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윤

시끌벅적한 여관의 분위기에 긴장한 나는 갈색 로브를 꾹 눌러썼고 그런 날 확인한 안 역시도 다시 한 번 옷매무새를 정리하고선 나온 크림 스프를 한 스푼 떠 입 안으로 흘러넘겼고 크림 스프 특유의 달콤한 맛이 입 안을 가득 퍼졌다.

왕국에서 먹었던 수많은 귀한 음식보다도 더 좋아하는 음식은 크림 스프로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그 맛에 매료당했다.

그래서 그럴까 똑같은 평범한 크림 스프인데도 무척이나 맛있고 전해지는 따스한 느낌은 정말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 왕실은 정말 딱딱한 곳이라서 이런 따뜻한 스프를 먹으면서도 체할 것 같았으니까.

아무리 맛이 좋아도 그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걸 나는 그 때 깨달았다. 행복하지 않으면 산해진미라도 절대로 맛있다고 느낄 수 없다.

그 때 아침부터 술을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남자들이 있었고 곧바로 두 귀에 마나를 집중시켜서 그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었다.


" 그나저나 그 엠브란트란 놈도 참 강심장이구만. 감히 공주마마를 납치하다니! "

" 대륙 최고의 테라 아카데미 출신이자 왕실의 검이나 다름 없는 왕실 근위대가 고작 신임 기사 한 명을 저지하지 못 하다니 설마 폐하께서 공주마마를 버리신 건 아니겠지? "

" 그게 무슨 끌려가서 몰매 맞을 소리를 해! 입조심 하는 게 좋을거야. 자네 그 얘기 못 들었는가? 입을 함부러 놀리다간 그대로 엄벌에 처할 거라는 이야기를! "


설마 내 이야기를 하는 자를 엄벌에 처한다니 그건 또 새로운 정보였기에 나는 더더욱 귀를 기울였다.

이런 식으로 얻는 정보 중에서는 거짓도 섞어있긴 했으나 중요한 이야기도 가끔씩 들을 수 있었기에 꽤나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 그것 때문에 카르리안트를 벗어나려는 사람들도 엄청 많아지는 것 같더라고. 공주마마가 안 계신 이 왕국에는 희망이 없다나 뭐라나? "

" ...... "



갑작스럽게 나온 이야기에 나는 맛있고 따뜻하게 느껴지던 스프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는 듯한 느낌이 느껴졌다. 그 후에 목이 바싹바싹 말라 왔기에 물을 한 모금 마셨고 안은 그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안 역시도 그 이야기를 들은 듯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당신은 생각 이상으로 사랑 받는 사람이었네요. "

" 그러니까... 난 늘 혼자 버틴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네. "


오라버니와 어머니의 두 손을 꽉 잡고 가던 잠행은 두 사람의 죽음으로 뚝 끊기게 되었고 근 3년간은 단 한 번도 잠행을 나간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소홀해져 갔다는 생각에 이렇게 도망쳤다는 점이 미안해졌다.


" 저도 자주 들었어요. 당신에 대한 이야기. 당신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았어요. 그래서 당신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


카르리안트만큼 평민들이 왕실에 관심이 많은 왕국도 거의 드물었다.

현재는 미쳤지만 현명했고, 공명정대했던 왕과 그런 왕을 보필하는 한 떨기의 백합과도 같은 아름다운 왕비. 그런 왕과 왕비의 사이에서 태어난 왕의 현명함과 왕비의 아름다움을 물려받은 왕세자와 아름다운 왕비를 똑닮은 금지옥엽과도 같은 공주.

게다가 들이지 않다간 귀족들이 모두 거품을 물고 늘어진 덕분에 왠만한 왕이라면 다 있을 그 흔하다는 후궁조차 없어서 왕실은 자랑거리 중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잔인했다. 누구라도 존경심을 가질 법한 왕실이었지만 왕이 미쳐 왕비와 왕세자를 죽였고 공주는 홀로 왕실에 남아서 예전의 왕실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한다.

게다가 후궁을 들이지 않아 여러 귀족들에게 후궁을 들이라고 이야기를 수 백 번 들었어도 후궁을 들이지 않았던 왕은 스스로 하렘을 만들어서 여자를 취했다.

그 어떤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법한 아주 재미있는 연극이였다.


" 걱정이라... 그 걱정이 내게 닿았더라면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러웠을까? "


사랑했던 어머니와 오라버니를 아버지의 손에 여의고 울던 죽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나약한 자신을 죽였던 소녀에게 그 걱정이 닿았더라면 그 때 그 소녀는 덜 고통스러웠을까 갑작스럽게 든 생각에 나는 고개를 급히 흔들었다.

우울해져서는 안 된다. 소중했던 가족을 잃고선 한참을 울다가 생긴 나만의 좌우명이었다. 우울해지면 그 우울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무거워져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 좌우명을 무시했다가 얼마 전에도 결국 정신을 잃었고 울었고 또 괴로워 했다. 슬퍼했고 차라리 미쳐버리길 원했다.

그래선 안 되는 위치였기에 그러하지 않았지만 만일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이미 수 백 번을 미쳤을 테고 결국 죽었으리라.


