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M의 단상. 10

몇 번을 꼼꼼하게 읽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딱히 생각날 만한 일이 있나 유심히 생각해봤지만, 내가 한동안 매진하던 일이 달라서 도저히 기억해내지 못했다. 이미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래 된 수사기법으로 두드려봐야 알 수 없다.

“모르겠어. 이게 왜?”

난 돌려주면서 항복의 의사를 보였다.

“전직 형사, 쓸모없네요. 그렇게 열심히 보더니.”

내가 꽤나 끙끙대는 표정이었나 보다. 그는 날 비꼬듯 놀렸다. 그나저나 ‘형사’라니,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사건 쫓은 지 오래 된 사람에게 이런 걸 보여줘 봐야, 알 리도 없지. 난 이제 이 일과는 관련 없으니까. 형사라니. 이젠 ‘전직’이라고.”

어쩔 수 없다. 그 범인 놈 하나 잡겠답시고 10년 넘게 몸담아온 형사 일에서도 잘릴 만큼 이리저리 돌아다녔었다.

다른 사건이 눈에 들어왔을 리도, 기억에 박혔을 리도 없다. 그 기억이 박혔다면 오히려 이상할 일이다. 남은 게 쥐꼬리만큼 남은 퇴직금뿐인 생활이었다.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네요. 미안합니다. 사실, 이걸 조사해달라는 이유도 극히 개인적이고, 증거도 마땅찮은 심증이라, 확신을 위한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어렸을 때다 보니, 이 부분을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 말이죠. 당시 현역이던 아저씨 말이 듣고 싶은 것도 있고요.”

그는 재킷 사이에 넣어둔 무언가를 더 꺼냈다. 종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기사들을 몇 개 종이에 인쇄해 온 모양이었다. 조그만 글씨여서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보았다.

『2000년 1월 14일, 한 사람이 미리내 1가 1번지 삼일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갑작스레 자리에 쓰러졌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남자는 미리내가 내에서 가정의학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로, 주민들의 인망을 두텁게 얻고 있었다. 주민들은 그의 갑작스런 사고에 매우 안타까워했다.』

미리내 1가 1번지.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건 그럴 법 했다. 게다가 저체온증이라면, 아마도 심근경색으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사고였으리라. 의사들은 자기 병을 의외로 모르는 편이다.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걸로 넘기려 했다.

“흠?”

잠깐의 위화감이 들었다. 아주 예전에, 묘하게 사람들의 공포가 느껴지는 기분. 기사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뭔가 느껴져요?”

그의 말을 배경삼아 다음 것을 읽었다. 하나로는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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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09:50 | 조회 : 913 목록
작가의 말
헤르닌

지금까지 써둔 부분입니다. 손이 느려 빠르진 못하네요. 최대한 자주 찾아뵐 수 있기를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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