 다 먹었다.

원래는 아빠가 누었을 자리에 누웠다.
이불에서 아빠의 채취가 느껴졌다.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질릴때까지 울다가,,,

정신이 툭- 하고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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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06 14:34 | 조회 : 1,908 목록
작가의 말
약장수

이런. 너무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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