" 전 나나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

" 나도 행복해 지기 위해서 나온거야. 완벽한 행복을 위하여. "

" 완벽한 행복? "

" 누군가에게 내 자리를 위험당하지 않고 날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을 나 역시도 소중히 여겨주고 이해해주고 그리고... "


최대한 기어가는 목소리로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하기 죽어도 싫었지만 엄연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으니 말해야만 했다.


"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

" 네? "


갑작스럽게 나오는 [ 사랑하는 사람 ]이라는 단어에 안은 사레가 걸린 듯 물을 급히 삼키고선 기침을 내뱉었고 나는 그런 그가 날 놀리는 듯한 느낌에 나는 그를 째릿 노려보았고 그는 한참동안 가슴을 두드리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카르리안트 왕국을 망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당연히 국서를 들여서 후계자를 생산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의 카르리안트 왕실은 나와 왕을 제외하고는 적통 왕족은 없었기에 만일 후계자를 생산하지 못 한다면 이 왕국은 결국 멸망하고 마리라.

당연한 사실 가지고 놀라고 사레가 들린 그가 밉기까지 했다.


" 상당히 불쾌하다고 생각해도 될까? 당연한 거잖아. "

" 하지만... 죄송합니다. "

" 장난이니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

" 네. 죄송합니다. 나나. "

" 그럼 서둘러서 테라 아카데미로 향하자. "


이젠 정말 행동을 실천해야 할 때다.


* * * *


" 저!!! 잠시만요!!! "


멀리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기척에 검을 살짝 꺼내고선 뒤를 돌아보았고 그 곳엔 금발에 녹안을 가진 어느 한 소년이 서있었다.

혹시나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빠르게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를 빠르게 따라왔고 아무래도 그는 상당한 수준의 실력을 가진 실력자일 것 같았다.


" 무슨 일이죠? "

" 테라 아카데미 입학을 희망하신 분이신가요? "

" 네. 당신은? "

" 저 역시도 테라 아카데미의 입학을 희망하는데 혹시 저랑 함께 테라 아카데미로 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 우린... 관문을 넘기엔 곤란한 처지라서... 테라 산맥을 그대로 가로질러서 갈 생각이여서 일정이 굉장히 고될 거야. "

" 괜찮아요! 그게... 설명 드리기 힘든데... "


그는 얼굴을 붉히며 내게 중얼거렸고 별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고개를 끄덕인 이후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되는 것은 안이 그를 불편해 하는 것이었지만 그 싫어하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그와의 동행도 한번 고려해볼만 한 것이었다.

게다가 테라 아카데미의 경우에는 테라 산맥의 중심에 있는 세계 제일의 아카데미로 입학생 희망자부터 시작해서 모든 학생들이 왠만한 학생들은 기사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고 그 덕분에 전 대륙의 기사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향됐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왕국의 강함은 테라 아카데미 출신의 기사 숫자로 그 강함을 척도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테라 아카데미가 대륙에 끼치는 영향은 강력했다.

하지만 그만큼 찾아가는 길도 험하고 들어가는 방법 역시도 험하다 보니 일단 그 곳을 찾아갈 수준이 되면 합격할 정도의 실력은 된다는 이야기였고 그의 합류는 상당히 편할 것이다.


" 그렇다면 당신은 테라 산맥을 넘어갈만한 실력이 없어 우리에게 부탁하는 건가? "

" 아니에요!!! 그게... 전 사실 정령부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여서요. "

" 분명 테라 아카데미에서 가장 발달된 학부가 검술학부라곤 하나 다른 학부들 역시도 다른 학부 역시도 있기에 그들을 위한 다져진 길이 있다고 들었는데. "

" 하지만 그 곳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곳도 몬스터나 도적이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안전하게 가기 위해선 다른 학부의 학생들 경우에는 상단이 테라 아카데미에 물량을 제공하기 위해 갈 때 따라가는 거나 아님 검술학부 입학을 희망하거나 입학한 사람들과 동행하거나 둘 중 하나예요. "

" 그렇다면 어째서 미리 인맥을 구하지 않았지? "

" 그게... 설명해 드리기 힘든데... 제발 부탁드려요! "

" 하아... 그렇다면 조건이 있어. 첫째 우리들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말 것. 둘째 우리의 일정에 무조건적으로 따를 것. 이 두 가지만 지켜준다면 동행해도 좋아. "


그는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인 줄도 모른 채로 급 화색이 되어서 고개를 끄덕였고 안은 불안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 맞다. 네 이름은? "

" 전 윤이라고 합니다! 멀리에 있는 얀 왕국 출신이에요! "

" 내 이름은 나나고 이 멀뚱히 키만 큰 아이는 안. 앞으로 잘 부탁해. 윤. "


험난한 여정을 겪어야 하는 그가 안쓰러워 져서 나는 애써 미소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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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02 20:09 | 조회 : 1,305 목록
작가의 말
유리아에덴

드디어 새로운 인물의 등장! 과연 그는 서브 남주인 것인가!?!(두둥 참고로 한 화를 끊는 기준은 제가 일단 최소 글자 4000자로 원래 끊는 양이 2000자 이상이었으니 상당히 는 것입니다! 고로 전 지금 무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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