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10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고요한 새의 지저귐에 스르르 눈이 떠지며 일어났다.










라는 뻔한 이야기로 일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허리에 못이 100개는 밖힌듯 몰려오는 고통과



애널이 쓰라려오는 아픔, 띵한 머리덕분에






어쩔 수없이 눈이 번쩍 하고 떠졌다.





일어남과 동시에


아침마다 건강히 머리를 세우던 녀석이


오늘따라 추욱 쳐져있어




때아닌 허전함도 같이 느꼈다.






해는 여전히 빛을 쨍쨍하게 내리쬐였으며



푹신한 이불보가 포근함을 더해주었다.





포근하다는건 내 침대가 아니라는것인데.


잠결에 본 바로는


그가 자신의 집에 대려온 것 같아




혹시나 그가 주변에라도 있을까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려 두리번거렸다.






그는 무얼 하러 간 건지 보이지 않았고


처음이라 어색한 그의 방과


매일 맡았던 그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져




어설프게 두근거렸다.








그래 어설프게.

처음이니까.










문득 책상 위에 놓인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액자가


본능적으로인지 눈에 띄었다.






낡았지만 추억어린 사진 속엔 어렸을때 찍은것인지


그의 어릴적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세상에 귀엽지 않은 어린아이가 있을까.


지금과는 다른 순수한 웃음이 가장 눈에 띄었고,



왜인지 그 웃음이 너무나 밝아서




이상하게 두근거린 가슴이 찡하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인자하게 웃음을 짓는 여인과


그보다 조금 앳된 얼굴의 남자아이는





어렴풋이 그와 닮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왠지 그 사진 속에 담겨있는 두사람은


그와 달리 다정할 것 같았기 때문에.





달칵- 이는 소리와 함께


이곳저곳 몸 성한부분 없게 만든 장본인인 그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자신의 액자를 들고있는 날 보더니


이내 눈썹이 찡그려지며


손에서 액자를 뺏어 책상에 도로 뒤집어 놓았다.




그러더니 하는말은



"선배가, 이걸 왜봐요?"




라며 어이없는 발언을 하는 그다.




못볼껄 본것도 아닌데 화내는 듯한 그때문에



무어라 해명해보고자 입을 열었다.



아니지.



달싹이던 입은 그로 인해 닫혔다.






"이런걸 봐서 뭐하게요. 나에게 관심있어요?


그동안 관심도 안주더니, 어젯밤이 좋긴 좋았나보네."







어젯밤이라면, 그와 처음으로 섹스한 날이다.




생생히 기억나는 필름들에 얼굴을 붉혔다.





얼굴로 달아오르는 열이 느껴져


당황한 나머지 황급히 부정을 표현했다.





"누, 누가 그래. 내가 언제 좋아했다고.."




그는 날 아니꼬운듯한 시선으로 쳐다보았고



그 시선은 바늘로 변해 살갑을 뚫어


심장에 꽂혔다.






"안 좋아하면 나한테서 관심꺼요.


괜한 기대 안하게."






강압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근질거렸던 입을 굳게 다문채



얼떨결에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러자 그는 차가웠던 표정을 풀며


휙 뒤돌아 밖으로 향했고,




뻘쭘하게 서있기 싫었던 난


그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허어.."




재벌이란 그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나보다.





그의 방도 작은건 아니었지만


그의 방에 수십배나 될듯한 거실에


우와 라는 바보같은 감탄만 내뿜었다.





그는 내가 자는동안 밥을 차리고 있었는지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휘감아 찔렀다.






밥냄새를 맡자마자


허리가 아파 느끼지 못한 배고픔이란 감각이 되살아나


그제서야 배는 꼬르륵 거리며


허기짐을 표했다.






그소리가 그다지 크지도 않았건만


웃음을 찾는듯한 꺽꺽대는 그 때문에


온몸이 벗겨진듯 부끄러웠다.





"그따위로 웃을거면 웃어, 더 쪽팔리니까."




내 말에 그는 기다렸다는듯 푸하하- 시끄럽게도 웃어댔다.






흔히 '쥐구멍에라도 숨고싶다'란 말이



지금 상황에서 너무나도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푸흐, 존나 귀여워 진짜.."




아, 선배. 우리 밥먹을까요?"












***

아직 해는 달에게 넘어가지않는다.



넘어가면 먹혀버릴걸 알기에, 악을 쓰며 버틴다.









어차피 넘어갈걸 알기에, 더더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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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30 01:20 | 조회 : 8,551 목록
작가의 말
선배

금요일과 토요일은 '특별히' 안올렸습니다. 절대 '특별히' 에 강조를 넣은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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