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런던(1)

12화




12화-런던(1)





-19시 32분 JH 엔터 사장실-


“상진아…. 젠장…. 그때 무슨 일이 있어도 말렸어야 하는 건데…!”

상진의 매니저 백현우가 상진의 소속사 대표 박진형을 노려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이런 짓을 할 수는 없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박진형 역시 백현우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설마…. 상진이가 집에 들어간 걸 확인했는데 다음 날 바로 실종이라니…. 어떻게 된 거지.”

혼자 중얼거리는 박진형에게 매니저 백현우가 소리쳤다.

“육성에 연락해서 어떻게 된 건지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박진형이 그를 바라보곤 말했다.

“이미 연락은 넣어놨습니다. 하지만 육성 측에서도 아는 것이 없다는 눈치예요.”

“그게 무슨…!”

“진정하세요. 매니저님. 일단은 육성 측에서 조사해본다고 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죠. 일단 실종된 지 1일밖에 되지 않았으니 갑자기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요. 정말 실종됐다 하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낼 겁니다. 우리 상진이를 이렇게 쉽게 잃진 않을 거예요.”

박진형의 말에 매니저 백현우가 분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 * *




-21시 27분 육성그룹 본사 회장실-


“어떤가?”

불이 꺼진 방에 고급스러운 책상과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은 미중년이 전화기를 귀에 대고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신호가 잡히는 곳으로 병력을 투입했습니다만, 타겟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앗. 신호가 잡히는 정확한 위치를 찾았답니다…!”

“어디지?”

육성그룹의 총수 이중헌 회장이 묻자 전화기 너머의 남자가 머뭇거렸다.

“어…. 그..휴지통 안에서 휴지에 둘러싸인 채 발견되었습니다…. 안 먹고 뱉은 것 같습니다….”

전화기 너머 남자의 말에 이중헌 회장의 언성이 높아졌다.

“뭐야…?! 사탕의 안에 추적기가 들어있었던 걸 눈치챘단 건가!!”

이중헌 회장의 주먹이 애꿎은 책상을 두들겼다.

“아뇨…. 그….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홍삼 사탕 같은 건 잘 안 먹습니다.”

“뭐!! …그? 그게 정말인가? 맛있는데….”

“그래도...먹으려고 노력은 한 모양…. 아니. 그것보다! 어쩔 수 없이 오피스텔 주변의 CCTV를 다 체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꼼꼼히 확인하게. 절대 놓치지 않을 테야….”

“예 알겠습니다!”

이중헌 회장이 전화기를 내려놓고는 책상의 서랍을 열어 그 안에 들어있던 자신의 소중한 홍삼 사탕을 꺼내 입에 물었다.

“맛있는데….”




* * *




-21시 36분 상진의 오피스텔-


“네? 어떻게 그날 딱 그 시간대만 파일이 날아갑니까?”

“그거야 저흰 모르죠….”

“어떻게 복구 안 되겠습니까? 지금 찾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이중헌 회장의 전속 용역 업체의 부대장 이은식이 상진의 오피스텔 경비실에서 CCTV를 확인하려 했으나 하필이면 그날 그 시간대의 파일이 날아갔다고 한다. 이은식이 경비원에게 따지자 경비원이 말했다.

“그걸 어떻게 복구합니까? 한번 날아가면 그걸로 끝입니다. 아무래도 바이러스가 들어왔었던 모양인데 그건 저희도 어떻게 못 합니다.”

더는 설득해도 통하지 않음을 알아챈 이은식이 경비실에서 나와 다시 한번 이중헌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했습니다. CCTV 영상이 바이러스에 당해 모두 날아갔답니다. 그것도 타겟이 사라진 그날 그 시간대의 영상만 말입니다.”

그의 보고에 이중헌 회장이 골머리를 앓았다.

“그 오피스텔 말고 주변 CCTV도 다 뒤져봐! 이 작은 대한민국에 감시 못 할 곳 하나 없어! 어떻게든 찾아내!”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은식이 이중헌 회장으로 인해 멍멍해진 귀를 후비며 한숨을 내쉬었다.




* * *




“상진 씨! 상진 씨! 일어나요!”

