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 그날 미친놈

혼자 울고 있다가 들킨게 쪽팔려서 그런걸까, 도진은 아픈 발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다.
쪽팔림에 멍하니 서있다 옆에 있는 나무를 치니, 도진의 팔을 거칠게 잡아끄는 이가 있었다.

" 윽.. "

팔을 잡은 손이 얼마나 억세던지, 운동으로 적당한 근육을 가진 도진이 힘조차 쓰지 못하고 끌려갔다.
중간에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쳐다보니, 방금까지 도진을 쳐다본, 그 피투성이의 남자였다.

" 누구십니까. "

상당히 거친 말투로 남자에게 말을 건냈다.
뭘 해서 저렇게 피를 묻히고 왔는진 모르겠지만, 먼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진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 볼 일 없으시면, 먼저 가겠습니다. "

뒤로 돌아 걸어가려고 하자, 어깨를 잡는 악력이 느껴졌다.
입 밖으로 나올 뻔한 신음을 참고 얼굴을 구기며 남자를 쳐다보자

" 도주혁. "

" 예? "

어이가 없던 도진은 자신의 이름만 말하고 멀뚱히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 뭐라구요? "

" 나, 도주혁이라고. "

화가 치밀어 오르는 도진은 남자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물었다.

" 이름만 말하면 뭐해, 씨발. 너 누구냐고. 왜 날 찾아와서 이 지랄이냔 말야. "

짜증남과 쪽팔림이 한데 어우러져 남자를 쏘아보듯 쳐다보자,
남자는 한 치의 어둠도 없는, 하지만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듯한 묘한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도진의 턱을 잡고 말했다.

" 너랑 섹스하고 싶어서. "

" 뭐? "

도진의 눈이 한 껏 크게 뜨이더니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 씨발 섹스를 하자고? "

남자는 뭘 들었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귀에 문제가 있는건가? 말이 안통하면 좀 곤란한데.. "

남자는 몇 번 주저하는 듯, 도진을 응시했다.
도진은 기가 막혀서 남자의 멱살을 놓고는 말했다.

" 아니 남자끼리 왜 섹스를 해!? 애초에 너랑 나는 모르는 사이잖아! "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으로 남자를 책망하듯 쳐다보자,
남자가 한 쪽 입꼬리만 올려 비스듬히 웃었다.

"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흥분돼. 난 예쁜 사람하고만 섹스하는데, 왜. 문제라도 있나? "

남자가 처음 내뱉은 말도 도저히 들어줄 수는 없었지만,
뒤에 오는 거리낌없는 말에 도진의 얼굴이 빨개졌다.

" 나, 나는 게이가 아냐. "

살짝 당황한 듯 말을 더듬자, 남자가 키스할 듯 고개를 비틀고 다가왔다.

" 알아. "

도진의 눈이 다시 한 번 크게 뜨이더니 남자의 어깨를 밀쳐냈다.
남자의 몸이 돌덩이처럼 단단해 거의 밀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 왜, 왜 키스하려고 하는겁니까!?!? "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반말과 존댓말이 왔다갔다하는 도진을 남자가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도진에게 다가갔다.

" 어, 어어..!? "

도진이 눈을 질끈 감자, 도진의 목 쪽에서 강렬한 통증이 일어났다.

" 흣..! "

남자가 떨어져나가자 도진의 목에는 선명한 잇자국이 나있었다.
중간중간에는 피가 맺히기도 했지만 말이다.

" 그럼, 나중에 또 봐. 다음에는 꼭 섹스할거니까 기대해. "

남자는 몇번 손을 흔들고 뒤로 돌고는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버렸다.

" .. "

도진은 멍한 눈으로 남자가 간 길을 쳐다보았다.

" 좆같네. "

오늘 하루 동안은 참 욕을 많이 한다.. 싶으면서도 도진은 남자에게 물린 목을
몇 번이고 더듬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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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15 00:34 | 조회 : 4,579 목록
작가의 말
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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