상진이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과 그 사람이 강하게 흔드는 탓에 달콤했던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자신을 깨우던 이를 멍하니 바라보다 모든 것이 떠오른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지..지아 씨! X! X는요?!”

상진의 다급한 물음에 그녀가 답했다.

“모..모르겠어요. 눈 떠 보니 여기였어요. 안개가 짙어지고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서 쓰러진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여기는 대체 어디일까요?”

그녀의 물음에 상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서바이벌 게임 때의 섬은 결코 아니었다. 얕은안개와 흐린 날씨로 스산한 느낌이 드는 것은 같았지만 애초에 섬이 아니었다. 상진과 유지아가 있던 곳의 주변에는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또한 두 사람의 옆에는 큰 강이 있었다. 안개로 인해 시야가 좁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여긴...도시인 건가…? 우리나라 같은 도시라기보단 유럽 같은 도시 느낌이 나네요….”

상진의 말에 그녀가 물었다.

“상진 씨. 유명한 배우니까 해외도 자주 나가봤겠죠?”

“아무래도 그렇죠?”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저건 저도 많이 본 것 같거든요….”

상진이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높은 시계탑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커다란 종이 있었다. 그렇다. 저것은 런던의 랜드마크라고 불리는 시계탑. 바로 빅벤이라고 불리는 엘리자베스 타워였다. 그 옆에는 영국의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궁전이 보였다. 이를 본 상진이 놀라 물었다.

“우리가 지금..영국 런던에 와 있는 걸까요?”

유지아 역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런 시계탑이 런던 말고 또 어디에 있는데요…? 만약 런던이라면 왜 이렇게 조용한 거죠?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상진이 주변을 더 둘러보더니 말했다.

“근데…. 뭔가 이상해요. 예전에 일정 때문에 런던에 왔을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건물들 생김새도 그렇고 저 시계탑이 우리가 아는 빅벤이라면 지금 우리 옆에 흐르는 이 강은 템스강일 거예요. 그런데 예전에 와서 본 템스강하고는 완전 달라요. 1년도 안 됐는데 그새 이렇게 변한 걸까요…? 무엇보다도 이 강이 템스강이면 이곳 건너편에는 런던아이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런던아이는 보이지 않네요.”

상진의 말에 유지아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영국을 와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와보네요…? 좋아해야 하는 건가…?"

"적어도 좋아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네요. 그러고 보니 우성 씨도 안 보이고 어떻게 된 건지 알아요?”

상진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제가 눈을 떴을 때는 상진 씨하고 저만 이곳에 있었어요.”

“그럼 우선은 우성 씨부터 찾아야겠네요.”

두 사람이 이동하려던 그때 갑작스레 귀에서 치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X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아! 이제 진짜로 MAFIA GAME의 시작입니다. 이번에도 룰은 간단합니다. 서바이벌 게임 때보다는 조금 많아졌지만 룰이 어렵진 않습니다.

“이건…. X의 목소리에요…!”

그녀의 말에 상진이 말했다

“또 어디 공중에서 떠들고 있는지 아주 돌이라도 던지고 싶네.”

-돌은 던져도 안 맞을 겁니다만 룰을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

상진의 말에 X가 반응하였다. 단순히 대답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상진의 바로 코앞에 말이다. 여전히 중절모를 눌러쓴 신사의 모습을 한 X의 얼굴은 그늘이 져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상진이 X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X는 고개를 살짝 틀어 상진의 주먹을 피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분명 주먹이 아니라 돌을 던진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킥. 뭐 좋습니다. 룰을 설명하죠.

X의 몸이 붕 하고 뜨더니 순식간에 공중으로 올라갔다. X가 양팔을 벌리고는 큰 목소리로 룰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앞서 말했듯 룰은 간단합니다. 여러분 중에 마피아가 숨어있습니다. 마피아는 시민들을 죽이고 시민들은 마피아를 찾아 죽이십시오. 마피아가 모든 시민을 죽이거나 시민이 모든 마피아를 죽인다면 게임이 끝납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직업이 주어질 것이고 직업 중에는 그냥 시민도 존재합니다. 마피아는 굳이 밤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며 시민들의 경우 밤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금지입니다. 단 오늘을 포함해 3일간은 이 룰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겐 각자 집이 주어집니다. 집에는 음식과 물 등 생필품이 넉넉히 있습니다. 알아서 잘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이상. 즐겁게 서로를 죽여주십시오.

X가 설명을 마치고는 상진을 보며 씨익 하고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상진과 유지아가 잠시간 아무 말 없이 침묵하였다. X로 인해 두 사람 모두 머리가 아팠던 것이다. 침묵을 깬 것은 상진이었다.

“하…. X놈…. 그러니까 결론은 이제 진짜 마피아 게임을 하겠다는 말이죠?”

“하아…. 그런 것 같죠? 싫다 정말….”

“하아…. 어? 저게 뭘까요?”

유지아가 상진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 무언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머리에 무엇인가 툭 하고 떨어졌다. 위를 보자 검은색의 카드가 후두둑 하고 쏟아지고 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는 검정 카드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지…?”

유지아가 검정 카드를 집어 들었다. 카드에는 아무것도 쓰인 것이 없었다. 그녀가 카드를 자세히 보자 카드에 하얀색 글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머머…!”

“글씨가…! 어떻게 한 거예요?”

“나 아무것도 안 했어요…! 상진 씨도 주워봐요!”

그녀의 말에 상진이 땅에 떨어진 검정 카드를 주워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상진의 카드에도 유지아의 카드와 같이 하얀색 글씨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건…. 룰이구나…!”

카드에는 X가 설명했던 마피아 게임의 법칙이 다시 한번 설명되어 있었다. 상진이 검정 카드를 뒤집어 보자 뒤에도 글씨가 나타났다.


20 Vincent Square,
Westminster, London


“이게 뭘 말하는 거죠?”

상진의 물음에 그녀가 답하였다.

“이건…. 주소네요…! 아까 X가 사람들에게 각자 집이 주어진다고 했어요. 자신의 집 주소가 나타난 것 같아요. 이것 봐요. 나랑 좀 다르잖아요.”

그녀의 말에 상진이 그녀의 카드를 보니 그녀의 말대로 글자의 뒷부분은 같았지만, 앞부분은 내용이 달랐다.


10 Hide Pl
Westminster, London


그녀가 말을 이었다.

“우리 둘 다 ''''웨스트민스터 시''''인가 봐요. 집이 근처일 것 같은데요?”

“잘됐네요. 되도록 떨어지지 않는 편이 좋을 테니까요.”

“네. 그럼 먼저 집부터 가봐요. 우리. 3일 동안은 밤에 거리를 돌아다녀도 되니까 아마 마피아가 먼저 공격해오지는 않겠죠. 그리고 마피아가 된 사람들도 설마 굳이 안 죽여도 되는 상황에 죽이려고 하겠어요?”

“음. X의 공모자가 마피아가 된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죠. X라면 이번에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러네요….”

“일단은 지아 씨 말대로 집부터 가봐요.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런던에는 원래 살던 사람들이 없어요. 우성 씨라면 분명 더 좋은 판단을 내리겠죠. 집부터 가보고 우성 씨를 찾아봐요. 우성 씨도 아마 집부터 가보려고 할 거예요.”

두 사람이 검정 카드에 적힌 위치로 이동하기로 하곤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드의 주소로 가는데 도보로 30분 정도뿐이 걸리지 않지만 두 사람은 길을 잘 몰랐기에 도보 30분은 도보 1시간이 넘어가는 길이 되어버렸다.







TO BE CONTINUED...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


검정 카드에 적힌 마피아 게임의 룰

-마피아 게임 룰

1. 마피아는 시민을, 시민은 마피아를 모두 죽이면 게임은 끝난다.

2. 모든 사람에겐 직업이 주어진다. (특수 직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직업은 단순 시민이다.)

3. 모든 사람에겐 각자 집이 주어진다. 집에는 음식과 생필품 등이 넉넉히 준비되어 있다.

4. 시민은 밤에 거리에서 돌아다닐 수 없다. (단, 게임 시작 후 3일간은 가능하다.)

5. 마피아는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다.

6. 시민은 마피아만 죽일 수 있다. (단, 투표나 다수결에 의한 공개 처형은 누구든 가능하다.)

7. 위의 조항을 어긴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1
이번 화 신고 2021-02-25 22:46 | 조회 : 781 목록
작가의 말
KJP

이제 정말 마피아 게임이 되었네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